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와 관련, 통계 조작 및 은폐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봤나?
홍콩 SCMP, “지난 달 7일부터 ‘코로나19’ 관련 통계에서 빠진 ‘무증상 환자’ 숫자 4만3000여명 달해”
中 당국 고의로 누락한 것으로 보이는 ‘무증상 환자’ 숫자 더하면 실제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 환자수는 최소 12만명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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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중국 총리.(사진=로이터)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증상이 발현되지 않은 ‘코로나19’(COVID-19) 환자 숫자도 관련 통계에 포함해 공표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일본 NHK의 31일 보도에 따르면 리 총리는 전날(30일) 중국공산당 지도부 직속의 ‘코로나19’ 대책 회의에 참석해 “무증상 환자의 추석과 격리를 철저히 하고 농후 접촉자로도 조사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이제까지 누락돼 온 ‘코로나19’ 무증상 환자수도 앞으로는 관련 통계에 포함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홍콩 현지 언론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확보해 지난 23일 공개한 중국 정부 기밀 문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무증상 환자’ 약 4만3000여명을, 관련 통계에서 제외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SCMP에 따르면 중국 방역 당국은 지난달 5일, 일명 ‘우한폐렴’으로 불리고 있는 중국발(發) ‘코로나19’ 관련 검사에서,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양성’ 판정을 받은, 이른바 ‘무증상 환자’도 ‘확진 환자’로 보고하라는 방침을 정했다가, 이틀 뒤인 2월7일부터 기준을 바꿔 ‘무증상 환자’는 공식 통계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코로나19’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라면 ‘확진 환자’로 분류해야 한다고 규정해 왔다. ‘무증상 환자’ 또한 증상이 있는 환자와 비슷한 수준의 바이러스 전파력을 갖고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3월22일까지 중국 국내에서 보고된 ‘코로나19’ 환자 약 8만1000여명과 관련 통계에서 누락된 ‘무증상 환자’ 수를 합치면, 중국 국내에서 실제로 발생한 ‘코로나19’ 환자는 최소 12만40000여명에 이른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이 중국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실제보다 축소하기 위해 ‘무증상 환자’ 수를 관련 통계에서 고의로 누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통계 작성 기준을 재검토하고 나선 것은 ‘백기 투항’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지금까지 중국 당국이 수시로 WHO를 들먹이며 ‘국제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는 점을 상기해 볼 때, WHO가 정한 기준에서 벗어나 자의적으로 통계 자료를 작성해 공표해 온 중국 당국은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와 관련해 통계 조작 및 은폐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편, 31일 오후 4시 40분 현재 중국 당국이 발표한 공식 통계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중국 국내 확진 환자수는 총 8만1000여명이며 사망자는 3300여명이다.

최근 중국은 자국 내에서 보고되고 있는 ‘코로나19’ 환자들은 모두 해외에서 감염된 채 입국한 이들이며, 중국 국내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없어졌다는 주장을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SCMP는 이날 중국 후베이성(省) 한커우(漢口) 화장터에 최소 5000개의 유골함을 배달했다는 어느 트럭 운전기사의 증언을 소개하면서 중국 당국이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지목된 후베이성 우한시(市)의 ‘코로나19’ 관련 사망자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공개하기도 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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