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에게 적용된 12개 혐의 중 ‘사기’ 혐의는 김웅 씨의 건만 적용
‘친여’(親與) 성향 인사들에 대한 수사에 부담을 느꼈나?...협박 당했다는 손석희와 사기 당했다는 윤장현 피해 사실 등은 빠져
자유대한호국단 오상종 대표, “피해자 인권보호에 앞장서야 할 수사기관, 직무유기시에는 고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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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25) 씨가 지난 25일 검찰 송치 전 서울 종로경찰서에 설치된 포토라인 앞에 섰을 당시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소위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25) 씨가 손석희 JTBC 사장, 윤장현 전(前) 광주광역시장, 프리랜서기자 김웅 씨를 속여 금품을 가로챈 것과 관련해, 사건 수사를 맡은 서울 종로경찰서가 조 씨가 자신의 피해자로 지목한 세 사람들 가운데 김웅 씨의 피해 부분만 검찰로 송치했다는 사실이 27일 조선일보의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에 경찰이 ‘친여’(親與) 성향 인사들에 대한 수사에 부담을 느끼고 적극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는 의혹이 일어났다. 지난 25일 검찰 송치 당일, 만일 조 씨가 손 사장과 윤 전 시장 등의 건을 언급하지 않았다면 사건이 묻힐 수 있었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경찰이 지난 25일 조씨를 검찰에 송치하며 적용한 죄명은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제작·배포 ▲강요 ▲협박 ▲강제추행 ▲살인음모 등 12개다. 특히 경찰은 “손석희 사장의 ‘교통사고 뺑소니 동영상’을 주겠다”며 조주빈 씨가 김웅 씨를 상대로 1500만원의 금품을 가로챈 사실이 있다고 보고 조 씨에게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조 씨에게 협박을 당해 돈을 뜯겼음을 인정한 손석희 사장의 건과 “JTBC에 출연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조 씨의 말에 속아 금품을 제공했다고 한 윤 전 시장의 건은 종로경찰서의 검찰 송치 내용에서 사실상 누락돼 있었다. 피해자로 지목된 김웅 씨의 건도 조서가 아닌 진술서 형태로 첨부됐을 뿐이었다.

소위 ‘n번방’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자 손석희 JTBC 사장은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조 시에게 금품을 건넨 것은 증거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행동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또 윤 전 시장의 경우 자신의 피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휴대전화 단말기를 지난 주말 바닷가를 산책하던 가운데 바다에 빠뜨려 분실했다는 사실이 윤 전 시장의 측근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는 경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놨지만, 사정 기관 관계자는 “복잡한 사건도 아닌데 경찰이 그런 식으로 처리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고 전했다.

종로경찰서로부터 사건 서류를 건네받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측은 ‘이번 사건은 송치된 범위 안에서 처리한다’는 지침이 하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수사 관계 기관이 ‘친여’(親與) 성향의 인사들을 수사하는 데에 부담을 느껴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지난 25일 검찰 송치 전 종로경찰서 포토라인 앞에 선 피의자 조 씨가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한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말하지만 않았다면 손 사장이나 윤 전 시장의 피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질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27일 조 씨에 대한 두 번째 소환 조사를 진행한 검찰은 조 씨에 대해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할 것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이 혐의가 입증된다면 조 씨는 최고 사형에 이르는 처벌을 할 수 있게 되며 그 공범 또한 중벌을 받게 된다.

한편, 수사 기관의 ‘사건 축소’ 의혹이 불거지자, 우파 시민단체들도 발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자유대한호국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오상종 씨는 28일 펜앤드마이크와의 인터뷰에서 조주빈 씨 등이 연루된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수사기관 감시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 씨는 이날 “손석희 사장과 윤장현 전 시장의 피해 사실이 드러난 만큼, 수사 기관이 인권보호 차원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수사도 철저히 해야 한다”며 “만일 검찰 등 수사 관계 기관의 수사가 부실하게 진행되거나 그렇게 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수사 관계자들을 ‘직무유기’ 등으로 직접 고발하는 등의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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