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유명인사 성폭력 정신 차릴 틈 없이 터져나와
'자칭 진보' 지식인들, 그들이 말하던 인권과 윤리 어디갔나
언론, 좌익에게 불리한 기사는 단발성 보도에 그친 것도 문제
미투운동, 사회가 마땅히 이뤄야 하는 교정작용

차기환 객원 칼럼니스트
차기환 객원 칼럼니스트

“미투(Me Too)” 바람이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미투(Me Too)”는 업무 또는 사회적 지위 등에 있어 우위에 있는 자가 그 권한이나 사회적 지위를 악용하여 하급자 또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을 상대로 성추행이나 강간을 범한 경우, 피해자가 그 위세에 눌려 침묵하다가 공개리에 자신이 피해를 당했다고 밝히고 주변의 다른 피해자가 자신도 유사한 피해를 입었다고 폭로하고 나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미투 현상”은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미투 신드롬”은 2017년 하반기 미국의 유명한 영화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Harvey Weinstein)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여배우 애슐리 쥬드가 그 사실을 폭로한 이후 수십 명의 여자 여배우 등이 잇달아 피해 사실을 폭로하면서 시작되었다(현재 피해자가 100명 돌파했다고 한다). 하비 웨인스타인은 ‘펄프 픽션’, ‘굿 윌 헌팅’, ‘세익스피어 인 러브’ 등을 제작한 유명 제작자로 할리우드에 영향력이 막강하니 여배우들이 피해를 당해도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 이후 유명 배우, 앵커 등의 범행 사실도 잇달아 폭로되었다

이런 변화가 한국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처음 시작은 문화계가 아니라 권력기관인 검찰에서 터져 나왔다. 서지현 검사가 최근 2010년경 어떤 장례식장에서 법무부 간부인 안태근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였고,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인 최교일(현재 한국당 국회의원)이 서지현 검사를 대신하여 문제를 제기하던 임은정 검사의 항의를 덮어버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최교일 의원은 의도적으로 위 문제를 은폐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부, 여당이 이를 이용하여 ‘공수처’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권력기관 내부자들끼리의 일이어서 대다수 국민들의 주목을 끌기에는 부족했다.

도화선을 제대로 붙인 것은 최영미 시인의 폭로였다. 시인 고은을 상대로 그의 만행을 폭로한 것이다. 고은이 문인들과 모인 자리에서 신인 여류 작가, 작가 지망생 등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강제추행을 저질러온 것과 문인들 여러 명이 있는 자리에서 성기를 노출시키고 자위행위를 한 것을 폭로하여 “미투 운동”의 서막을 알렸다. 고은은 계속 침묵하더니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에 “아내와 자신에게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하자 박진성 시인이 다시 시인 고은이 최영미가 주장한 것과 유사한 행위를 보았다고 폭로하고 나왔다.

한국 연극계의 거장 이윤택 감독도 “미투 운동”의 직격탄을 맞았다. 배우 김지현, 김보리(가명)는 이윤택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고, 그 외 많은 여성들이 이윤택으로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고 나섰다. 폭로 내용 중에는 추행 행위가 연극단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이루어졌다는 믿기 어려운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청주대학교 연극영화과 학생이나 졸업생들이 위 학과 교수인 조민기가 학생들을 상대로 강제추행행위를 하였다고 폭로했고, 급기야 현직 충남도청 정무비서 김지은씨가 차기 대선주자 중 한명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폭로하였고 한국 영화계의 거장 김기덕 감독과 유명 배우 조재현이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여배우를 성폭행했다는 폭로까지 터져 나왔다. 그 이외에도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사회 유명인사들의 성폭력이나 성희롱 사실이 정신차릴 틈도 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필자가 특히 충격을 받은 것은 고은, 이윤택, 김기덕, 조민기의 행위다. “미투” 운동의 폭로 대상인 행위는 성적(性的) 내용을 담고 있다 보니 일반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 단 2명이 있는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것에 반하여, 위 고은, 이윤택 등은 문인들, 연극단원들, 영화 제작팀원들, 학생들이 있는 자리에서 참석한 이들이 보는 가운데 직접적인 가해행위를 하거나 성적인 폭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는데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들은 자칭 “진보” 지식인, 문화인들인데, 그들이 말하는 ‘인권’, ‘윤리’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그 자리에 참석한 이들은 도대체 왜 침묵하였는가? 50살도 더 넘은 사람이 치기(稚氣)어린 중고생도 하지 않을 짓을 거리낌없이 저지를 때 그것을 천재성의 발로(發露)라고 두둔하고 넘어갔는가? 그들은 내심으로는 자신들에게 올 불이익을 겁내고 있었는가? 고은, 이윤택, 김기덕과 같은 괴물들이 오랜 세월동안 이런 악행을 저지르고 있을 때 한국의 언론과 사회,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필자의 마음속에 의문과 탄식이 끊이지 않고 흘러나왔다.

웨인스타인의 비행은 사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고은 등의 행위와 같이 여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저지른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왜 이런 지경까지 왔을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필자 개인적으로 몇 가지를 정리해 본다.

우선, 진영논리를 들 수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대부분 한국의 문화계의 좌익 인사들이다. 우익인사가 여러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 고은이나 이윤택 같은 행위를 했다면 집요한 추적 보도를 통해 가루가 되도록 비판 받았을 것이다. 사회적 여론을 조성하여 변화를 만들려면 지속적인 추적 보도, 심층 보도가 필요한데 좌익에게 불리한 기사는 대부분 단발성 보도에 그친다. 가령, 수년 전 민노총 조합원이 같은 조합원인 여성을 성폭행했을 때 ‘보수정권과 싸우는 대의(大義)에 방해된다’, ‘조직을 지켜야 한다’ 등의 논리로 피해자를 억압, 회유하였고 추적보도나 심층보도는 없었다. 이런 유사 사례는 상당수 있다. 진영 논리에 매몰되다 보니 보편적 인권은 뒷전으로 처박아 놓았다. 무엇을 위한 진보이고 투쟁인지 알 수 없는 지경이 된 것이다. 고은, 이윤택의 기행과 비행에 대하여는 이미 문단과 연극계에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인데, 기자들이 왜 취재를 하지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할 것이다.

둘째, 개인들이 한 사회의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용기와 윤리의식이 낮은 점이 원인이다. 이윤택씨의 비행에 대하여 그 극단 소속 오동식은 페이스북 홈페이지에 스승인 이윤택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 미투운동을 지지하였다. 그러나, 그의 글을 보면, 이윤택이 입에 담지 못할 비행을 지속적으로 저질러왔다는 것을 연희단거리패 일부단원들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고 판단된다. 또, 고은 시인의 술자리에서의 비행 역시 그 자리에 참석하여 목격한 이들이 다수 있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사회공동체가 존속하려면, 구성원들이 시민이 자신들에게 불이익이 올 위험이 있더라도 위법한 것은 지적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 불이익이 생명,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침해라면 침묵하는 것을 양해할 수 있겠으나, 일시적인 경제적, 사회적 불이익을 피하기 위하여 불의에 지속적으로 굴복하고 타협한다면, 그런 비굴한 태도가 일반화되면 그 공동체는 지속하기 어렵게 된다.

미투 운동은 권력이나 지위를 가진 자가 그것을 악용하여 범죄를 저지르고 피해자와 사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것에 대하여 피해자가 절박한 상황에서 외치는 비명이고 사회가 마땅히 이루어 내야 하는 교정작용이다. 이것은 인권을 유린당한 한 개인의 정당한 자구 노력이므로, 정치공작적 시각으로 또는 가부장적 시각으로 피해 여성들의 주장을 폄훼(貶毁)해서는 안된다. 개인적인 수치심을 무릅쓰고 피해 사실을 폭로한 피해자들의 용기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그들이 겪은 지난날의 쓰라린 상처에 대하여 심심한 위로의 뜻을 표한다. 좌익 정권이 들어선 후 좌익 문화인들의 비리를 폭로하는 “미투 운동”이 불붙기 시작한 것이 매우 아이러니컬하지만, “미투 운동”이 시작된 계기가 어떻든, 배후 세력이 있든 없든, 이것을 계기로 한국 사회, 특히 한국 언론이 보다 공정한 시각을 가지고 전진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차기환 객원 칼럼니스트(변호사)

변호사

KBS 이사,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서울지방법원 의정부 지원 판사, 수원지방법원 판사

자유와 통일을 향한 변호사 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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