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구체적 역할론 없고 '도발' 1회 언급, '응징'은 포함조차 안돼
대북특사 거론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번영 여정 시작"
軍 목표로 헌법 규정한 자유통일 아닌 "한반도 평화와 번영" 주장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임전무퇴'(臨戰無退)의 화랑의 기상을 자랑으로 여기는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을 향해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는 자신의 지론을 폈다.

전날부터 1박2일 방북 일정을 수행 중인 대북 특별사절단 파견을 적극 부각하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평화와 번영을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고 자화자찬했다. 나아가 "북핵보다 강한 민주주의가 있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자랑스런 국민들이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주적(主敵)인 북한과 직접 대치할 군(軍)에 구체적인 역할을 당부하는 언급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육군사관학교에서 주관한 '제74기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육군사관학교에서 주관한 '제74기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6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74기 졸업 및 임관식'에서 약 8분간 읽어내려간 축사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자신이 북핵 문제의 '중재자'를 자처하며 조성하는 남북대화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라는 목표를 변함없이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지난해 9월 국군의 날 기념사와 궤를 같이하면서도 대화가 강조됐다. 

대북 대화는 보통의 '무모한 도발', '강력한 응징' 등 강한 어조로 채워진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내용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이날 축사에서는 '도발' 언급("도발을 용납 않는 군사력과 안보 태세") 횟수가 단 한번에 그쳤고 '응징'은 포함조차 되지 않았다.

군의 역할에 관해서는 강한 군대와 튼튼한 국방이 필요하다거나,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대응력을 갖춰야 한다고 에둘러 말했다. 

불과 6개월 전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우리 군은 북한을 압도하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군이 보유한 공격형 방위시스템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등을 거론하는 원론적 입장보다도 후퇴했다는 지적이다.

킬체인은 북한이 도발 징후를 보이면 우리 군이 보유한 탄도미사일로 발사 지점을 미리 타격해 도발 원점을 제거한다는 한국형 3축체계의 1단계 개념이다. 도발 징후 포착이 선행돼야 하지만 적극적인 공격의 개념을 담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육사 졸업식 축사에서는 이러한 내용들을 담는 대신 "적과 싸워야 반드시 이기는 강한 군대의 초석이 돼줄 것을 당부한다", "평화를 만들어가는 근간은 도발을 용납 않는 군사력과 안보태세" 등 추상적인 언급에 그쳤다.

헌법 제4조에서 규정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 즉 '자유 통일'에 대한 사명감을 고취시키는 언급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문 대통령은 "자랑스러운 청년장교 여러분,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튼튼한 안보"라는 말을 통해 군의 목표를 '평화와 번영'이라고만 했다.

이밖에 문 대통령은 정권 구호인 '나라다운 나라'를 장병들에게 거듭 설파했다. "여러분이 바라보아야할 국가는 목숨을 걸고 지킬만한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나라여야 한다. 강한 군대가 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한결같은 사랑과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또한 "부하장병들은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해져서 가족의 품, 사회의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군대"라며 지휘관부터 병사까지 서로 존중하고 사기가 충만한 군을 만들어 나가자"고 발언했다. '무엇을 위한 사기 충만을 당부하는지 알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한편 이번 육사 졸업 및 임관식은 10년 만에 대통령이 주관하는 것으로, 행사 자체는 청와대가 역점을 두고 8년 만에 부활시켰다고 한다. 육사 74기 신임장교 223명과 가족, 친지, 군수뇌부 등 2000여 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임관하는 신임 장교 12명에게 이들의 부모들과 직접 계급장을 달아줬다. 대통령이 신임 장교들에게 계급장을 달아준 것은 처음이라고 청와대는 강조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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