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영사관 침입 대학생들에 선고유예 판결한 판사, “국민이 공감” 운운 보도엔 “기억 없다”
日 영사관 침입 대학생들에 선고유예 판결한 판사, “국민이 공감” 운운 보도엔 “기억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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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반일행동 부산청년학생 실천단’ 소속 대학생 7명에 300만원 벌금형 선고유예 판결한 부산地法 부동식 판사
복수의 국내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선고재판에서 “피고인들의 뜻은 많은 국민이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
부동식 판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민이 공감”했다고 부 판사가 말했다고 전한 기사는 모두 ‘오보’
부산지방법원.(사진=연합뉴스)
부산지방법원.(사진=연합뉴스)

“부동식 부장판사는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다고 했다.”

지난해 7월 일본의 대한(對韓) 경제제재 조치에 항의한다며 부산광역시 동구 소재 일본영사관 부지(敷地) 내로 들어가 기습 시위를 벌인 대학생 7명에 대해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는 부산지방법원 판결(2020고단17) 보도와 관련해, 이같은 판결을 내린 부동식(48·夫東植) 부장판사 측 공보관이 22일 부 판사 측 입장을 펜앤드마이크에 전해왔다. 해당 사건의 1심 판결을 맡은 부 부장판사가 선고재판 때 이들 피고인이 일본영사관 내로 진입해 시위를 펼친 데 대해 “국민들도 공감했다”고 평가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생들에 대한 선고재판이 열린 지난 4월2일 연합뉴스와 매일경제 등 복수의 국내 언론은 부 부장판사가 “피고인들의 행동에 국민들도 공감했다”며 “하지만 (이들 피고인은) 절차를 위반했고 이런 방식을 취하는 것은 후진적인 방식이어서 오히려 뜻을 왜곡해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만일 부 판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같은 보도를 한 기자들이 ‘거짓’ 사실을 기사에 포함시켰다는 뜻이 된다.

이에 앞서 검찰은 권 모 씨(95년생·여성), 소 모 씨(98년생·여성), 이 모 씨(00년생·여성), 문 모 씨(98년생·여성), 이 모 씨(99년생·남성), 신 모 씨(97년생·남성), 양 모 씨(99년생·남성) 등 7명을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지난 1월31일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부산지법 판결문에 따르면 권 모 씨 등 피고 7명은, ‘반일행동 부산청년학생 실천단’ 소속의 대항생들로, 지난 2019년 7월22일 오후 2시경 부산 동구 소재 일본총영사관 후문 앞 노상(路上)에서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가 ‘반일운동 선포 기자회견’을 주최하려는 것을 알고, 이에 맞춰 도서관 사용을 빙자해 총영사관 내로 들어가 시위할 것을 공모, 7월22일 오전 11시에서 오후 2시 사이에 걸쳐 일제히 영사관 내 후문 방향에 있는 정원 쪽으로 이동해 미리 준비해 간 플래카드 등을 들고 “일본은 사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는 방법으로 약 10분 간 시위를 벌였다.

부산지법은 피고인들에게 각 3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했지만 ▲피고인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피고인들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前歷)이 없고 사회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들이라는 점 ▲기타 범행 경위와 피고인들의 성행(性行·성품과 행실), 범행 후의 정황 등을 고려해 형(刑)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판결했다.

선고유예는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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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7월 권 모 씨 등 ‘반일행동 부산청년학생 실천단’ 소속의 대항생들이 부산 동구 소재 일본영사관에 들어가 기습적인 시위를 벌였을 당시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펜앤드마이크는 부산지법 측에 판결문 원본 제공을 요청함과 동시에 부 부장판사가 “국민들도 공감했다”고 한 것이 사실인지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이에 부산지법 공보관은 “그같은 사실관계 확인 요청이 수 차례 있었지만, (사건을 담당한) 부동식 부장판사(형사4단독)는 ‘공감했다’는 말을 한 기억이 없다고 했다”고 회신했다.

만일 부산지법 부 부장판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난 2일 ‘반일행동 부산청년학생 실천단’ 소속 대학생 7명에 대한 ‘선고유예’ 관련 보도를 통해 부 부장판사가 선고재판에서 “피고인들의 행동에 공감했다”고 했다고 전한 국내 매체의 보도는 모두 오보가 되는 셈이다.

펜앤드마이크는 이같은 점을 지적하고 부산지법 측에 재확인을 요청했지만 해당 공보관은 “본인에게 다시 확인해 봤지만, 부 부장판사는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다’는 입장”이라며 “선고재판의 속기록이 남아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번 사건에서 피고인 7명의 변호를 맡은 정희원 변호사는 “재판부의 고민을 느낄 수 있었다”며 “사회 진출을 앞둔 학생들에게 건강한 시민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판결”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또 다른 변호인인 조애진 변호사는 “판결 내용에서 재판장의 고심이 느껴졌다”며 “국제법적으로나 외교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지만, 학생들이 시위에 이르게 된 동기와 이 동기에 공감하는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돼 선고유예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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