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결과 따라 검찰 위신 극과 극 바뀌는 ‘제로섬 게임’ 돌입
대검찰청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에 채널A 사건 수사 지시’ 입장문 배포
총선 압승 후 짜맞춘 듯 여권이 ‘윤석열 때리기’ 나선 시점
중앙지검 움직여 사건 진상 명백하게 밝히겠다는 방침
MBC, "채널A-검찰 유착해 ‘유시민 신라젠 연루설’ 털어놔라 취재원 압박" 보도
MBC, 검언유착 의혹 과장했거나 취재 윤리 어겼을 가능성 존재
MBC 내부서 취재원 지모씨의 녹취록 비판하는 목소리 나와

윤석열 검찰총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MBC가 보도한 채널A 기자와 자신의 최측근 검사장과의 ‘검언(檢言)유착’ 의혹을 있는 그대로 모두 파헤치라는 수사 지시를 내렸다. 법조계에선 윤 총장이 특유의 승부 기질을 발휘해, 자신의 거취를 문제 삼는 여권의 압박을 정면 돌파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을 제시한다. 수사 결과에 따라 검찰의 위신이 극과 극으로 바뀌는 ‘제로섬 게임’에 돌입한 것이다.

<검찰, MBC가 보도한 ‘검언유착 의혹’ 수사 본격화>

대검찰청은 17일 오후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에 채널A 사건 수사 지시’라는 입장문을 배포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은 대검 인권부장으로부터 채널A 취재와 MBC 보도 관련 사건의 진상조사 중간 결과를 보고받았다”며 “서울남부지검에 접수된 명예훼손 고소 사건을 채널A 관련 고발 사건이 접수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해 서울중앙지검에서 언론사 관계자, 불상의 검찰 관계자의 인권 침해와 위법 행위 유무를 심도있게 조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언급된 명예훼손 고소 사건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자신이 신라젠에 65억원을 차명 투자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MBC를 상대로 지난 7일 제기한 것이다. 검찰은 이 고소장을 접수했지만 일선 수사팀에 배당하지 않은 상태였다.

또한 같은 날인 7일 좌파성향 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MBC의 보도 내용을 근거로, 검언유착 의혹을 받는 채널A 기자와 윤 총장의 최측근인 성명 불상의 검사장을 취재원 지모(55)씨에 대한 협박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중앙지검은 이를 지난 13일 형사1부에 배당했다.

<총선 압승 후 짜맞춘 듯 여권이 ‘윤석열 때리기’ 나선 시점>

결국 윤 총장은 두 사건을 동시에 다뤄 그 진위를 명백하게 가려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총선이 끝난 지 이틀 만에 여권의 짜맞춘 듯한 ‘윤석열 흔들기’가 시작된 시점이다. ‘조국 수호’라는 미명을 내세워 당선된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윤석열 총장이 권한을 남용해서 (측근에 대한) 감찰을 막고 있다”고 강변했다. 우희종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는 ‘조국 수호’ 집회 참가자와 여당에 표를 준 유권자를 동일시하며 “촛불 시민이 당신의 거취를 묻는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윤 총장이 상황을 반전시킬 목적으로 강행 돌파를 선택했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또한 대검 인권부만으론 이 사건을 조사하기에 무리가 있었기에 중앙지검을 움직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초 검찰은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MBC 보도에서 언급된 ‘녹음 파일’ 원본을 MBC와 채널A 측에 제공해달라고 했다. MBC는 지난달 31일 ‘검사장을 배후에 둔 채널A 기자가 신라젠 대주주 이철 전 대표 측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신라젠 금융사기 사건에 연루돼 있는지 추궁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채널A 기자가 검사장과의 통화 녹취를 이 전 대표 대리인 지모씨에게 들려주며 압박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지씨는 채널A 기자와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뒤 MBC에 자료를 제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널A 측은 MBC의 보도 내용을 일체 부인하고 있다. 자사(自社) 기자와 검사장이 앞서 보도된 것처럼 통화한 사실도 없다는 입장을 대검에 전달했다. 또한 해당 검사장이 ‘윤석열 최측근’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누구인지 공개하진 않았다.

현재 두 언론사는 대검에 관련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채널A는 회사 차원에서 이뤄지는 진상 규명이 진행 중이며, MBC는 이렇다 할 입장조차 표명하지 않았다. 결국 대검은 수사에 힘을 싣고 규모를 확대해 두 언론사의 협조부터 받아야 한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MBC, 검언유착 의혹 과장했거나 취재 윤리 어겼을 가능성 존재>

검찰은 지씨가 MBC에 해당 의혹을 제보한 배경과 MBC가 이를 근거로 보도하게 된 경위 모두 파악할 예정이다. 지씨는 몇 차례 채널A 기자를 만나 “이 전 대표 가족까지 수감되는 일은 막고 싶다”는 취지의 내용을 검찰에 선처해달라고 기자에게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기자가 “거기까진 어렵다”고 답하자 불만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MBC가 해당 의혹을 과장했거나, 취재 윤리를 어겼을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한편 유튜버 유재일씨가 지씨와 채널A 기자 간의 녹취록 전문을 입수해 공개하면서 MBC의 ‘검언유착 의혹’ 보도가 오보인 것 아니냐는 비판도 확산되고 있다. 녹취록에는 MBC 보도와 달리, 지씨 측에서 먼저 신라젠 사건에 연루된 여야 인사의 실명을 언급하면서 윤 총장 측근의 검사장 이름이 기자의 입에서 나오도록 유도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MBC가 받았다는 녹취록에 관해서도 검언유착 의혹을 터뜨리기엔 근거가 부족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자가 지씨로부터 받은 녹취록 요지라면서 “채널A 기자가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에게 돈을 주었다고 해라’ 등 발언을 했다”는 페이스북 글을 올렸지만, 이보경 MBC 뉴스데이터팀 국장은 녹취록 전문을 읽었지만 그런 내용은 없다고 반박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이 국장은 “(채널A 기자가) ‘사실 아니어도 좋다’ 운운했다는 대목은 없다. 그냥 오래된 최구라(최강욱)의 향기가”라고 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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