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배 탔다. 정권 교체되면 다 죽는다'는 생각...1번 찍으라 수차례 얘기해 처음엔 농담인 줄" 전언
기무사 해체 유도한 文 하명수사 성과 없이 끝난 위기감? 합수단 고위직 출신 "부실수사 사실 아니다" 부인

자료사진=연합뉴스

여권발(發) '기무사 박근혜 대통령 친위쿠데타설'을 수사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출범시켰던 군·검 합동수사단 출신 인사들이 최근 4.15 총선을 앞두고 "(이번 총선에서 여당인) 1번을 찍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발해왔다는 보도가 나왔다.

조선일보는 10일 복수의 군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인용된 군 관계자는 "합동수사단 출신 일부 인사가 여당을 찍어야 한다고 얘기해왔다"며 "'현 정권이 10년은 더 가야 자신들이 군 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전했다.

'합동수사단 출신'이라고 인용된 한 인사는 "노골적으로 '정권이 두 번은 더 가야 한다'며 1번을 찍으라고 얘기한 사람도 있다"며 "우리(합수단)는 한배를 탔으며 정권이 교체되면 모두 다 죽는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이 인사는 "이런 점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실제로 합동수사단 안에서는 1번을 찍는다는 분위기가 있다"고도 했다.

신문은 또 한 군 관계자가 "합동수사단 인사가 1번을 찍어야 한다고 수차례 얘기하길래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며 "하지만 계속 반복해 진지하게 말이 나오고 내부적으로도 그런 얘기를 반복적으로 한다고 해 놀랐다"고 했다.

군·검 합동수사단은 2018년 7월 문 대통령의 지시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던 2017년 2~3월 무렵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촛불시위를 무력진압할 의도로 계엄령을 발동하려 했다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과 친여(親與)단체 인사가 주장한 '친위쿠데타설' 등을 수사한다는 명목으로 출범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뚜렷한 물증이나 진술 확보 측면에서 진전이 없자 기소 중지 처분을 내렸고, 2019년 말에는 소강원 전 국군기무사령부 참모장(소장) 등 주요 관계자들이 군사법원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합수단은 수사 당시 계엄 문건 의혹을 밝히겠다며 105일 동안 204명을 조사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합수단은 이후 대부분이 원 소속부대로 돌아가 활동하고 있으며, 군은 공소 유지를 위해 일부 인력만 배치해 합수단을 운용 중이다.

신문은 군 안팎에서 합동수사단 인사들의 노골적 여당 지지유도 행태에 대해 "계엄 문건 수사가 무리했음을 자인한 것", "정권이 바뀌면 무리하게 진행한 수사 때문에 곤경에 처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 아니냐"는 등 얘기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군 관계자는 "군에서는 계엄 문건이 애초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사안인데 청와대 하명으로 무리한 수사가 진행됐다는 인식이 있다"며 "자칫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조선일보는 이같은 지적에 관해, 합수단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사실이 아니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당시 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한 수사를 진행했다"고 했다. 한편 문재인 정권은 기무사에 대한 합수단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기무사를 해체하고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의 재편을 강행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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