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검찰, 지자체들의 공무원동원 '불법' 개헌서명운동 수사 착수
[단독]검찰, 지자체들의 공무원동원 '불법' 개헌서명운동 수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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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단체 '자유와 인권 연구소', 53개 지자체장 무더기 신고
“공무원 동원해 文정부 정책 옹호…민주주의 근간 흔들었다”
‘지방분권 개헌 1000만인 서명운동', 국민투표법‧공무원법 위반 소지

검찰이 '공무원을 동원한 개헌 서명운동’을 벌인 혐의를 받는 53개 지방자치단체장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분권 개헌 의지를 내보이는 상황에 기대 지차체장들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나 하던 '관권(官權) 서명운동'을 벌인다는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PenN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이첩된 ‘관권 개헌 서명운동’의 신고인을 조사하는 등 수사를 시작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 송하진 전북도지사, 최문순 강원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권선택 대전광역시장, 서울 은평구·강동구·서대문구·광진구·금천구·성북구·강북구청장 등 53명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공무원 등을 동원해 ‘지방분권 개헌’에 찬성하는 서명운동을 벌여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훼손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PenN이 단독 입수한 신고서 등에 따르면, 우파 성향의 변호사 단체인 ‘자유와 인권연구소’는  공무원을 동원해 개헌 서명운동을 벌인 지자체장들을 국민투표법 및 지방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중앙선관위에 신고했다.

지난 1월 7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지방 4대 협의체 간담회에서 대표들이 공동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환설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장(경기 여주시의회 의장), 양준욱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서울시의회 의장), 김관용 시도지사협의회장(경북도지사), 박성민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울산 중구청장).
지난 1월 7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지방 4대 협의체 간담회에서 대표들이 공동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환설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장(경기 여주시의회 의장), 양준욱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서울시의회 의장), 김관용 시도지사협의회장(경북도지사), 박성민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울산 중구청장).

앞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를 비롯한 지방 4대 협의체는 지난 1월1일부터 지방분권 개헌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전국적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각 지자체에 하달된 ‘천만인 서명운동’ 지원계획에는 인구의 20%로부터 서명을 받아내라는 구체적 지침까지 담겼다. <PenN 1월3일자 보도, 개헌 '여론조작' 관권 서명운동…총인구의 20% 일괄 배분 참조>

지자체장들이 각 분과에 지시한 서명운동은 국민투표공고일 이전에 국민투표 관련 운동을 하고, 서명을 받은 혐의(국민투표법 제26조 위반)를 받는다.

또 지방분권이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주요 정책 중 하나라는 점에서 지방공무원법 제57조가 적시한 정치운동죄 위반 혐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방분권 개헌과 지방선거 동시 실시에 찬성하는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반대하는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서명운동을 기획했다는 것이다.

‘개헌 서명운동’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공직선거법’ 위반의 소지도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공무원은 원칙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고(제60조), 공무원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도 안 된다(제86조). 그런데 지자체장들이 소속 공무원 및 통‧리‧반장을 동원해 ‘개헌 찬성’을 외쳐 지방분권 개헌에 반대하는 정당 소속 입후보자의 공천이나 정책을 영향을 미쳤다는 논리다.

중앙선관위는 이러한 신고를 접수받고 간단히 조사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다만 선관위측이 신고를 수리하며 ‘모든 지자체와 정당이 찬성하고 있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선관위가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검찰에 사건을 떠넘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증거가 부족하거나 사실 관계를 더 밝히기 어려운 한계가 있을 때 수사 기관에 사건을 넘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유와 인권연구소 측은 검찰 조사에 참석해 ‘지방분권 개헌 1000만인 서명운동’은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행위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1000만인 서명운동의 주요내용과 행정안전부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자치분권 로드맵이 사실상 같은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내용은 ▲지방분권 국가 선언 ▲자치입법권 확대 ▲자치재정권(과세자주권) 확대 ▲지방정부 명칭 변경 등이다.

자유와 인권연구소의 박성제 변호사는 “국가공무원을 동원해 국가 정책을 옹호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지방분권개헌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이 국민들의 자유로운 여론 형성 과정에 개입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써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는 것은 물론,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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