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대표와 감사장 지낸 곽병학·이용학 자본시장법 위반,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
신라젠, 신약 개발에 주가 폭등했지만 치료효과 없어 임상중단
신라젠 경영진, 중단 발표 앞서 짜맞춘 듯이 보유 주식 처분...개미들만 피눈물
신라젠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이철 VIK 대표는 사기혐의로 12년 실형
급융업계선 이철과 여권 인사 유착설 제기...당시 변호 전 통진당 대표 이정희 부부가 맡아
이철, 여권 인사 김창호 전 처장에게 6억 상당 로비도...불법자금 수수로 김 전 처장 실형
신라젠 항암제 기술 설명회에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참석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 혐의를 받는 신라젠의 이용한 전 대표이사가 16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연합뉴스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 혐의를 받는 신라젠의 이용한 전 대표이사가 16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연합뉴스

여권(與圈) 인사들의 유착 의혹이 나오는 ‘신라젠 사건’의 주요 피의자 2명이 구속됐다. 법조계에서는 총선을 기점으로 검찰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서울남부지법 성보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용한(54) 전 대표이사와 곽병학(56) 전 감사에 대해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이들이 신라젠이 개발하던 면역항암제 ‘펙사벡’이 치료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막대한 손실을 피하기 위해 회사 주식을 처분했다고 판단한다. 또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도 파악한 상태다.

신라젠은 2016년 12월 코스닥에 입성했다. 첫날 7910억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하더니, 이듬해 11월 시총 10조원을 돌파해 코스닥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개인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게 된 배경이다. 그러나 펙사백 임상 중단이라는 돌연한 발표 후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금융업계에서는 곽·이 전 대표를 포함한 신라젠 경영진이 발표 직전 총 2515억원에 달하는 회사 주식을 팔아 치워 차익을 얻었다고 입을 모은다.

'코스닥 시총 3위 '신라젠' 어떻게 상장했을까?'라는 제목 영상에 등장하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관련 유튜브 캡처

또한 신라젠이 코스닥에 기술특례상장된 배경에 여권 인사가 연루돼 있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여권 실세가 신라젠 상장에 입김을 넣었고 회사를 급성장시키는 데 한몫했다는 의혹이다. 그 대가로 경영진이 챙긴 차익 중 일부를 손에 쥐었다는 것이다.

검찰의 신라젠 수사는 지난해 8월 시작됐다. 그러면서 신라젠의 초기 투자자였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에 대한 수사를 병행했다. VIK는 신라젠이 상장되기 전 이 회사에 450억여원을 투자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신라젠 미상장 지분 14%를 보유한 최대 주주였다.

그러나 이 전 대표 등은 2015년 11월 자본시장법 위반,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고, VIK는 즉각 지분을 처분했다. 1주당 3000~5000원대에 사들인 신라젠 주식을 장외시장에서 2만원대에 팔아 수백억원의 차익을 얻었다는 게 금융업계의 중론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7000억원대의 투자 사기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서울 남부구치소에서 감옥살이 중이다.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이철 전 대표와 여권 인사들의 유착설도 제기한다. 2018년 말 이 전 대표가 2000억원 사기 사건을 주도한 혐의를 다루는 재판에서 심재환, 이정희(전 통진당 대표) 부부 변호사가 그의 법률 대리를 맡았다. 또한, 이 전 대표는 노사모 출신으로 국민참여당 지역위원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표의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과의 관계도 언급된다. 2012~2014년 김 전 처장은 이 전 대표에게 6억2900만원을 받아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신라젠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VIK의 자금이 여권으로 흘러들어간 정황이다. 아울러 이 전 대표가 참석한 2015년 부산대 양산캠퍼스에서 열린 ‘신라젠 항암제 기술 설명회’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모습을 드러낸 점도 유착설의 일부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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