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전문가들 “3가지 이상 신형 무기 동시실험은 일반적인 무기 개발 표준 크게 벗어나는 일”

북한 매체가 지난 29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가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북한이 공개한 사진 속 무기는 작년 여름 북한이 쏘아 올렸다고 주장한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와 유사해 이날 발표를 두고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 위쪽은 북한이 작년 8월 공개한 '대구경 방사포'이며, 아래가 30일 공개한 사진.(연합뉴스)
북한 매체가 지난 29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가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북한이 공개한 사진 속 무기는 작년 여름 북한이 쏘아 올렸다고 주장한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와 유사해 이날 발표를 두고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 위쪽은 북한이 작년 8월 공개한 '대구경 방사포'이며, 아래가 30일 공개한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시험발사했다며 공개한 방사포 발사 사진에 대해 조작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31일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근 3가지 이상의 신형 무기를 잇따라 선보이는 것과 관련해 “일반적인 무기 개발 표준을 크게 벗어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독일의 미사일 전문가인 마커스 실러 박사는 30일 VOA에 북한이 지난 30일 초대형 방사포라며 시험발사를 공개한 사진에 대해 “미사일의 직경이 발사관에 탑재하기엔 매우 크고 길이 또한 길다”며 조작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동형 차량 주변의 먼지 발생 또한 인위적이고 미사일 끝에서 나오는 화염 주변의 조명도 부자연스럽다고 지적했다. 발사 연기가 차량 전체를 휘감는 것이 아니라 뒤에만 일부 나타나고 있고 매우 밝은 미사일의 화염의 밝기가 사진의 다른 부분의 조명도에는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매우 부자연스럽다는 분석이었다.

합참은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무기가 KN-25로 명명된 ‘초대형 방사포’가 아니라 지난해 8월 3일에 공개한 ‘대구경 조정방사포’와 유사하다고 추정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소장은 VOA에 현재 사진을 분석 중이기 때문에 조작 가능성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신형이라고 주장하는 이번 방사포 체계와 관련해 영상 공개가 제한적인 것 등 매우 수상한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루이스 소장은 “이번 발사가 종전에 공개했던 KN-25 초대형 방사포와는 다르다는 합참의 분석 역시 현재 공개된 정보로는 수긍하기 힘들다”며 “두 무기가 같은 600mm용 방사포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무기의 비행거리와 고도, 외형이 KN-25와 큰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루이스 소장은 “둘의 차이점이라면 이달 들어 2번 쏜 KN-25와 달리 이제는 궤도형 차량에서 기존보다 2개 더 늘어난 6개의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사일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이 KN-23으로 분류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신형 지대지 전술유도무기 KN-24, 초대형 방사포 KN-25 등 최소 3가지 이상의 신형무기를 동시다발적으로 시험하고 있는 것에 대해 큰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방어프로젝트 부국장은 “북한의 전반적 산업 역량을 고려할 때 복수의 팀이 동시다발적으로 유사한 무기체례의 실험을 진행하는 점이 매우 수상하다”고 했다. 이는 일반적인 무기 개발 표준에서 벗어나는 행태며, 상당히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었다.

루이스 소장과 실러 박사도 이 같은 견해에 공감을 나타내면서 특히 KN-23과 KN-24의 경우 사거리와 비행특성 등이 너무나 유사하다며 동시에 개발을 추진하는 의도와 설계 개념, 복적이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VOA에 “KN-23의 경우 수출용으로 해외에 이미 존재하는 다양한 이스칸데르 계열 무기를 들여온 뒤 몇 년 간 사용하지 않고 보관하다가 최근 성능 실험을 강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와 기능이 유사한 KN-24의 경우 불법 수입한 KN-23을 바탕으로 자체 독자 개발을 추진하던 중에 발사 실험을 진행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KN-25의 경우 별도의 연구인력이 KN-09의 후속형으로 오래 전부터 연구하다가 최근 발사 실험에 돌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베넷 연구원은 “김정은이 마치 이 모든 무기들을 동시에 독자 개발하고 있는 것처럼 의도적으로 노출시켰을 수 있다”며 “미북 협상 교착 국면을 맞아 외부의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한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러 박사도 “충분히 일리 있는 추론”이라며 “다만 이번에 사진 조작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지금까지 주장한 신형무기들이 모두 사실은 1, 2개의 같은 제원의 무기일 수도 있다”고 했다. 특히 미사일의 비행경로를 다양하게 조작해서 다른 무기체계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정보 공작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