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주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 방상혁 상근부회장 기존보다 후순위로 밀려나 논란
"文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이냐, 원전이냐' 이슈로 싸우지 않았느냐"...원전업계 분노
文대통령에게 일찍부터 '중국발(發) 비행기 입국 제한조치' 요구해온 의료계도 불만 토로
"한국자동차부품판매업협동조합, 대한미용사중앙회 보다 후순위라는 점이 아쉽다"
민주당은 비례명단 10위권 내로 의료계-탈원전 인사 등 모두 안배
우파시민 "정부여당의 실정 거세게 몰아쳐야 할 때 그동안 공격당한 트라우마 메꾸려는 방어에만 급급"
정치권 "여당시절에나 가능했을 밋밋한 결과"..."야당은 이슈를 만들어 바람몰이를 해야"
공관위 관계자 "표밭 확장 위해 각종 직능대표 모두 망라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 얻었다"

사진 = 연합뉴스

천신만고 끝에 도출된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명단에서 우한폐렴 사태의 최전방에서 분투하고 있는 의료계와 망국으로 치닫는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에 맞서고 있는 원전업계의 주요 인사들이 당선권 밖으로 밀려나 논란이다. 공관위 측 인사는 애당초 모두가 합의를 이뤘던 대의와 달리 막상 논의에 들어가자 표밭 확장을 위해 각종 직능단체장들을 망라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명단 작성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24일 원전업계에 근무 중인 우파성향의 30대 남성 A씨는 “민주당은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을 (당선권에) 넣었고, 통합당은 하재주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을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당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이냐 원전이냐’의 이슈로 치열하게 싸운다고 싸우지 않았나”라며 이번 미래한국당의 비례명단에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 전 원장은 이전 명단에서 16번이었으나 23일 새롭게 발표된 명단에서 26번으로 밀려났다.

우파단체 활동가인 B씨도 하 전 원장이 26번을 받게 된 사실이 의아스럽다며 “당선권에서 벗어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하 전 원장이 24번을 받은 한국자동차부품판매업협동조합 이사장보다 밀리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듭 감염원 유입 최소화를 위해 중국발(發) 비행기 입국 제한조치를 요청해온 대한의사협회의 방상혁 상근부회장도 후순위로 밀려났다. 앞선 명단에서 20번을 간신히 받았던 방 부회장은 이번 명단에서 22번을 받아 당선권에서 보다 멀어졌다. 최대집 대한의협 회장은 지난 19일 성명에서 “나와 함께 문재인 케어에 맞섰음은 물론 이번 코로나19 비상사태에서는 최근 3주간 대구 현장에 내려가 감염 환자들을 치료하며 대책 수립과 정부의 책임 추궁에 앞장섰다”며 최근 한국당의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 벌어진 내홍을 지적한 바 있다.

방 부회장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는 소식에 우파시민단체 주도의 장외집회에 부지런히 참석해온 한 시민은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이 대한미용사중앙회 회장보다 후순위라는 점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대한의협 회장을 역임한 노환규 자유수호의사회 회장도 지난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더불어시민당에서는 보란듯이 여의사를 비례 1번으로 앉혔는데 미래한국당에서는 의사협회의 공식 대표를 당선권 밖으로 밀어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명단 10위권 내로 이들 분야의 인사 모두를 안배했다. 1번은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로 언론을 통해 "코로나와 싸우는 의사가 비례후보 1번"으로 벌써부터 알려지고 있다. 9번은 탈원전을 주창해온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에게 돌아갔다. 이외로도 여권은 7번에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앉혀 '위안부' 문제가 갖는 정치적 중요성을 십분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지지층에게 전했다.

우파성향의 시민들은 이 같은 점을 지적하며 낙담하고 있다. 한 시민은 통합당이 “정부여당의 실정을 거세게 몰아쳐야 할 때 그동안 공격당했던 트라우마를 메꾸기 위한 방어에 급급했다”며 벌써부터 지고 들어가는 싸움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비례명단을 통해 국민들에게 선명한 대여투쟁과 이슈선점을 위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 했다는 평가절하가 나오는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여당은 조직선거가 가능해 이익단체들을 최대한 많이 참여시키는 게 유리하지만 야당은 이슈를 만들어 바람몰이를 해야 선거에서 표가 몰린다”는 속설을 전하며 이번 비례명단이 “여당시절에나 가능했을 밋밋한 결과”라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국당 공관위 내부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24일 펜앤드마이크에 “탈원전과 우한폐렴 이슈를 부각시키지 못한 비례명단이 논란이 될 줄 예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표밭 확장을 위해 각종 직능대표 모두를 망라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다”며 “여기에 남녀비율과 장애인 배려 등까지 하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고 설명했다. 대여투쟁을 위한 이슈를 만들어내고 선점하는 데 무게를 두는 인선이냐, 주요 이익단체장들을 끌고 와 외연을 확장하는 인선이냐를 두고 팽팽히 맞섰다는 것이다. 결과는 전자가 소수의견에 지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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