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자유민주진영 싸잡아 "친일 매국 反민주 인권유린 국정농단"
이른바 '촛불혁명' 우파 청산 선동…"민주당 모든 지도자 단결"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지난 1일 3.1절 기념사를 하는 모습.(사진=충남도청 동영상 캡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지난 1일 3.1절 기념사를 하는 모습.(사진=충남도청 동영상 캡처)

문재인 정권 들어 발생한 최악의 정치인 성폭력 스캔들로 더불어민주당에서 '즉각 제명'당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과거 현직 도지사 신분으로 전임 박근혜 정권을 전면 폄하하며 내세운 정의관(觀)이 재조명된다.

안 전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교체 이후에도 집권 당위성으로 거듭 내세우는 이른바 '촛불 혁명'에 적극 동조해, 지난 2016년 12월20일 "함께 혁명--정의로운 나라를 향해"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바 있다.

해당 글은 여야를 아울러 '온건·합리적 인사'로 평가를 받던 그의 평소 태도와 달리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전면 폄하하는 과격한 언사로 가득했다. 글이 올라간 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가 의결한 지 11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안 전 지사는 글 초입부터 역대 비(非)좌파 수권세력을 싸잡아 "친일 매국 사대주의의 청산되지 못한 역사가 독재를 낳았다"며 "그 친일 독재 세력은 지역주의와 종북좌빨 공세로 야당을 고립시키고 국민을 분열시켜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70년 헌정사를 유린한 채 오늘에 이르렀다"고 규정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의 직함도 생략하고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은 박근혜 탄핵 국면 속에서도 반성없는 친박(親박근혜) 세력들에 의해 또다시 장악돼 버렸다"며 "그들은 헌재(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촛불민심을 우롱하고 있다"고 공세를 폈다.

그는 "청와대는 일체의 혐의(소위 국정농단 의혹)를 부인하며 황교안 대행체제와 친박 새누리당을 통해 여야의 정쟁·진흙탕 싸움과 야권의 분열을 기다리고 있다"며 "청와대와 친박 새누리 세력은 촛불이 꺼지기만을 기다리며 그들의 전통지지세력 결집을 획책하고 있다"고 선동했다.

안 전 지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박 대통령 탄핵을 관철시키자. 국민을 우롱하는 친박 새누리당은 즉각 해체해야 한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다 이루지 못한 친일 과거사 청산을 마무리하자. 지역주의, 종북좌빨 운운하는 못된 정치를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게 하자. 친일 수구세력에 협력해왔던 모든 권력기관, 재벌의 책임을 묻고 개혁해야 한다"는 구호를 적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의 모든 지도자들과 대선 후보들은 한 마음으로 단결해서 대한민국을 전면적으로 쇄신하라는 국민의 명령에 충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청산되지 못한 이 역사, 그 역사가 반복해서 빚어내고 있는 새누리 정권의 어처구니없는 민주주의 역행, 인권유린, 국정농단을 더 이상 우리 후손에게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수·자유민주 우파진영을 싸잡아 친일·매국·인권유린·민주주의역행·국정농단 세력으로 규정한 것에 다름없는 안 전 지사의 글은 친노(親노무현)계 대표 정치인의 일원으로서 일각에서 '역시나'라는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안 전 지사는 김일성 주체사상파가 장악했다는 의혹을 떨치지 못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의 전신 격인 '반미(反美)청년회' 조직을 주도했던 '운동권의 대부' 인사다. 이는 본인의 저서 '담금질'에서 밝힌 사항이다. 반미청년회는 전대협 결성뿐 아니라 배후 조종했으며 "민족혁명 인민(민중) 민주주의(NLPDR)"를 신봉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사진=2016년 12월20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페이스북
사진=2016년 12월20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페이스북

 

안 전 지사는 1982년 고려대 철학과 입학 후 학생운동에 투신해 고려대 내 14개 써클을 해체하고 '애국학생회'라는 단일 지하조직을 만들었다. 서울대 구국학생연맹·연세대 반제(反제국주의)학생동맹 등 통합써클 조직을 전국 대학 차원으로 확대한 게 1987년 조직된 '반미청년회'였고 이것이 전대협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안 전 지사는 반미청년회 조직 후 서울지역 학생운동을 책임졌는데 다른 학생들보다 나이가 더 많아 '대부'로 불렸다고 소회했다. 반미청년회 사건과 관련해 국가보안법 혐의로 징역을 살다가 1988년 12월 노태우 당시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10개월 만에 풀려났으며, 1989년 이철 당시 신민당 국회의원의 비서로 국회에 입성했다. 

안 전 지사는 1990년 3당 합당으로 민주자유당이란 거대 여당이 탄생하자, 이기택 김정길 장성화 박찬종 홍사덕 이철 노무현 등 통일민주당 7인의 의원들과 함께 당에 남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후일 노 전 대통령의 '좌희정 우광재'로 함께 불리게 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의 소개로 1994년부터 노 전 대통령을 주군으로 모시게 된 안 전 지사는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는 그러나 2002년 대선 과정에서 기업들로부터 불법자금 65억여 원을 받았다는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2003년 징역 1년 형을 받고 2004년 만기 출소하면서 노 전 대통령 최측근임에도 정권 핵심부에 다가서지는 못 했다. 

이후 2009년 민주당 최고위원 당선을 계기로 본격 정계에 재등판하고, 충남지사 연임, 2017년 제19대 대선 민주당 경선 2위 후보 등 승승장구했지만 올해 3월5일 충남지사 수행 여비서의 '8개월에 걸친 성폭력' 폭로로 정치생명이 위태로워졌다.

안 전 지사는 지난 19대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선의', '대연정' 등 우클릭 발언으로 친문(親문재인) 지지층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초래했지만, 정작 '전향 선언'은 한 적이 없는 인물이다. 

이번 파문으로 좌파 운동권 출신들을 둘러싼 문란한 성(性)인식 비판 대상에 포함된 데다, 우파진영을 싸잡아 극단적 언사를 퍼부은 전력을 미루어 주사파 운동권 시절 가치관에서 그다지 변한 점이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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