문제의 논문초록 일본학회에 발표되기 전까지 제1저자가 제3저자 얼굴도 못봐
초록 제출 후 조민 공주대 연구실서 인턴 시작...제1저자 “연구 기여도는 1~5% 불과”
조민 담당교수 김광훈, 정경심과 서울대 동기...“조민 이름 논문 등재는 담당교수 결정”

녀 입시비리 사모펀드 불법 투자 등 14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경심씨./연합뉴스, 온라인 커뮤니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가 공주대 인턴 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담당 교수의 지시로 논문 초록(抄錄)에 이름이 등재돼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씨가 제3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 초록 제1저자의 입에서 나온 증언이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부장) 심리로 열린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씨의 공판기일에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연구원인 최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조씨는 2009년 일본 조류학회에 발표된 논문 포스터와 이 포스터의 기초가 된 논문 초록 등에 제3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이 경력을 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활용했다. 그러나 검찰은 조씨의 이 같은 실적을 허위 인턴 경력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연구활동은 하지 않았으며 수초에 물 갈아주는 정도의 소일거리를 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포스터·논문에 이름을 올린 것은 서울대 81학번 동기인 정씨와 담당교수 김광훈 공주대 생명공학과 교수 간의 친분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 본다. 검찰은 정씨가 공주대에서 발급받은 허위 체험활동확인서를 자녀 입시에 활용한 혐의로 기소했다.

이날 재판에서 최씨는 초록이 일본학회에 발표된 2009년 4월 전까지 조씨를 만난 적 없다고도 증언했다. 제1저자가 그해 5~6월경까지 제3저자의 얼굴도 보지 못한 것이다. 검찰이 “조씨 이름을 갑자기 추가하기로 결정한 것은 김광훈 공주대 생명과학과 교수로 보인다”라고 묻자, 최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검찰이 “얼굴도 모르는 조씨를 저자로 추가하라고 할 때 당연히 1저자로서 의문을 제기하거나 항의를 하지 않았느냐”고 재차 물었고, 최씨는 “그때 아마 교수님께서 이름을 쓰면서 상황을 알려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초록을 일본학회에 제출한 뒤 조씨가 공주대 생물학연구소에 와서 만났던 사실은 인정했다. 조씨가 자신을 찾아와 홍조식물 배양 작업 물갈이 등을 3~4시간 정도 도와줬다고도 했다. 이날 최씨는 검찰 조사에서 조씨의 연구 기여도를 1~5%라고 진술했다. 다만 최씨는 “(물갈이 등은) 쉬워 보일지 모르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었다”고 했다. 그러자 정씨 측 변호인이 “조민이 홍조식물을 주도적으로 배양하지 않더라도 일부 과정에 참여한 것은 맞지 않느냐”고 물었고, 최씨는 “조씨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한편 최씨는 이날 김 교수가 조씨를 자신에게 소개해준 것이 “기억난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는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했었다. 그 이유로 최씨는 “당시 교수님께 누가 될까 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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