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심야 최고위서 공관위의 '민경욱 취소-민현주 공천案' 기각, '공천무효' 요구했던 4개 지역도 직접 의결
경북 경주-부산 금정 지역구 경선지역화, 경선후보군서 배제됐던 김석기-백종헌 재도전 기회
경기 의왕과천에 신계용 전 과천시장, 화성을 임명배 전 당협위원장도 최고위 의결로 공천
李공관위, 앞서 4개 지역구 공천 취소 요구에도 수용 '시늉'만 해놓고 "모두 수용" 언론플레이 의혹

제21대 총선 공천을 놓고 미래통합당 최고위원회와 공천관리위원회의 '기세 싸움' 속 인천 연수구을 공천 결과가 '엎치락 뒤치락'되길 반복한 민경욱 의원과 민현주 전 의원.(사진=연합뉴스)
제21대 총선 공천을 놓고 미래통합당 최고위원회와 공천관리위원회의 '기세 싸움' 속 인천 연수구을 공천 결과가 '엎치락 뒤치락'되길 반복한 민경욱 의원과 민현주 전 의원.(사진=연합뉴스)

4.15 총선 후보자 등록기간(26~27일)을 불과 하루 앞둔 25일 미래통합당 '황교안 지도부'가 총 4개 지역구 공천 '무효'를 의결하며 공천관리위원회와 갈등을 빚은 가운데, 공관위는 친황(親황교안)계로 분류되는 민경욱 의원에 대한 인천 연수구을 공천 취소안(案)을 올리며 파열음을 더욱 키웠다. 

하지만 통합당 최고위원회는 이날 밤 국회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공천관리위가 요청한 민경욱 의원 공천 무효 건을 기각해 후보로 확정했다. 이진복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공관위에서 (결격사유로) 결정한 내용은 법률적으로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또한 공천관리위원회의 단수 추천을 철회하고 부산 금정구, 경북 경주 지역구에 대해 오는 26일 하루 동안 여의도연구원에서 여론조사를 통해 경선을 하기로 했다. 부산 금정은 김종천 영파의료재단 병원장 공천을 취소하고, 경선 배제됐던 백종헌 전 부산시의회 의장과 원정희 전 금정구청장 양자간 경선이 진행된다. 경북 경주는 박병훈 전 경북도의회 운영위원장 공천이 취소되며, 컷오프됐던 김석기 의원과 김원길 통합당 중앙위원회 서민경제분과위원장이 재경선에서 맞붙는 구도다. 

경기 의왕시과천시에는 공관위의 '청년벨트' 지정 전 공천을 신청했던 신계용 전 과천시장을 단수추천하고, 화성시을은 임명배 전 당협위원장을 공천했다.

미래통합당 이석연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위원장 직무대리)이 3월25일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공천을 취소한 경기 의왕 과천 이윤정 후보에게 항의를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이석연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위원장 직무대행)이 3월25일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공천을 취소한 경기 의왕시과천시 이윤정 예비후보에게 항의를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로부터 약 4시간 전 이석연 공관위 부위원장(위원장 권한대행)은 공관위 회의 결과 브리핑을 통해 "민경욱 의원의 선거운동 행위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결정이 내려졌다"며 "그의 추천 무효를 요청함과 동시에 기존 공천됐던 민현주 전 의원을 추천해 최고위에 올리겠다"고 말했다.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민현주 전 의원은 공관위원으로 참여한 김세연 의원과 함께 친(親)유승민계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당초 김형오 위원장 체제의 공관위에서 인천 연수을에 단수추천을 받았다가, 공관위가 최고위로부터의 재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 지역구 현역인 민경욱 의원과 경선을 치르게 됐었다.

전날(24일) 발표된 경선 결과 민경욱 의원은 55.8%를 얻어 여성가산점 5% 포함 49.2%를 득표한 민현주 전 의원을 이겼고, 최고위 의결로 공천을 바로 확정받았다. 공관위에서 '막말' 굴레를 씌워 공천 배제하려 했던 현역 의원의 경쟁력이 적지 않게 앞섰던 셈이다. 그런데 이날 공관위는 최고위 결정을 도로 뒤집고 민현주 전 의원을 단수추천하는 안을 최고위에 넘겼다.

인천시 선거관리위원회가 민경욱 의원 측이 배포한 소셜미디어 카드뉴스 등 선거 홍보물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은 대표발의 법안 3건을 통과시켰다고 기재해 허위사실이 포함됐다고 밝힌 게 공관위의 결정 번복 사유였다. 민경욱 의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직원 입장에선 담고 싶은 내용은 많은데 이를 한장의 카드뉴스로 축약하다 보니 본래 취지와 다르게 다소 오해의 소지가 생겼다"고 위법성을 시인하면서도 일각의 '당선무효형' 전망엔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고 항변했으나, 공관위는 즉각적인 공천 취소로 대응한 셈이다.

공관위는 앞서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에서 이뤄진 4개 지역구 공천 취소 요청도 일견 수용한 듯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아니올시다' 수준의 판단을 내려 항명에 다름없었다.

미래통합당 (왼쪽부터) 김석기 의원과 백종헌 전 부산시의회 의장은 제21대 총선 공천관리위원회에 의해 각각 경북 경주시, 부산 금정구 경선에서 원천 배제됐다가, 3월25일 최고위원회의 결정으로 경선 대상자로서 부활했다.(사진=연합뉴스)

우선 일부 후보가 경선에서 부당하게 배제됐다고 문제를 제기한 2개 지역구에 대해 단순 경선탈락자로 공천 대상을 교체하는 식의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현역 김세연 의원과 공개 갈등을 빚은 백종헌 전 부산시의회 의장이 경선 배제됐던 부산 금정구(김종천 영파의료재단 병원장→원정희 전 금정구청장), 마찬가지로 현역 김석기 의원이 컷오프된 경북 경주시(박병훈 전 경북도의회 운영위원장→김원길 통합당 중앙위 서민경제분과위원장)가 그 사례다.

또 공천 취소 요청을 수용했다는 나머지 경기 의왕시과천시와 경기 화성시을의 경우 후보자 추천 없이 최고위에 추천권을 위임하는 형식을 취해, 총선 후보등록일 직전 지도부의 정치적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왕과천은 지난해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낸 김세연 의원에 의한 측근 공천설이 제기된 이윤정 전 여연 퓨처포럼 공동대표가 공관위의 '청년벨트' 지정에 의해 기성정치인들을 밀어내고 '비공개 2인 오디션'을 거쳐 우선추천(전략공천)을 받았던 곳이고, 화성을은 한규찬 전 평안신문 대표가 공천받았던 지역이다. 

이석연 부위원장은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올렸는데 최고위에서 정무적 판단으로 무효로 해서 우리로서는 최고위 결정을 양심으로는 승복할 수 없지만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무공천 지역으로 남겨둘 수 없다. 최소한의 선거 전략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4개 지역구 공천 무효화에 대해) 지금도 제 양심의 소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 현명한 시민들은 파국만은 면해달라는 소리가 울리고 있다"고 지도부를 비(非)양심세력으로 몰아세우는 발언을 했다.

공관위는 이날 저녁 최고위에서 또 다시 공천을 무효화 할 경우 대응 방안에 대해 "그건 공관위에서 끝났다. 저희는 더 이상 회의 안 한다"며 "당에서 받아들일거라고 믿고 공관위 판단에서 볼 때 받아들일거라 생각한다"고 벽을 쳤다.

한편 공관위는 이와 함께 호남 지역구 2곳의 후보도 추가 공천했다. 28개 가운데 12개 지역구에 후보를 내게 됐다고 공관위는 밝혔다. 전남 여수시을은 임동하 전 당협위원장, 전남 신안군·무안군·영암군은 이인호 전 전남대 공과대학 객원교수가 각각 단수 추천됐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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