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지병이 악화된 이후 김여정의 大權 승계 과정 가속화...지난 3월 자신의 명의로 담화 낸 것이 방증”
‘한·미·일 협의 소식통’ 인용한 日 요미우리신문 서울發 보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김정은의 특사로 파견된 이후 김여정의 지위가 크게 상승한 것으로 보여

김여정 조선로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사진=연합뉴스)
김여정 조선로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사진=연합뉴스)

북한 김정은의 유고(有故) 시 그의 여동생인 김여정 조선로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김정은의 대권(大權)을 이어받을 준비가 지난해 말부터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일본 요미우리신문(讀賣新聞)을 통해 전해졌다.

‘한·미·일 협의 소식통’을 인용한 요미우리신문은 22일 “지난해 말 평양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총회가 개최됐을 때, 사망 등으로 김 위원장이 통치를 할 수 없게 될 경우 ‘권한을 모두 김여정에게 집중시킨다’는 내부 결정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 지도부가 김정은에게 돌발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현 상황에서는 ‘4대 세습’은 불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신문에 따르면 이같은 당내 결정이 있은 후 김여정 명의의 지시문이 당과 군에 내려오고 있다. 지난 3월2일과 3월22일 김여정 스스로가 자신의 명의로 남·북 및 미·북 관계에 대한 담화문을 발표한 것도 이같은 북한 지도부 내부의 움직임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김여정은 김정은·김정철과 함께 지난 2011년 사망한 김정일과 재일 교포 출신 고용희(高容姬) 사이에서 지난 1988년 태어났다. 지난 2017년 암살당한 김정남과는 배를 달리한다.

북한 지도부 내에서 김여정의 지위가 크게 향상된 것은 지난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김정은의 특사로 청와대에 파견된 이후로 추측되고 있다. 이후 김여정의 모습은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미·북 정상회담 자리에서도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관영 매체인 ‘미국의소리’(VOA)는 지난달 북한 지도부 내에서 김여정의 지위가 크게 상승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의소리’는 지난 3월24일 보도를 통해 뉴욕 소재의 민간 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의 스티븐 노퍼 선임 정책국장을 인용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끝난 이후 북한의 대미 정책을 재평가하는 과정에서 (김여정의) 위상이 계속 강화됐다”면서 “(김정은이) 김여정을 ‘신임하는 조언자이자 대변인’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북한 김정은의 가계도.(그래픽=로이터)
북한 김정은의 가계도.(그래픽=로이터)

‘미국의소리’는 또 “(김여정의) 담화가 매우 권위 있고 자신감 있는 어조를 갖고 있었는데, 이는 김여정이 김 위원장(김정은)을 대신해 말할 수 있는 예외적인 권력과 재량을 갖게 됐음을 시사한다”는 에반스 리비어 전(前)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의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또 김정은이 앓고 있는 고혈압과 심장병, 당뇨병 등이 복합적으로 악화돼 지난 1월 프랑스 의사단이 방북(訪北)했다는 정보도 있다면서 “김여정의 ‘권한 대행’ 준비도 그때 이후 가속화됐다”고 덧붙이고, “김여정은 체제선전을 담당하는 당 선전선동부에 소속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작년 말 총회에서 인사권을 장악하고 있는 (조선로동당) 핵심 부서인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에 취임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서 신문은 지난 3월21일 김정은의 전술유도탄 시험발사 시찰 때 김여정이 동행한 것과 관련해 “김여정이 김 위원장(김정은)의 권한을 대행하기 위해서는 군을 장악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한데, 군에 대한 영향력을 다지기 위한 첫 행보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한편, 김정은이 중태에 빠졌다는 소식이 사실인지와 관련해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국회에서 의미 있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21일 국회에서 긴급 간담회를 연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은 “(김정은이 중태에 빠졌다는 소식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평양 상황과 군사적 상황을 고려하면 사실이 아니라고 할 정도가 아니다”라며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심혈관 질환 수술을 한 것은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위원장은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지난 10일에서 12일로 연기됐는데도 (김정은은) 참석하지 않았고, 15일 ‘태양절’(김일성의 생일)에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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