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나는 기독인이자 보수주의자, 공화당원이며 바로 이 순서다"
-여성 스캔들 '0', 동성애 반대, 이스라엘 적극 지지, 자유무역 확대 선호
-역사상 가장 보수주의적인 부통령...일찌감치 차기 공화당 대통령 감으로 거론돼

이춘근 객원 칼럼니스트
이춘근 객원 칼럼니스트

미국의 대통령에 관해서는 많은 글과 책들을 접할 수 있지만 부통령에 대해서는 그다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으며 관심도 적다. 대통령에 비해 영향력이 적기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지난 평창 올림픽 개회식 당시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경우 그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 一投足)은 한반도의 운명과 직결되는 대단히 큰 영향력을 가지는 것이었다.

펜스의 행적을 대단히 못마땅해 하는 일부 언론들 중에는 펜스의 영향력을 대단히 보잘 것 없는 것처럼 비하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 펜스 부통령은 역대 어느 부통령보다도 대통령에 대해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그 자신도 미국 공화당의 후보로서 트럼프보다 오히려 대통령직에 더 가까이 접근해 있었던 인물이었다.

펜스는 1959년 6월 7일, 가톨릭교도인 낸시 제인과 에드워드 펜스 2세의 아들로 인디애나 주의 인구 2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 컬럼버스에서 출생했다. 그의 조부는 아일랜드로부터 미국으로 이민와서 시카고에서 버스 운전기사를 했으며 외할머니 역시 아일랜드 출신이었다.

그는 가톨릭이 운용하는 학교를 다녔으며 성당에서 심부름을 하는 소년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77년 컬럼버스 노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하노버 대학에 진학 1981년 학사학위를 취득 했다. 졸업 후 2년간(1981-1983) 같은 학교의 입학 담당관으로 일한 후 인디애나 주립 대학 로버트 멕킨리 법학 대학원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17세이던 1976년 바톨로뮤 군(郡)의 민주당을 위해 자원봉사 정치 활동을 벌였을 정도로 일찍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졌었다. 당시 그는 케네디 대통령과 마틴 루터 킹 목사를 대단히 존경했었다고 할 정도로 열성적인 민주당원이었다.

대학시절 현 부인 카렌을 만난 펜스는 가톨릭을 포기하고, 복음주의 기독교도가 되었으며 새로 태어난 기독교(Born Again Christian)인이 되었다. 동시에 그의 정치적인 성향도 보수적인 것으로 바뀌게 되었다. 펜스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레이건 대통령의 보수주의와 같은 것으로 일치 시킨다.

1986년 법학 석사를 취득한 후 펜스는 개인회사의 변호사로 일하기 시작한다. 29세였던 1988년, 31세였던 1990년 연방 하원의원에 도전했지만 두 번 모두 민주당 후보인 필 샤프(Phil Sharp)에게 패배했다. 특히 1990년 선거 당시 샤프 후보에 대한 네가티브 선거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이후 1991년부터 1993년까지 펜스는 ‘주 정책 네트워크 재단’(State Policy Network Foundation)에서 근무했고 그 이후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가 되었다. 특히 1995년부터 1999년 까지 라디오 토크 쇼의 호스트가 되었고 이때 펜스는 보수주의자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 했다. 여세를 몰아 2000년 인디애나 주 하원 의원에 당선되었는데 당시 펜스는 자신을 순서대로 기독교도, 보수, 공화당원이라고 말했다. 이후 연방 하원의원에 5회 연속 당선되었으며 보수주의 풀뿌리 운동인 Tea Party에도 적극 참여했다.

하원의원 재직 시 이라크 전쟁 참전 결의안에 찬성했으며, 철군 일자 획정에 반대하는 등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정책을 거의 그대로 적극 지지했다. 2006년 (소수) 공화당 하원 원내 대표 경선에서는 실패했지만 2008년 상원의원 출마를 종용받았다. 그러나 펜스는 상원 대신 2011년 5월 인디애나 주지시 경선에 출마 했고 2013년 1월 인디애나 주 제50대 주지사로 당선되었다. 그는 주지사 재임 기간 동안 대대적인 감세정책을 실시, 인디애나 주 역사상 가장 대규모로 감세정책을 실시한 주지사로 기록되었다.

감세 정책은 강력한 자유주의–보수주의자로의 트레이드마크와 마찬가지다. 그는 최저임금 법안에 반대했는데 그 이유는 그 법안이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오늘 한국에서 야기되는 상황과 대단히 유사하다. 최저임금은 일자리를 줄임으로써 오히려 실업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험인 것이다.

펜스는 사회적으로도 보수주의자의 입장을 강력해 견지했다. 도박 금지법, 인터넷 도박 금지 법안 등을 입안했으며 미국인의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되던 미국 애국 법안에도 찬성했다. 인권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반 테러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트럼프와는 약간 달리 자유무역주의자로 국제무역의 확대를 선호하는 정책을 지향한다. 미국이 다른 나라들과 자유 무역 협정을 맺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으며 미국이 WTO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중국과의 무역 거래가 확대되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으며 싱가포르, 칠레, 페루, 파나마, 콜롬비아, 한국, 오만 등과 자유무역 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좋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지적해야 할 점은 트럼프도 반(反)국제무역주의자는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그는 자유무역이 공정하게 집행되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에 불리하다고 주장하는 것일 뿐이다.

역대 미국 정치가의 대부분이 그러했지만 펜스는 특히 이스라엘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자이다. 그는 이스라엘은 미국 최고의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주지사 시절 이스라엘을 보이콧하는 회사들과는 거래를 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강력한 이스라엘의 후원자였다. 그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서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 당시 리비아에 대한 나토의 개입 및 가다피 제거 작전을 적극 지지했다. 펜스는 가다피는 당연히 제거되어야 할 인물이라고 믿었다. 작금 펜스 부통령의 언급은 가다피와 김정은을 동격으로 취급하는 것 같다.

펜스는 자신의 강경한 사회적 보수주의 때문에 논쟁의 한복판에 서기도 하는데 예로서 빵가게 주인이 동성연애자가 만들어 달라는 케이크를 거부했다는 사실 때문에 큰 소란이 난적이 있었다. 빵집 주인은 자신의 종교적 이유로 동성애자의 결혼케이크(같은 성의 신랑과 신부가 서 있는 모습의 케이크) 를 만들 수 없다고 한 것인데 이것이 소수자의 차별 문제로 비화되었고 빵집 주인이 처벌받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펜스는 당연히 빵집 주인의 입장을 옹호했고 그것이 미국의 오늘날 사회분위기와 갈등을 겪게 된 것이다. 펜스는 이에 대해 누구도 그 자신이 누구인지, 누구를 사랑하는지, 혹은 무엇을 믿는지 때문에 모욕당하거나 부당한 취급을 받으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동성애자의 자유뿐 아니라 이성애자의 자유도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다.

펜스는 낙태 반대 법안 찬성, 기독교적인 신념에 의거한 총기법안찬성, 주사기 법안반대, 콘돔 법안반대, 그리고 환경주의자들의 입장에 반대해서 석탄 산업 지지, 오바마 공기 정화 법안에 반대등 행동을 보였다. 펜스는 지구온난화 현상(Global Warming)을 과학이기보다는 정치적인 신화로 간주하는 사람이며 불법이민에 대해서는 철저한 규제를 지지한다.

트럼프와 펜스의 당선은 미국 국민들이 기성 권력을 거부하고 새로운 권력을 택한 것으로 말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친 측면이 많이 있고 보수주의자들로부터 진정한 보수주의자인가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데 펜스는 트럼프의 진정한 보수성을 견제해 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트럼프의 막나감을 완화시켜주는 역할로 믿고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펜스는 갑작스레 공화당이 된 트럼프와 진성 공화당원들을 연계시켜주는 역할도 담당한다, 미국 48번째 부통령에 당선되었고 역사상 가장 보수주의적인 부통령이라고 인식되는 펜스 부통령은 미국 일각에서 차기 공화당 대통령 감으로 이미 말해지기 시작했다. 정치가들이 흔히 범하기 쉬운 여성들과의 스캔들에서 거의 완벽할 정도로 문제가 없는 펜스 부통령은 연상의 부인과 사이에 장성한 3남매를 두었으며 외아들인 마이클 펜스(Michael Pence)는 미국 해병대 소위로 근무하고 있다(이 글은 Dr. Doug West, Vice President Mike Pence: A Short Biography (2017년 1월 간행) 소책자를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이춘근 객원 칼럼니스트(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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