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17일 최종 보고서 공개
“유럽에 진출한 북한 축구 선수들도 송환 대상 노동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17일(현지시간) 연례 최종 보고서를 공개하고, 북한이 유엔 안보리가 정한 한도보다 8배나 더 많은 정제유를 수입했다고 밝혔다. 또한 유럽에 진출한 북한 축구 선수들도 송환 대상 노동자라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8일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전문가패널은 이 보고서에서 “북한이 정제유 수입과 석탄 수출, 사이버 공격, 노동자 파견 등 불법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패널이 지적한 북한의 가장 대표적인 불법 활동은 정제유 불법 수입이다. 북한은 이전부터 지속해오던 ‘선박 대 선박’ 불법 환적뿐만 아니라 외국 선적의 선박들이 북한 남포항에 직접 드나든 정황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센린01호와 티안유호 등 외국 선적의 선박들은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10개월 동안 북한 남포항에 총 64차례나 드나들었다. 특히 6, 7월과 10월에는 북한 유조선이 정제유를 운반한 횟수보다 외국 선적 선박들이 운반한 횟수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패널은 “이 선박들은 운항 과정에서 깃발을 내리거나 이름을 바꾸는 등의 수법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패널은 “남포항에 드나들었던 선박의 정제유가 가득 차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 동안 10개월 간 북한이 수입한 정제유가 안보리가 정한 연간 한도인 50만 배럴의 8배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전문가패널은 중국선박들이 북한의 불법 석탄 수출에 적극 관여했다고 지적했다. 이전까지 불법 환적에는 주로 유령 회사에 소속된 배들이 동원됐는데 이제는 중국 해운사의 선박까지 가담한 것이다.
북한의 불법 석탄 환적에 관여한 많은 선박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중국 선박은 ‘라오 추안 장 717’과 ‘푸싱9’ ‘푸싱12’ 호 등이다. 이들 선박은 북한선박에 비해 2배, 최대 3배 많은 석탄을 실을 수 있는 대형 화물선으로 모두 중국의 합법적인 해운사에 소속돼 있다고 VOA는 전했다.
특히 푸싱12호는 중국 정부 소속 기업 소유의 배였다가 다른 곳에 팔린 것으로 전문가패널은 중국이 북한의 불법 환적에 이 선박이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로 불법 환적이 일어난 장소도 중국과 관련돼 있었다.
보고서가 공개한 인공위성 사진에는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가장 물동량이 많은 항구 중 하나인 닝보 저우산항 앞 바다에 북한선박이 무려 10척이 정박해 있었다.
전문가패널은 “이들 북한 선박은 불법 환적 중인 선박”이라며 “북한의 불법 활동이 비밀리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문가패널은 정보기술 분야에서 벌어지는 북한의 불법 활동도 지적했다.
전문가패널에 따르면 북한의 군수공업부에 소속돼 전 세계로 파견된 정보기술(IT)업계 북한 노동자들은 최소 1천명에 달한다.
이들은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프리랜서 즉 자유계약자 자격으로 활동하며 중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 등의 고객을 위해 일하고 있다. 이들이 받는 평균 월급은 약 5천 달러이며 이 가운데 1700달러가 북한 정권으로 들어간다. 북한정권은 이를 통해 연간 약 2천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패널은 해외 프로리그에 진출해 있는 북한의 축구선수들 역시 노동자로 판단했다.
보고서가 지목한 북한의 축구선수는 한광성, 박광룡, 최성혁 세 사람이다. 이들은 모두 유럽 프로축구 팀에 진출해 있다. 한광선은 이탈리아 1부 리그 팀인 유벤투스를 거쳐 지난 1월 카타르 리그의 ‘알 두하일’ 팀으로 이적했다. 박광룡은 오스트리아 리그에서 최성혁은 이탈리아 3부 리그에서 활동 중이다.
전문가패널은 “이들이 맺은 계약은 모두 안보리가 정한 북한 노동자 본국 송환 기한을 넘긴 것이고 따라서 대북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오스트리아 관계 당국은 박광룡의 계약이 제재 위반이라는 지적에 대해 노동 허가를 종료시키고 북한으로 송환시킬 것을 결정했다. 그러나 한광성과 최성혁의 소속팀은 아직까지 전문가패널에 별도의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또한 보고서는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의 사이버 공격 특히 금융기관과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저위험-고수익’인데다가 이를 감지하거나 조사하기 어렵다며 북한이 공격 수법을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VOA는 전했다.
북핵 활동에 대해서는 2018년 이후 영변의 50MW 원자로의 활동을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아예 폐쇄됐다고 확인할 수는 없다고 전문가패널은 지적했다. 또한 여러 국가들이 영변 핵시설에서 새로운 건설 공사가 지속되고 있다고 알려왔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지난해 모두 13차례에 걸쳐 최소 25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을 지적하며 북한이 다양한 종류의 탄도 미사일을 개발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불법 사치품 수입은 이번에도 지적됐다.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메르세데스 벤츠 S 600 모델 2대를 불법으로 수입했다며 이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렉서스 LX 570’ 모델 역시 북한으로 수입됐다고 덧붙였다.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많은 나라에서 사치품으로 지정하고 있는 위스키와 코냑, 와인 등 주류를 지속적으로 수입했다”며 “지난해 2월 러이사에서 북한으로 보낸 보드카 9만 병이 압수됐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