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 김웅과 분쟁 벌이던 손석희에게 ‘폭행 사주받았다’ 공갈해 금품 챙겨
손석희, 수사기관 신고 않고 단독으로 해결 시도...조주빈 영향력에 굴복한 이유 있나?
조주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윤장현에게 접근...“뉴스룸 출연해서 억울함 풀어라”
조주빈 대리인, 윤장현 앞에서 JTBC 사옥 내 손석희와 대화하는 모습 보여줘
윤장현, 최근 휴대전화 분실해...측근 “바닷가 산책 갔다가 빠뜨렸다”

손석희 JTBC 대표이사와 '박사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연합뉴스

희대의 성폭력범 조주빈(24)씨에게 사기를 당한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은 법정에 출석해 “36년 언론계 생활을 이렇게 마무리하게 될 줄”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손 사장은 조씨로부터 일방적인 협박을 받았고 ‘증거 확보’를 위해 금품을 지불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은 데는 조씨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는 모종의 약점을 잡혔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펜앤드마이크 취재에 따르면, 조씨는 미성년자 등 여성을 상대로 협박하고 성(性) 착취물을 제작·유포하는 수법 외에도, 손 사장과 윤장현 전 광주시장, 프리랜서 김웅 기자 등에게 공갈과 사기 행각을 벌여 범죄 수익을 챙겼다.

<조주빈, 김웅과 법적 분쟁 휘말린 손석희에게 “김웅한테서 폭행 사주받았다”며 공갈 협박>

조씨는 손 사장에게 텔레그램으로 접근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김웅 기자의 사주를 받은 ‘흥신소 사장’이라고 사칭했다. 당시 손 사장은 차량 접촉 사건으로 김 기자와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에 조씨는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가 당신과 가족을 해치라고 내게 돈을 지급했다”면서 봐주는 대가로 금품을 요구했다. 조씨는 자신의 공갈에 설득력을 얻기 위해 김 기자와 텔레그램으로 대화한 것처럼 보이는 조작 문자를 손 사장에게 보여줬다.

그러나 손 사장은 조씨의 협박을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단독으로 해결하려 시도했다. 조씨가 금품을 요구하자 이에 응한 것이다. 이에 대해 손 사장은 “증거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오히려 조씨의 협박은 손 사장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또 손 사장이 신고할 수 없게 강제하는 장치를 조씨가 쥐고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된다.

손 사장이 조씨와 관련해 전날 발표한 입장문에서도 내용상 모순되는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 사장이 조씨의 조작 문자와 관련해 “텔레그램 내용은 매우 정교하고 치밀하게 조작돼 있어서 이를 수사하던 경찰마저도 진본인 줄 알 정도였다”고 묘사한 부분과 “설사 조주빈을 신고해도 또 다른 행동책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에 매우 조심스러웠고, 그래서 신고를 미루던 참이었다”고 언급한 부분이다. 부장검사 출신 현직 법조인은 이에 대해 “앞 문장은 경찰이 내용을 안다는 거고, 뒷 문장은 경찰이 모른다는 뜻이기에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윤장현 전 광주시장./연합뉴스

<손석희,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조주빈한테 당한 사기 사건에도 등장>

손 사장은 조씨의 또 다른 피해자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당한 사기 사건에도 언급된다. 윤 전 시장은 지난해 권양숙 영부인 사칭범에게 속아 네 차례에 걸쳐 4억5000만원을 지급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그러던 중 같은 해 여름 조씨는 텔레그램으로 ‘청와대 최 실장’ 행세를 하며 윤 전 시장에게 접근, 손 사장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조씨는 윤 전 시장과 통화하면서 “누명을 벗겨 드리겠다.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손석희의 뉴스룸에 출연시켜주겠다”는 취지로 수고비를 요구했다.

윤 전 시장은 같은 해 8월 조씨와는 별도의 인물인 ‘안내자 박 실장’을 따라 서울 상암동 JTBC 사옥에 출입했다. 이후 스튜디오 먼발치서 ‘박 실장’이 손 사장과 만나 이야기하는 모습을 눈으로 봤다고 한다. 조씨의 공갈을 신뢰하게 된 계기가 됐을 것이고, 조씨에게는 박 실장을 손 사장과 JTBC 사옥에서 직접 대화할 수 있게 만드는 장치가 존재했을 것이란 추측이 제기된다. 조씨는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수차례 언론과 정재계 친분을 과시하는 수법으로 회원들을 현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조씨는 윤 전 시장에게 조만간 뉴스룸 인터뷰 일정을 잡자고 했지만, 출연은 현실화하지 못했다. 현재 ‘박 실장’은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윤 전 시장한테서 1000~2000만원 사이의 금액을 뜯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시장은 자신이 사기당한 사실을 최근 조씨가 검거되면서 뒤늦게 파악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윤 전 시장 측근에 따르면 그는 지난 주말 바닷가에 산책하러 갔다가 휴대전화를 빠뜨려 잃어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손 사장이 연관된 조씨 사기 행각의 일부를 밝힐 수 있는 휴대전화가 공교롭게도 이 시점에 분실된 것이다. 향후 검·경 수사에 차질을 불러올 수도 있는 대목이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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