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대화 우려에 文 "대안 있냐" 洪 "모든걸 총망라하면서 내게 묻냐" 언쟁도
洪 "핵완성 시간벌기 회담 다시 속지 말라" 劉 "남측에 핵 안쏜다니, 미·일은 괜찮나"
文 "국회서 질문하듯 할 필요 있나…北, 기대 밖으로 입장 수용해줬다"
洪·劉 '문정인 경질' 촉구했으나 文 "野 대변하는 특보 들일이유 없다" 반발
洪, 회담前 '안희정 미투' 거론 "임종석 기획했다더라" 任과 미묘한 신경전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여야 5당 대표와 오찬 회동에 앞서 차담을 나누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문 대통령,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여야 5당 대표와 오찬 회동에 앞서 차담을 나누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문 대통령,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사진=청와대 제공)

대북(對北) 특별사절단이 귀국한 다음날인 7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여야 5당 대표와 오찬 회동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58분께 청와대 본관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홍준표 자유한국당·유승민 바른미래당·조배숙 민주평화당·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여야 5당 대표를 맞이한 뒤 오후 1시40분까지 총 102분간 만나 대회를 나눴지만 별도의 합의문은 나오지 않았다.

이날 회동 후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대변인 브리핑 등을 종합하면 대북 특사단 수석이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비공개 브리핑은 있었지만 이미 언론에 보도된 이상의 내용은 없었다고 한다.

공개된 일부 대화 내용에 따르면 북한의 '위장 평화공세' 우려를 제기하는 야권과 문 대통령간의 공방이 주를 이뤘다.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제1야당 대표로서 '다자 회담'을 거부했다가, 이날 처음으로 청와대 회동에 참석한 홍준표 대표가 적극적으로 문 대통령 쪽을 추궁하면서 일부 '언쟁'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홍 대표는 이날 회담에 앞서 다자 회담을 받아들이는 대신 청와대로부터 받아낸 '약속'대로 화제를 철저히 북핵·안보에 국한하는 한편 문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홍 대표는 청와대 본관에서 가진 공개회동에서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6월 평양 정상회담을 하고 돌아와 '이제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고 선언했지만 그 이튿날부터 김정일이 바로 핵전쟁을 준비했다", "2005년 9.19 6자회담 공동선언문을 보면 북핵 폐기 로드맵까지 다 만들어놓고 (북한이) 또 거짓말을 했다"고 공세에 나섰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평화를 내세워 남북회담을 하고 잇지만 이것이 북핵 완성에 시간을 벌어주는 회담이 돼서는 안 된다"며 "대통령께서 과거에 북한에 속았던 전철은 이번에 밟지 마시라"고 촉구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어제 언론발표문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우리 정부가 처음으로 문서로 인정하는 결과로 둔갑이 된다면 절대 안 된다"고 분명히 한 뒤 "발표문 5항을 보면 '북측은 남측을 향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했다'고 하고 있다. 황당한 이야기"라면서 "핵무기를 남쪽으로 쏘지 않고 미국과 일본을 겨냥해서 쏘면 괜찮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그는 "발표문 3항에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 안정이 보장되면 핵은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말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파기, 확장억제 해제, 제재와 압박의 해제, 북미수교와 평화협정 등을 선불로 해주면 핵포기를 생각해보겠다는 종래의 북한 주장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고 역설한 뒤 "동맹의 신뢰를 깨뜨리는 언행을 함부로 하는 (문정인) 대통령 특보는 대통령께서 즉각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홍 대표의 언급에 대해 "북한 의도에 속지 말아야 한다는 경계의 말씀은 참으로 중요한 것 같다"면서도 "먼저 의도를 알아내기 위해서라도 대화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그렇게 말을 했다는 것 자체도 상당한 진전"이라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유 공동대표의 지적에는 "대통령께서는 '뉴 베를린 선언'에서도 '핵은 안 된다. 전쟁도 안 된다. 동맹국간의 균열도 안 된다'고 하셨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의 기반 아래 이 모두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변했다. '문 대통령의 안보와 통상이 별개라는 주장은 잘못'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안보와 통상을 연결한 것은 미국"이라고 맞받았다.

뒤이어 추 대표는 홍·유 대표를 각각 손으로 가리키며 "두 분은 지지세력을 강하게 갖고 있는 지난번 대선 후보셨고 개헌에 대해서는 국민들께 개헌 날짜를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하자고 말씀하셨고, 대통령이 되신 문재인 후보께서는 당시 야당 후보의 제안을 수용하신 측면이 있다"는 주장을 폈다. 시한만 못박은 지방선거-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이행하라는 정부·여당 기존 입장을 대변한 것이다.

당초 '안보 회담을 청와대가 보장하라'는 조건을 제시했던 홍 대표는, "안보만 중점적으로 하기로 약속했으면 약속을 지켜주셔야지, 다른 주제는 나중에 해도 되는데 그렇지 않으면 저 밥 안 먹고 가겠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추 대표는 "여당 대표도 의견이 있죠…"라고 항변했지만, 더 이상 개헌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예상 밖 '미투 어필'도 있었다. 과거 미국 헐리우드 여배우들이 미투 운동에 동참한다는 취지로 창시한 '블랙 코드'에 맞춰 검은 옷을 입은 추 대표는 "최근 우리 당에 불미스러운 일(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 폭로)도 있었다. 유구무언"이라면서도 "여당 대표로서의 의지를 보이기 위해 미투 복장을 하고 왔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면서 공개 회동이 마무리됐다.

홍준표-유승민 안보현안 쌍두마차…文대통령, 핵동결 거치자며 문정인 감싸 

비공개 회동에서는 홍 대표가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잇따라 질문을 던지면, 정의용 안보실장이 다소 당황한 듯 짧게 답하다가 문 대통령이 길게 부연설명을 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홍 대표의 화법을 두고 "국회에서 질문하듯 하실 필요 있겠나"라고 일부 불편한 기색을 내 비친 것으로도 전해졌으며, 대북대화에 치우친 북핵 해법의 '대안' 유무를 놓고는 서로 목소리를 높였다.

홍 대표는 우선 '대북접촉은 언제부터 했고 국내 국외 어디에서 했나'라고 물었고 정 실장은 "판문점(직통 전화)에서 주로 이뤄졌다. 국내에서는 아시다시피 (북측) 특사도 왔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국외에서 따로 비밀접촉은 없었다"며 "제안은 베를린선언부터 시작한다면 우리가 제안한 셈이고 또 (김정은) 신년사를 생각하자면 북한 측에서도 호응을 했다 할 수 있다. 그것이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또 '4월말 남북 정상회담을 하자는 시기는 누가 정한 것이냐'고 질문했다. 정 실장은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대통령에 당선되면 임기 1년 내에 남북정상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며 "(올해) 2월10일 김여정 특사가 문 대통령 면담 자리에서 구두로 '가급적 빠른 시일 내 평양을 방문해 달라'는 초청을 받았다"는 배경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 시기에 관해 "우리는 6월에 가급적 지방선거로부터는 간격을 둬서 되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제시를 했고 (북측이) 4월말 정도가 좋다고 한 것은 서로 주고 받으면서 된 것"이라며 "누가 먼저 했느냐 따져묻기는 곤란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유 대표는 '특사로 가셔서 우리가 북한한테 약속한 게 있느냐'고 물었는데 정 실장은 "없다. 답변한 내용 그 이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뒤이어 유 대표와 홍 대표 모두 '북한이 일방적으로 구술을 한 것을 받아 적어 와 발표한 것은 아니냐'는 취지로 정 실장을 추궁했다.

정 실장은 뚜렷한 해명을 내놓지 못한 가운데, 문 대통령이 나서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을 우리 특사들이 가서 확인하고 돌아온 것"이라며 "우리가 제시했던 부분들이 기대 밖으로 (언론발표문에) 많이 수용된 것으로 우리는 평가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부 측 입장이 반영된 합의문을 북측이 발표하는데 동의했다면서 그것에 의미를 둔 발언으로 보인다. '이 대가로 우리가 뭔가 약속한 것이 있느냐'고 유 대표가 재차 추궁하자, 정 실장은 억울하다는 듯 "(노무현 정권의 2007년) 10.4 공동선언의 경우 임기 말 개최가 돼서 그 이후 정권교체가 돼 합의내용이 전부 물거품이 돼서 좋은 합의내용들이 진전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임기 초반에 하게 됐는데 이걸 실질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정상회담 개최 합의 취지를 내세웠다.

그러면서 "북한도 더 이상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문제삼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그런 의미도 굉장히 크다. 4월 말이 된 것을 평가를 하고 있다"고 특사단 발표 사항에 스스로 의미부여를 했다. 그러나 정작 북한은 같은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핵보유국 강변, 한미 훈련 재개 반대라는 기존 입장을 강변하고 있는 상황을 외면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 대표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6일 김정은이 '비핵화 목표는 선대(김일성 김정일)의 유훈이며 유훈에 변함이 없다'고 언론에 밝힌 점을 들어 "비핵화 의지를 넣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유훈으로 수없이 밝혀왔다, 그런데 그게 전부 거짓말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현재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예비적 대화를 위한 미국의 요구 정도는 (북한에서) 갖추어진 것 아니냐고 보는 것 뿐이다. 성급한 낙관도 금물이나, '다 안 될거야' '다 그냥 저쪽에 놀아나는 거야' 라고 생각하실 일도 아닐 것"이라는 '동문서답'을 했다.

문 대통령은 유 대표가 '(대북) 제재 압박이 중요한 것 같다'고 물었을 때에는 "그 점을 아예 말씀하실 필요조차 없다"면서 "우리가 남북 간에 대화가 이뤄진다고 해서 국제적인 제재 공조가 이완될 수가 없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홍 대표는 '핵 폐기 쪽으로 가야지, 그 전 단계로 핵 동결하고 탄도미사일 잠정적 중단 식으로 가면 나중에 큰 국가적 비극'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핵폐기가 최종의 목표이기 때문에 단숨에 바로 가기가 어려울 수 있다"며 "이런 저런 로드맵을 거쳐 완전한 핵폐기에 이르도록 합의를 하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북한이) 미국하고 아주 집중적으로 논의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입구는 동결이고 출구는 완전한 비핵화라든지 막연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앞으로 필요한 것은 보다 구체적인 협의"라고 답했다. 사실상 '핵 동결' 단계를 반드시 거치게 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이 회동 후 브리핑에서 추가 공개한 대화에 따르면 홍 대표는 "그렇게 핵 동결로 비핵화 문제가 합의된다면 국가에 대재앙이 올 것"이라고 재차 못박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대표와 오찬 회동에 앞서 차담을 나누며 마주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대표와 오찬 회동에 앞서 차담을 나누며 마주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과 홍 대표간 '언쟁'도 있었다. 홍 대표가 '북한의 시간벌기 회담으로 판명난다면 국민들과 대한민국은 정말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 거기에 대안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문 대통령은 "그렇다면 홍 대표는 어떤 대안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홍 대표는 "모든 정보와 모든 군사상황과 모든 국제사회의 정보를 총망라하고 있는 대통령께서 그것을 나에게 물으시면 어떡하냐"고 받아쳤고, 문 대통령은 이에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고 한다.

홍·유 대표는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의 지속적인 반미 친북성 언사를 두고 볼 수 없다며 경질을 촉구한 것으로도 알려진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어느 한 대목만 떼어놓고 문제삼은 것"이라고 치부하면서 "통일부가 생각하는 남북관계 좀 다를 수 있고 국방부가 생각하는 남북관계가 다를 수 있고 외교부가 생각하는 남북관계가 다를 수 있다"며 "정부는 그래도 잘 조율된 논의 속에서 목소리가 나가고 있다"고 둘러댔다.

특히 문 대통령은 "여당도 아닌 야당을 대변하는 특보를 들일 이유는 없다"고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은 홍지만 대변인 논평에서 이런 사실을 전하고 "홍 대표는 야당 대변인을 특보로 쓰라는 것도 아니다. 국민과 국론을 분열시키는 학자를 특보에서 해임하라는 분명하고도 단순한 요구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사전 환담서 '안희정 파문' 계기로 홍준표-임종석 묘한 신경전 

한편 홍 대표는 지난 5일부터 여권 '차기 권력'으로 꼽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핵으로 떠오른 미투 운동을 놓고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홍 대표는 임종석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에게 "안희정이 그렇게 되는 것 보고, 이 놈의 정치 참 무섭다"고 운을 뗐다.

또 "안희정이, 임종석이 기획했다는 얘기가 있던데. 안희정 사건 딱 터지니까 밖에서는 임종석이 기획했다고 하더라고…"라고 말을 건넸다. 이에 임종석 실장은 "대표님이 (미투운동으로) 무사하니 저도 무사해야죠"라고 대꾸했다.

추 대표, 유 대표, 조배숙 민평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차례로 도착한 뒤에도 홍 대표는 다시 "안희정 꺼 보니까 진짜 무섭다"고 했다. 이에 추 대표는 "대한민국 남성들이 그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 별로 없을걸"이라고 에둘러 받아쳤다.

이에 유 대표가 "아니 그렇게 얘기하시면 저는 당당합니다. (지난) 1월 25일부터 당당하다고 말해왔어"라고 나오자, 추 대표는 "유 대표님은 빼드릴게요. 사모님이 저랑 경북여고 동창이라서…"라고 농담을 했다. 조 대표는 "어쨌든 지금 발 뻗고 잘 수 있는 것은 여자들이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정미 대표는 청와대 회담에는 첫 참석한 홍 대표에 "아유, 홍 대표님이 그렇게 반가워요"라며 인사를 건넸고, 추 대표는 "이렇게 인기가 많은데 진작 오시지"라며 거들었다. 홍 대표는 이 대표와 악수를 하면서 "여성들과 악수 잘 안한다"고 농담을 했다.

청와대 오찬 회동 후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홍 대표는 임 실장과의 미투 대화에 대해 "농담한 겁니다"라고 웃어 넘겼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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