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정부의 국방비 삭감이 간접적으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돼”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대사(왼쪽)와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지난 3월 1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11차 회의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대사(왼쪽)와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지난 3월 1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11차 회의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 총선 결과가 집권 여당의 압도적 승리로 끝나면서 향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둘러싼 셈법도 복잡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한국정부가 장기전에 대비한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7일 보도했다.

한국 정부는 총선이 끝난 직후인 16일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조성을 위해 국방 예산비의 대폭 삭감을 반영한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했다.

국방 예산 중 전력 운영비에서 1927억원, 방위력 개선비에서 7120억원이 감액됐는데 한국 국방부는 해외 무기 도입 사업이 주요 대상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F-35A 도입 사업 예산도 삭감 대상에 포함됐다.

국방부는 “장비 도입 시기나 전력화가 지연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의 안보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6일 VOA에 “한국정부는 국방예산 삭감을 통해 미국 협상단을 상대로 강경하고 영리한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계속 방위비 분담금의 증액을 고수하면 한국은 미국산 무기의 해외 도입 사업 예산 삭감 확대를 통해 미국 방산업체의 손실과 최종적으로 미국 내 일자리 삭감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특히 베넷 선임연구원은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 미국의 실업대란이 대선의 주요 변수로 떠오른 상황에서 한국정부의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의 셈법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최대 압박 성격을 띄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베넷 연구원은 방위비분담금의 최종 비준 동의권을 가진 국회에서 여당이 과반석 이상을 점유하게 된 결과를 두고 미국정부는 한동안 주요 여당 의원의 움직임 등을 면밀히 분석하는 ‘셈법 재계산’ 시기를 가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 중앙정보국 CIA 북한 분석관 출신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도 VOA에 “한국정부의 국방비 삭감이 간접적으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될 측면이 있다”고 했다.

브루스 연구원은 “한국의 집권여당이 과반 이상을 차지한 상황에서 국방예산 삭감이 반영된 추경안은 국회에서 쉽게 통과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현재로선 불분명하다”며 “한국 측이 지나치게 공개적으로 압박할 경우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강력하게 비난하는 격한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월러스 그렉슨 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VOA에 “한국의 미국산 무기 도입 관련 예산 삭감 움직임이 당장 전시작전권 전환 평가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분담금 협상 교착이 장기화되면 미국이 역으로 전시작전권 전환 평가를 지렛대 삼아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렉슨 차관보는 “일단 동맹 관계의 신뢰가 무너지면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며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해외무기 구매 협상에까지 영향을 끼쳐 양측 감정이 격화될 경우 전시작전권 전환 논의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타협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며 “한국정부 역시 총선 승리로 국정이 안정된 만큼 교착 상태가 길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상황에 따라서는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한국 역시 ‘주한미군 철수론’을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한미동맹 관계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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