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검, 21일 오전 9시부터 신라젠 서울 사무소-문은상 대표 주거지 등 압수수색
문은상 대표, 신라젠의 신약 효과 없다는 내부정보 입수해 주식 매도한 혐의
무자본으로 유령회사 차린 뒤 대출받아 신라젠 주식 사들이는 수법으로 회사 장악한 의혹도
윤석열 “MBC의 검언유착 의혹 보도 진상 밝혀라” 신라젠 사건 수사지시

신라젠 문은상 대표./연합뉴스

검찰이 바이오 기업 신라젠의 서울 사무소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신라젠은 자사가 개발하는 신약이 치료 효과가 없다는 미공개 정보를 입수하고 보유 주식을 팔아 거액의 차익을 거둔 혐의를 받는다.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서정식 부장)는 21일 오전 9시부터 신라젠 서울 사무소와 문은상 대표의 주거지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압수했다.

앞서 검찰은 이 사건의 주요 피의자인 이용한 전 대표이사와 곽병학 전 감사를 자본시장법 위반과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이들을 포함한 신라젠 경영진이 자사가 개발하던 면역항암제 ‘펙사벡’이 치료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손실을 피하고자 회사 주식을 매도했다고 판단한다.

이 과정에서 문 대표도 거액의 지분을 처분해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또 최근에는 그가 지난 2014년 무(無)자본으로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를 차린 뒤 D금융투자로부터 돈을 빌려 신라젠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350억원어치를 사들인 의혹도 받고 있다. 이후 신라젠 대주주가 된 문 대표는 회삿돈으로 대여금을 갚으면서 빚을 상환하고 회사를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의 이러한 ‘기업사냥’ 수법을 청와대 내부 인사가 눈 감아주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국세청은 지난 2018년 이를 문제 삼아 문 대표에게 487억원의 증여세를 물리는데, 이때 청와대 기획재정부 실장이었던 김모씨가 조세심판원에게 “(문 대표가) 내 고등학교 동문인데, 잘 검토해달라”고 압박성 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8월에도 신라젠 본사와 서울 사무소 등을 압수수색했었다. 동시에 초기 투자자이자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에 대한 수사도 병행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7000억원대 투자 사기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다.

한편 검찰의 ‘신라젠 사건’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된 배경에는 지난달 31일 MBC가 제기한 소위 ‘검언(檢言)유착’ 의혹과 관련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MBC는 윤석열 검찰총장 최측근 검사장과 유착한 채널A 기자가 이 전 대표의 대리인 지모씨를 만나, 사건에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연루돼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는 지씨의 주장을 그대로 보도했다. 이 문제가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여권을 통해 확대되자, 윤 총장은 해당 의혹을 남김없이 파헤치라는 수사 지시를 내렸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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