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N 수첩/윤희성] '성추행 前歷' 박경서 고려대 교수의 경우
[PenN 수첩/윤희성] '성추행 前歷' 박경서 고려대 교수의 경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PenN 윤희성 기자.
PenN 윤희성 기자.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 민간위원장인 박경서 고려대 경영대 교수(60)가 돌연 공자위 위원장직에서 사퇴했다. 지난해 10월 임명됐으니 불과 5개월만의 중도하차여서 눈길을 끌었다. 박 교수는 올해 포스코 사외(社外)이사 후보로 선임됐으나 주주총회를 앞두고 역시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공자위 민간위원장은 장관급인 금융위원장과 함께 공자위를 총지휘하는 공동위원장으로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이 앉을 수 있는 자리로는 최고위직 중의 하나다.

공자위원장과 포스코 사외이사 후보 사퇴에 대해 박 교수는 '일신상의 사유'라고만 밝혔다. 하지만 과거 그가 성추문에 연루돼 재직중인 고려대에서 징계처분을 받은 사실이 최근 불고 있는  '미투 운동' 과정에서 다시 불거진 것이 결정적 원인이라는 것이 정설(定說)이다. 실제로 시민단체인 바름·정의·경제연구소는 그가 포스코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되자 그의 성추문 전력(前歷)을 공개하면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기를 보장받기 위한 병풍용으로 청와대 핵심실세가 낙점한 성추문 전력자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는 의혹에 대해 규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1977년 고려대 경영학과에 입학해 1981년 졸업했다. 졸업과 동시에 한전 전력경제연구실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남성이 국방의 의무를 지고 20대 후반에 사회에 진출하는 점을 감안하면 23살의 나이에 봉급을 받기 시작한 것은 상당히 빠른 셈이다. 한전 연구원 재직 중 미국 유학을 떠나 1985년부터 1991년까지 석사와 박사를 취득하고 다시 한전 선임연구원으로 복귀했다가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1998년 모교인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로 강단에 서기 시작했다.

그는 학계에서 장하성 현 청와대 정책실장(65) 및 김상조 현 공정거래위원장과 함께 국내 대기업 지배구조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이른바 소액주주 운동을 벌인 '재벌 저격수'로 꼽혔다. 이 가운데 장 실장은 대학 선배이자 고려대 경영학과 동료 교수이기도 했다. 박 교수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산하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2000~2007년), 증권거래소 시장운영위원회 위원(2001~2005년), 보건복지부 산하 공무원연금운영위원회 위원(2002~2005년),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코스닥공시위원회 위원장(2004~2011년), 공자위 매각심사소위원회 위원(2005~2008년) 등을 맡았다.

2014년에 벌어진 것으로 알려진 박 교수의 성추행 사건은 아직도 뒷말이 무성하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성추행 수준이 아니라 성폭행에 가까운 사건이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런데도 고려대는 3개월 정직·감봉이라는 경징계 조치를 취했다.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징계수위가 너무 낮게 결정되자 "고려대 출신인 박 교수를 이 대학 출신 인사들이 감싸고 돌면서 '솜방망이 징계'에 그쳤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박 교수는 자신과 '코드'가 맞는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고 대학 선배이자 함께 소액주주 운동 등을 했던 장하성 교수가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된 뒤 작년 10월 공자위 민간위원장이라는 요직에 발탁됐다. 성추행 전력으로 대학에서 징계까지 받은 그를 누가 이 중요한 자리에 '꽂아넣었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웬만한 '파워'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실체적 진실은 알 수 없지만 박 교수와 여러 면에서 친분이 깊은 장하성 실장의 영향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대학교수로서 결정적인 흠결을 지닌 박 교수가 각별히 근신하기는커녕 '과욕'을 부려 공자위 민간위원장을 맡고 그것으로도 부족해 한국 경제발전의 상징적 기업 중 하나인 포스코 사외이사까지 챙기려 했다면 학자로서 최소한의 염치도 없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그를 작년 10월 국가경제를 위해 중요한 직책인 공자위 민간위원장에 앉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정권 실세가 누구인지도 밝혀야 한다. 포스코 역시 사회 각계에서 성폭행 성추행 파문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왜 박 교수 같은 '썩은 사과'를 무리하게 사외이사로 선임하려 했는지 그 배경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고려대도 '솜방망이 징계' 논란이 적지 않았던 박 교수의 성추행 사건을 다시 조사해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가 대학 강단에서 학생을 가르칠 자격이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옳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