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대표 "밴드왜건효과 노린 여론조작 좌시 못해" 연장선
19대 대선 前 바뀐 '나홀로 가나다순' 정당명 열거도 지적
美본사 항의공문·靑 일감몰아주기 조사·자료 10년보관 추진

한국갤럽은 전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국내 여론조사업체 중 유일하게 5%도 안 되는 국정지지도 조사 결과를 내 '박근혜 지지율 4%' 프레임을 조장하는 데 일조한 바 있다.(사진=TV조선 방송 캡처)
한국갤럽은 전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국내 여론조사업체 중 유일하게 5%도 안 되는 국정지지도 조사 결과를 내 '박근혜 지지율 4%' 프레임을 조장하는 데 일조한 바 있다.(사진=TV조선 방송 캡처)

자유한국당은 5일 여론조사업체인 한국갤럽이 과거와 현재를 아울러 자당 계열 정당에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해 왔다는 의혹을 근거자료와 함께 공식 제기했다. ▲정당명 열거순서의 문제 ▲선거결과 등 예측 실패 ▲유도성 정책설문 ▲원칙없고 편파적인 정치현안 설문 의심사례를 제기하는 한편 미국 갤럽 본사에 개선을 촉구하는 항의공문을 전달하고 당 차원의 불신 캠페인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당 홍보본부는 이날 '한국갤럽 여론조작 사례 및 개선방안-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보도자료를 냈고, 홍보본부장인 박성중 의원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열어 갤럽 불신 캠페인의 첫발을 뗐다. 이는 앞서 홍준표 당대표가 갤럽을 지목해 "밴드왜건 효과를 노리고 여론 조작이나 일삼는다"며 "더 이상 참고 볼 수가 없어 이제 본격적인 대책을 준비하고자 한다"고 예고한 것의 연장선이다.

한국당은 이번 자료를 통해 "잘못된 여론조사는 후보자는 물론이고 유권자에게까지 큰 혼란을 줘 결국 선거결과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중대한 문제"라며 "더욱이 갤럽은 한국당에 대해서만 유독 낮은 결과를 발표하고 있어, 여론조사를 하고 있는 것인지 여론조작을 하고 있는 것인지 자세히 살펴 본 결과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정당지지도 조사상 정당명 열거 순서 문제에 대해 한국당은 "(갤럽이) 과거에는 의석 순으로 로테이션했으나 현재는 가나다 순"이라며 "대다수 여론조사기관들이 의석 순 또는 무작위 랜덤 로테이션인 반면 갤럽만 유독 가나다 순"이라고 지적했다.

분석 결과 한국당이 여당이던 지난 2016년 6월2주까지 갤럽은 의석 순(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국민의당, 정의당)으로 정당명을 열거했지만 2017년 제19대 대선을 앞두고 가나다 순으로 변경하면서 '자유한국당'은 적어도 네 번째 이후로 불리게 됐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의석 순 열거 방식을 택한 여론조사업체는 칸타코리아, 조원씨앤아이, 알앤써치, 메트릭스코퍼레이션,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 글로벌리서치 6곳이며 무작위 순 열거를 택한 업체는 리서치앤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리얼미터 4곳이라고 밝혔다. 가나다 순방식은 한국갤럽이 유일했다.

사진=자유한국당 홍보본부 자료
사진=자유한국당 홍보본부 자료

한국당은 선거 예측 실패에 관해서는 갤럽의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출구조사와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정당지지도(민주당에 비해 압도적 우세) 조사의 빗나간 예측 사례를 들었다. 아울러 홍준표 대표가 당 후보로 나섰던 19대 대선 여론조사에서도 갤럽은 홍준표 후보를 타 업체에 비해 제일 낮은 수치로 발표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갤럽, 리얼미터, 알앤써치, 조원씨앤아이 4개 업체는 '17년 5월 1주차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을 38.0%~42.4%로, 지난 5주간 비슷한 수치로 고르게 발표했다. 이 중 갤럽만은 홍 후보가 4월3주차까지 줄곧 '한 자릿수' 지지율을 보였다고 발표했으며, 2주 뒤인 5월1주차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4.0%p 뒤지는 3위(16.0%) 후보에 그친다는 결과를 냈다. 안철수 후보를 앞서 24.01% 득표로 2위를 한 대선 결과와 가장 거리가 멀었다.

한국당은 또 대선 엿새 전인 5월3일 발표된 지방신문협회-한국갤럽 조사(4월30일~5월1일 시시)에서는 14.9% 지지율로 3위 후보라는 더욱 낮은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갤럽은 한국당 지지도를 계속해서 10% 전후로 공표하고 있는데, 타 조사기관에서 발표한 10%대 후반~20%대 초반과 비교하면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때로는 집권당 띄우기가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집권당을 유독 높게 예측해 발표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런 주장의 근거로는 2000년 총선 의석 수(민주당 대 한나라당), 2004년 총선 비례대표 의석 수(열린우리당 대 한나라당), 2008년 총선비례대표 의석 수(한나라당 대 민주당) 갤럽 예측과 실제 선거 결과를 제시했다.

한국당은 "갤럽의 유도성 정책설문도 문제"라고 짚었다. 대한의사협회가 의뢰한 '원격진료' 관련 설문, 전임 박근혜 정부가 2013년 국정과제로 삼았던 ODA 확대 설문조사 구성과 결과 해석에 문제가 있었다며 "부정적인 인식을 유도한 후 질문하는 편파적인 설문이 문제가 돼 언론에 보도되는 등 논란이 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갤럽이 대통령 국정평가, 정당지지도, 정치현안 등을 대상으로 매주 실시하고 있는 '데일리 오피니언' 정례 조사에 관해서도 "원칙없고 편파적인 정치현안 설문"이라고 규정했다. "어느 현안에는 '장황한 설명'을 하고, 특정 현안에는 조사방법론에서 금기시 하는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단어를 사용해 약술해 특정 정치이념에 편파적인 조사설계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들게 한다"는 것이다.

과거 2013년 8월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파행을 계기로 한 민주당의 장외집회에는 '야당으로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등 어휘를 설문에 포함시켰고, 같은해 6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에는 찬성측에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을 했다고 보느냐, 반대측에 '일방적으로 북한의 편을 들었다'고 보느냐고 설문을 설계한 사례를 들었다.

또 갤럽은 같은해 11월 박근혜 정부가 북한식 사회주의 추구 등 이유로 당시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데 대해 "강제 해산"이라는 용어를 반복 사용했으며, 2016년 2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광명성 4호 발사'에 따른 개성공단 폐쇄 찬반을 물을 때는 광명성 4호 명칭만 사용, 장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점을 밝히지 않았다. 

2015년 3월2주차 조사 때는 '김영란법' 관련 질문을 6개나 배치했지만, 마크 리퍼트 당시 주한 미국대사 흉기 피습 관련 설문에는 리퍼트 대사 이름조차 적어두지 않은 1개 문항으로 그쳤다. 2017년 7월 문 대통령의 명령에 따른 신고리 원전 5·6호기 중단에는 "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명분을 정부·여당 대신 내세우기도 했다.

사진=자유한국당 홍보본부 자료
사진=자유한국당 홍보본부 자료

한국당은 일련의 근거를 제시한 뒤 "정확한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는 잘못된 여론조사는 도리어 측정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넘어 민심을 조작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수단이 된다"며 "밴드왜건(선두라는 입지에 편승) 효과나 언더독(열세자에 대한 동정) 효과를 일으키기도 한다"면서 "여론조사결과에 대한 책임도 분명히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우선 "갤럽의 선거예측 실패, 설문의 오류, 편파적 조사설계 등 문제점을 미국 갤럽 본사에 소상히 알리고 개선을 요구하는 항의공문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문재인 정부와 산하기관이 한국갤럽과 연계해 추진하는 사업과 소요예산에 대한 자료를 국회 차원에서 요청해 특정 조사업체에 대한 몰아주기가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면서 "청와대의 지시로 이뤄지는 각종 사업들 중 갤럽과 연관있는 사업과 예산에 대해 청와대는 적극적으로 자료를 제공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갤럽에는 어떤 선거를 비롯해 어떤 현안에 대한 여론조사도 맡기지 않겠다며 "전(全) 당원 및 국민들과 함께 갤럽 불신 캠페인을 추진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아울러 "여론조사 자료 일체에 대해 현재 '선거 후 6개월'로 된 보관 규정을 '10년'으로 대폭 늘리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비단 갤럽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여론조사가 민심의 바로미터가 돼 제대로 된 역할과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가장 큰 목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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