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사건'에 경찰 수사망 좁혀오자 조주빈 추정 인물 “文대통령이 공정사회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글 말미에 文 슬로건이었던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공정하게’ 덧붙여
조씨 편집장 시절 학보사 페이스북에 ‘박근혜 게이트 진실 보도하라’ 글 올라와
조씨, 미성년 성착취물 촬영·배포하는 시기에 활발하게 봉사활동하기도
조씨의 처벌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글 251만 서명받아...국민의 공분 산 충격적 사태

사진은 23일 SBS에서 보도한 조주빈의 모습./SBS, 연합뉴스
사진은 23일 SBS에서 보도한 조주빈의 모습./SBS, 연합뉴스

여성을 상대로 성착취 영상물을 촬영해 이를 텔레그램으로 유포한 ‘박사방’ 사건이 파문을 일으키자 언론에서는 주범 조주빈(25)씨의 신상을 공개했다. 이런 가운데 희대의 성폭력범으로 국민의 공분을 산 조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추정돼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핵심 인물 ‘박사’ 조주빈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지난 9일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 남긴 메시지./국민일보

24일 펜앤드마이크 취재 결과 그는 박사방을 운영한 혐의로 경찰 수사망에 오른 시점인 지난 9일 텔레그램 대화방에 “이런 XX 기자의 취향이 담긴 망상 글에 국민이 속을 것을 생각하니 무력감에 넋이 나간다”며 “문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만들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문 대통령의 대선 후보 당시 슬로건을 말미에 덧붙이기도 했다.

해당 사진을 게재한 국민일보에 따르면, 조씨로 추정되는 인물은 언론사 추적에 압박을 느끼자 이러한 글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 글을 쓴 인물이 조씨가 쓰던 ‘단 하나의 별’이란 프로필을 똑같이 사용했고, 대화방에 참여한 복수의 제보자가 글 작성자를 조씨로 지목했다는 점에서, 작성자가 조씨라는 추정에는 신빙성이 확보된 상태다.

조주빈씨가 학보사 편집국장을 맡던 시기에 학보사 명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페이스북
조주빈씨가 학보사 편집국장을 맡던 시기에 학보사 명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페이스북

조씨의 이 같은 성향은 대학생 시절부터 이어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4년 수도권 모 전문대학 정보통신과에 입학한 조씨는 1학년 때부터 학보사(교내신문) 기자로 활동하며 좌파 성향의 정치 기사를 써왔다. 그가 학보사 43기 편집국장을 맡던 시기로 파악되는 2016년 말에는 학보사 명의의 페이스북에 ‘전현직 대학언론인 477인의 시국선언’에 참여한다며 “박근혜 게이트 진실을 보도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박근혜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부디 진실을 왜곡하거나 숨기지 않고 그대로의 것을, 오직 진실만을 보도해달라” 등의 요구가 담긴 글이 올라왔다.

비정부기구(NGO) 모 단체 봉사활동 중인 조주빈./페이스북

한편 피해자 여성을 협박하고 성폭행을 자행, 이를 촬영해 돈을 벌던 조씨는 같은 시기에 대외적으로는 봉사활동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10월쯤부터 봉사활동을 시작, 이후에는 NGO 모 단체 장애인지원팀 팀장을 맡을 정도로 ‘선량한 청년’의 얼굴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조씨는 지난해 11월 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여러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아, 나 역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다 군 전역 후 봉사활동을 시작했다”면서 “어느새 봉사자와 수혜자의 관계가 아닌 형과 동생, 오빠와 동생이 되어 편안히 즐길 수 있었다. 앞으로도 봉사를 삶의 일부로 여기고 지속적으로 봉사할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씨가 ‘박사방’을 만든 시점은 2018년 12월쯤이다. 결국 뒤로는 미성년의 인권을 짓밟으면서 겉으로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이중 생활’을 한 것이다.

그와 공범인 일당은 ‘영상 촬영 고액 알바’ 등의 수법으로 여성들을 유인해 약점을 잡은 뒤 성폭행을 포함한 각종 성학대를 자행하고 이를 촬영해 텔레그램에 가입된 유료회원들에게 유포했다. 23일까지 밝혀진 피해자는 74명이며 이중 16명은 중학생 등 미성년자다.

현재 조씨의 신상필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준 약 251만명이 서명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텔레그램 ‘n번방’과 박사방을 이용한 유료회원들의 신상 공개를 요구하는 청원 서명도 170만명을 넘어섰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경찰은 이 사건을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철저히 수사해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라며 “(채팅방) 회원 전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내부위원 3명,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조씨의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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