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정부여당정책간담회 참석한 아베 신조 日 총리, 긴급경제대책 및 보정예산안 내용 변경 관련 협조 요청
“지지율이 내려가고 있다”...日 자유민주당과 함께 연립 내각 이루는 공명당, ‘거부권 행사’라는 카드 내밀어 총리를 압박
日經, “총리가 후임으로 점지한 기시다 후미오 위상 흔들려...‘포스트(post) 아베’ 둘러싼 여당 내 권력 다툼에도 영향 미칠 가능성”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로이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로이터)

“하루라도 빨리 현금이 국민 손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임하겠다.”

중국발(發) ‘우한 코로나’ 확진 환자가 1만명을 넘어선 후 첫 월요일을 맞은 가운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긴급경제대책과 보정예산안 내용의 변경과 관련해 여당 간부들의 협조를 구했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현지 매체에 따르면 20일 오전 정부여당정책간담회에 참석한 아베 총리는 ‘우한 코로나’ 사태로 인해 가계 소득이 감소한 세대에 한해 세대당 30만엔(한화 약 330만원)을 지급한다는 기존의 방침을 철회하고 모든 국민에 1인당 10만엔(한화 약 110만원 상당)을 일률 지급하는 내용으로 보정예산안을 변경하기로 했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이에 앞서 자민당과 함께 연립 내각을 이루고 있는 공명당 대표로부터 보정예산안 변경 요구를 받은 지 이틀만인 지난 17일 아베 총리는 공명당 측 의견을 전격 수용하겠다고 표명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감염병(‘우한 코로나’)의 영향이 장기화되면서 국민 모두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장기전도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과 함께 이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 일률적으로 10만엔을 지급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는 “하루라도 빨리 현금이 국민 손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임하겠다”며 여당 간부들을 향해 보정예산안이 조기에 의결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청을 보냈다.

이날 간담회에는 자유민주당(자민당) 소속으로 아베 총리(자민당 총재)와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비롯해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 등이 모였다. 야마구치 대표는 지난 15일 아베 수상을 만난 자리에서 “지지율이 내려가고 있다”며 ‘1인당 10만엔을 일률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보정예산안을 변경할 것을 요구한 인물이다.

당초 정부·여당은 일본을 강타한 ‘우한 코로나’ 사태로 인해 수입이 급격히 감소한 세대에 한정해 세대당 30만엔을 지급하는 내용으로 보정예산안을 수립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이 ‘우한 코로나’ 대책으로 내놓은 보정예산안은, 자민당 내부로부터, 그리고 공명당으로부터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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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무조정회장(왼쪽),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가운데),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오른쪽).(사진=로이터)

이와 관련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보정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된 후 여당(與黨)이 예산안 변경을 요구하게 된다면, 야당 측의 ‘내각불신임안’에 찬성하는 것에 준하는, 도각(倒閣·내각을 무너뜨림)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고 분석했다. 내년 9월까지인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직 임기 만료 시한이 다가오고 있는 데다가 중국발 ‘우한 코로나’ 사태로 아베 정권을 둘러싼 분위기가 변하고 있는 바로 지금이 야마구치 대표와 공명당 측이 ‘거부권 행사’라는 카드를 통해 아베 정권을 제어할 수 있는 시기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자민당과 함께 연립 내각을 이루고 있는 공명당이 아베 총리에 대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었던 데에는 ▲1인당 10만엔을 일률 지급하는 안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높다는 점 ▲자민당 내부로부터의 반발이 강하다는 점 등의 배경이 있었다고 봤다.

그러면서 신문은 “(이로써) ‘세대당 30만엔 지급안’을 견인한 아베 수상과 기시다 후미오 정무조정회장(前 외무상)은 데미지를 입었고, 공명당과 니카이 간사장은 존재감을 높였다”고 덧붙였다. 이에 신문은 아베 총리가 자신의 후임으로 점지해 놓은 기시다 정조회장의 위상이 흔들리게 된 점이 ‘포스트(post) 아베’를 둘러싼 여당 내 권력 쟁투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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