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대축일 미사, 사상 최초로 참석 신자 없이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
수만 명 인파로 가득했을 성베드로대성당과 광장은 텅 비어
현지 언론 "역사상 가장 쓸쓸한 부활절"
교황 "전 세계가 고통받는 전염병에 맞서 하나로 뭉쳐야"..."유족들을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활절인 12일(현지시간) 우한 코로나가 야기한 전세계적 위기 상황에 대해 연대와 상호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부활절 대축일 미사는 사상 최초로 참석한 신자 없이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몇몇 사제들과 소규모의 성가대만 미사 현장에 있었다. 수만 명의 인파로 가득했을 성베드로대성당과 광장은 황량한 분위기를 낼 정도로 텅 비었다.

통상 교황은 성베드로대성당 중앙 발코니에서 광장을 내려다보며 운집한 군중에게 강복 메시지를 전한다. 하지만 이날 부활절 미사는 우한 코로나 여파로 모든 예식이 어그러졌다.

바티칸과 이탈리아 현지는 우한 코로나 확산에 따른 공포와 슬픔으로 무겁게 내려앉았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달 초부터 전국 이동제한령과 식당·상점 등의 폐쇄 조치를 내렸다. 거리에선 사람 그림자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현지 언론은 “역사상 가장 쓸쓸한 부활절”로 이번 부활절 대축일 미사를 소개했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부활 대축일 미사 주례를 마친 뒤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라틴어로 '로마와 온 세계에'라는 뜻) 강복 메시지를 통해 “전 세계가 고통받는 전염병에 맞서 하나로 뭉쳐야 하는 지금 무관심은 설 자리가 없다”며 “무관심과 자기중심적 사고, 분열, 태만 등은 지금 우리가 듣길 원하는 단어들이 아니다. 우리는 이런 단어를 영원히 버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전 세계의 지도자들이 인류애를 앞세워 이번 지구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버리고 상호 협력해줄 것을 촉구했다.

교황은 “EU는 현재 시대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 도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유럽은 물론 전 세계의 미래가 달려 있다”며 “지금은 분열할 때가 아니다”고 단합을 호소했다.

교황은 우한 코로나 사태로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위로도 잊지 않았다. 그는 “올해는 전염병이 야기하는 슬픔과 고난 속에 '고독한 부활절'이 됐다. 육체적 고통도 있고 경제적 어려움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환자와 목숨을 잃은 사람들, 그리고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애도하는, 어떤 경우에는 마지막 작별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떠나보내는 유족들을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된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