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기지 올해만 4차례 민간인에 뚫려...끝없이 추락하는 군대 기강
군사안보지원학교, 70대 노인 경찰에 인계도 않고 그냥 풀어줘...‘학교장 직무정지’
정경두 “뼈 깎는 노력으로 경계작전 강화하라” 지시했지만...“말로만 반성하나?”
3월 16일 50대 남성 땅굴 파고 육군 수방사 예하 방공기지 내부 침입
3월 7일 좌파성향 시민 4명 제주해군기지 철조망 자르고 2명 침입
1월 3일 70대 노인 경비병 제지 없이 진해 해군기지 위병소 통과

군사안보지원사령부./연합뉴스
군사안보지원사령부./연합뉴스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안보지원사) 예하 군사안보지원학교에 70대 노인 A씨가 학교 철조망을 자르고 무단침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민간인의 군부대 무단침입 사건은 올해에만 벌써 4차례째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나서 경계작전 강화를 각급 부대에 명했지만,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며 유명무실한 지시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4일 안보지원사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3시께 경기도 고양시 군사안보지원학교에 A씨가 철조망을 뚫고 무단침입했다가 당직사관에게 발견됐다. CC(폐쇄회로)TV에 포착된 A씨의 모습을 보고 바로 신병을 확보해 조사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미처 보수하지 못한 철조망 구멍으로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며 “지인들과 군사안보지원학교 인근 산에 등산을 온 A씨가 길을 잃어 찾던 중 철조망을 뚫고 부대에 들어왔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군사안보지원학교가 이 같은 내용을 사령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한 경찰에도 A씨를 인계하지 않은 채 간략히 신원만 확인한 뒤 대공용의점이 없다고 판단, 임의로 풀어줬다.

안보지원사 측은 “군사안보지원학교에서 즉시 사령부로 관련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고, 기초 조사와 경찰 신병인도 등의 매뉴얼도 따르지 않은 채 해당 노인의 신분만 확인 후 퇴영 조치하는 등 소극적인 대응을 했다”며 “전군이 경계작전태세 확립을 위해 매진하고 있는 엄중한 상황임에도 보고를 지연하고 상황조치가 미흡했던 점을 고려해 합참전비태세 검열을 요청했고 학교장의 직무정지를 위한 보직 교체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련자들을 법과 규정에 의거 엄중 조치하는 한편, 경계태세 전반에 대해 정밀 진단하여 미흡점을 보완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최근 군부대가 민간인에 뚫리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6일 한 50대 남성이 땅굴을 파고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방공기지 내부에 침입한 사건에 이어, 지난 7일에는 좌파 성향 민간인 4명이 철조망을 자르고 2명이 제주 해군기지에 들어가 1시간을 넘게 배회한 사건이 있었다. 또 지난 1월 70대 노인이 진해 해군기지를 무단으로 들어가 1시간 30분가량 배회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17일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뼈를 깎는 노력으로 경계 작전 시스템을 철저히 점검·보완하고 작전 기강을 확립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박한기 합참의장도 이틀 뒤 “더 이상은 한치도 뒤로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군 본연의 임무 완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또다시 군부대의 기강 해이 사건이 터지면서 “몇 번째 반성만 거듭하느냐”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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