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 "만족한 합의, 남북 수뇌상봉 내용도"...비핵화 거론은 없어
특사단, 김정은·리설주 등과 만찬 상황, '깜깜이 방북'에 北측 먼저 타전
김정은 "보란듯이 관계 전진시키고 조국통일 새 역사 쓰자"
특사단, 평창올림픽 성공 두고 김정은에 감사표시
조선중앙통신, '만족한 합의' 거론하며 "동포애적 분위기" 강조
김의겸 靑대변인, 기자단 '비핵화 논의여부' 묻자 "그렇겠죠"
한국당 "밀실방북 규탄…귀국후 협상내용 진실되게 밝히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5일 북한을 방문한 대북특별사절단 수석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청와대)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5일 북한을 방문한 대북특별사절단 수석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이 지난 5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과 노동당 본관에서 접견 및 만찬으로 4시간 넘게 회동했다. 김정은이 지난 2012년 집권 이래 한국 측 인사를 만난 것은 처음이며, 한국 측 인사가 노동당 본관에 방문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5일 밤 특사단과 김정은의 만남에서는 그 부인인 리설주도 배석한 가운데 남북 정상회담을 포함한 주제가 논의됐고, 양측간에 일정한 합의도 이뤄졌으며, 이같은 합의의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특사단이 6일 김영철과 후속 실무회담에서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소식은 특사단이 취재진 없이 '깜깜이 방북'을 한 탓에, 6일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로 먼저 알려졌다. 조선중앙통신은 특사단 구성원을 소개하고 김정은이 특사단 일행과 일일이 손을 잡으면서 환대했다는 소식, 특사 수석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는 소식 등을 전했다.

아울러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특사단과 "'북남(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시키고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데서 나서는 문제들에 대해 허심탄회한 담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세계가 보란듯이 북남(남북)관계를 활력있게 전진시키고 조국통일의 새 력사(역사)를 써나가자는 것이 우리(북한 정권)의 일관하고 원칙적인 입장이며 자신의 확고한 의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특사단은 김정은에게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측 대표단을 파견한데 대해 "대회가 성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해 주셨다"며 감사 인사를 했고, 김정은은 "한 핏줄을 나눈 겨레로서 동족의 경사를 같이 기뻐하고 도와주는 것은 응당한 일"이라며 "(올림픽이) 북남 사이에 화해와 단합, 대화의 좋은 분위기를 마련해나간 데서 매우 중요한 계기"라고 화답하는 등 양측은 올림픽을 자축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김정은이) 남측 특사로부터 수뇌상봉(정상회담)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뜻을 전해들으시고 의견을 교환하셨으며 만족한 합의를 보셨다"고 타전하며 김정은이 정상회담 관련 실무 착수도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양측 회동이 "동포애적이며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구태여 강조하면서 김정은이 특사단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6일 오전 춘추관 브리핑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이끄는 대북 특사단 5명(정의용 실장, 서훈 국가정보원 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김상균 국정원 2차장,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 실장)은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접견하고 이어 만찬까지 진행했다"며 "접견과 만찬에 걸린 시간은 저녁 6시부터 10시12분까지 모두 4시간12분"이라고 밝혔다. 

김의겸 대변인은 "접견과 만찬은 조선노동당 본관에 있는 진달래관에서 이뤄졌다"며 "남쪽 인사가 노동당 본관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접견에는 김정은 (국무위원회) 국무위원장, 김영철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겸 통일전선부장),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참석했고, 이어진 만찬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조평통위원장 리선권, 통전부 부부장 맹경일, 서기실장 김창선이 추가로 참석했다"고 각각 거명했다. 

김 대변인은 "특사단은 오늘(6일) 후속 회담을 가진 뒤 오후에 서울로 돌아올 예정"이라고 했다. 

대북특사단이 지난 5일 북한 조선노동당 본관에서 김정은(왼쪽에서 세번째)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특사단 수석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정은,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사진=청와대)
대북특사단이 지난 5일 북한 조선노동당 본관에서 김정은(왼쪽에서 세번째)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특사단 수석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정은,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사진=청와대)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조중통의 '만족한 합의' 보도 관련 "협의라고 할지 합의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결과가 있었고 실망스럽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내용은 특사단이 돌아와서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영철이 지난 5일 (특사단 일정) 내내 참석 및 배석하고 있었다"며 "후속회담은 김영철과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특사단 활동 상황은 김정은과 만찬이 끝난 뒤인 5일 밤 11시20분경 청와대에 전달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와 북한 정권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은 '화해 무드'를 연출했지만, 정작 이날 조중통 보도와 청와대 브리핑을 종합해 보면 '비핵화'라는 단어는 단 한번도 거론되지 않았다. 청와대 기자단이 '5일 대화에서 비핵화 방법론도 논의됐느냐'는 취지로 질문하자 김 대변인이 "그렇겠죠"라고 답하는 데 그쳤다.

한편 특사단은 5일 오후 1시50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2호기를 타고 이륙해 2시50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뒤 방북 일정을 수행 중이다. 6일 오후 6시쯤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 귀국 일정은 "상황이 매우 유동적"이라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특사단 귀국 전까지 북한 내부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추가로 알 만한 정황은 전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정태옥 대변인이 "대북특사 소식을 북의 조선중앙TV를 통해 보고 들어야 하는 기막힌 현실을 개탄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 "우리 측 기자단이 대북특사단을 수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번 방북을 '밀실 방북'으로 규정했다.

정 대변인은 "대한민국의 눈과 귀를 가린 채 문재인 정부와 김정은은 짬짜미로 무슨 일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국민들은 두려워하고 있다"며 청와대에 "특사단 귀국 즉시 북과 어떤 협상을 진행했는지 진실되게 밝히지 않으면 국민들은 청와대와 북의 일방적인 발표를 결코 신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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