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은 잘못된 공천들을 당장 바로잡으라...지금 이대로는 절대로 표 못 주겠다"

김행범 객원 칼럼니스트
김행범 객원 칼럼니스트

우파 정당 비판을 넘어 길을 제시할 때에 대략 우리는 멈칫거린다. 어디에서 답을 찾을지 너무 난감한 것이 지금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제 임박한 총선 앞에서 큰 방향이라도 제시해야 한다. 지금은 그런 담론을 낼 때이다. 한국의 정치 민주주의 평가는 세계 25위 이내쯤이나 그건 총괄적 평가일뿐이다. 정당 내부의 ‘공천’의 비민주성 국면은 수십 년 정치발전에도 불구하고 남은 최악의 병리이다.

그렇다고 당장 오픈 프라이머리나 코커스를 적용하기에는 정당원의 정체성이 취약하다. 여야를 떠나 공천 심사위(혹은 관리위)가 차지하는 역할은 압도적이다. 공천위의 권한에 상응할만한 책임을 지우게 할 기제는 별로 없으면서도 막강한 힘을 가진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권위주의 정권 및 보스정치 시대의 공천 방식이 객관성과 공정성의 포장 밑에 실제로는 자의성 및 파당성이 여전하다. 지금처럼 공천위원장에 따라 정당의 이념 자체가 바뀐다면 그건 1인 정당 혹은 과두 정당일 뿐이다. 이 문제점이 지금 우파 정당의 공천에 고스란히 불거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옥중에서 ‘미래통합당 중심으로, 야권이 뭉치라’는 두 가지를 제안하였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은 뒷부분은 무시한 채 앞부분에만 주목하였다. 게다가 이 메시지를 탄핵에 부화뇌동했던 원죄를 사면받은 근거로 여기는 자만까지 더했다. 자유공화당 등이 나름 분명 우파의 중요한 부분 집합들임에도 불구하고 미래통합당은 오히려 통합에 매우 소극적으로 나갈 근거로 활용하였다. 친문 인사들을 기꺼이 영입하면서 정작 자유공화당의 우파 인물들과의 연합에 극히 인색함은 이율배반이다. 미래통합당의 자충수 공천을 보완해 줄 것으로 기대받은 ‘미래한국당’의 전국구 공천 역시 난형난제. 그런 공천을 많이 할수록 덕을 보는 좌파들은 희색을 감추는 표정 관리로 지금 고생하는듯하다.

우파 정치인의 부재

우리에게 우파 가치를 견지하는 지도자들은 있기는 한가? 지켜야 할 보수 가치가 전혀 없는 자들이 수십 년 동안 ‘보수 정치인’으로 자처해 왔음이 한심하다. 한국 정치에서는 보수-수구의 분별이 이제야 드러나는 셈이다. 피터 드럭커의 말을 우파 정치 상황으로 끌어온다면, 진정한 지도자는 일을 바르게 하는 것(doing things right)이 아니라 바른 일을 하는 것(doing the right things)에 있다.

한국 정치사의 ‘사쿠라 파동’ 사건들 이래로 그 아름다운 벚꽃이 사쿠라로 표기되면 대개 ‘가짜’를 뜻하게 되었다. 지금 보수정당에 진정한 ‘보수’의 지도자 및 보수 정치인이 누구인가.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이나 공천위원장 등이 스스로 갖추고 또 공천에서 가장 중시할 것은 능률적 인간보다는 바른 가치 곧 자유 민주의 이념을 확고히 갖춘 인간이다. 엑셀 도표식 미시 항목들의 비교로 인물을 평가함을 나름 공정이라 변론한다면 이미 정치 심판자 및 지도자의 자질이 없다. 또 거기서조차 사천(私薦) 및 이해관계가 개입된다면 그 자신이 먼저 컷오프되어야 한다. 우파 철학 부재의 정치인들이 우파 정당을 좌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광우병 소요, 탄핵 난동의 양대 군중혁명은 여야 불문하고 지도자라 할만한 자들을 다 군중의 노예로 만드는 데 성공하였다. 군중이 잠시나마 환호한 인물을 찾아 얼굴마담으로 삼겠다는 발상 자체가 보수 가치 부재를 보여준다. 김형오가 공관위원장 사퇴 후 밝힌 후기에서 김동연, 이국종, 안철수, 유승민, 김광두 등을 선대위원장으로 고려했었다는 토로는 우파 시민을 더욱 슬프게 한다. 도대체 자신이 백신을 찾고 있는지 바이러스를 찾고 있는지 분별을 못 한다.

우파 유권자 착취해 먹는 기생충

‘대깨문’이라는 좌파 유권자는 손댈 수 없지만 중도 좌파쯤은 이런 자잘한 꼼수로 유인할 수 있다는 환상은 대 착각이다. 중도가 표를 주는 요인은 여러 가지로 설명될 수 있지만 박형준과 김종인의 얼굴 보고 중도가 표를 줄 것이라는 잔꾀 놀음은 정작 기회주의적 중도층마저 모욕하는 것이다. 오히려, 중도층은 이런 나약해 보이는 우파를 결코 가담할 수 없는 진영으로 간주한다.

반문(反文)연합이란 기치 아래 모였다는 미래통합당이 총선 지휘자로 김종인을 영입하려고 애쓴 것은 바로 수년 전 그 문재인에게 제1당을 안겨준 자에게 그 당을 깨는데 선봉에 서라고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김종인이 그걸 잘 해낸다면 김종인은 최고의 배신자가 되는 것이고, 그걸 해내지 못한다면 우파 정당을 파괴하러 들어온 프락치가 되는 셈이었다. 참 허탈한 시도였다.

이런 방식의 용인(用人) 기술은 도덕적으로든 기술적으로든 가장 조악한 것이다. 그런데 그 직후 영입한 박형준 등의 공동선대위원장 카드 또한 이런 평가를 전혀 누그러뜨리지 못한다. 이런 짓은 우파 가치 포기를 천명하는 것이다.

김형오 및 공병호 체제가 만들어낸 공천은 우파에 큰 절망을 주었다. 혹 그런 공천자 일부가 당선된들 우리가 회복하려는 자유 민주 가치 구현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보수층 대변이라는 플래카드 내걸곤 실제로는 자유 보수 유권자 표를 빼내어 좌파 혹은 사회민주주의 체제에 기여하게 한다면 그 정당은 보수 유권자 착취해 먹고 사는 또 다른 정치 기생충이다.

우파 유권자들이 인질인가?

사쿠라 보수정당이 기대는 건 아무리 공천을 잘못한들 우파 유권자들이 결국 좌파 정당을 찍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이다. 우파 유권자들의 선호가 더민당이나 정의당보다는 그들에게 가깝다는 것이다. 그걸 믿고 조강지처 우파는 팽개친 채 가출하여 퍼주기 복지와 촛불탄핵을 좌파에 붙어 오십보백보로 찬양하는 것이다.

늘 참고 그들에게 표를 주어 온 결과는 사쿠라 보수의 창궐. 그러나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좌파 인물을 들이밀며 이 사람이 우파이니 여기에 표를 던지라 요구하면 좌-우 분간이 무의미해진 상태에서 우파 시민은 아예 투표를 포기하거나, 아예 이 가짜 우파 정당을 멸망시키고자 진짜 좌파 정당에 표를 주고 한다. 후자는 차라리 제 배를 스스로 가라앉혀 공멸하면서 차기에 새 우파 정당의 출현을 기다리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구약 성경 ‘호세아’서는 타락한 아내 고멜(Gomer)에 대한 남편 호세아(Hosea)의 끊임없는 사랑을 보여준다. 도대체 이 나라 우파 유권자들이 우파 정당에 대한 애틋함이 그에 얼마나 모자랐을까. 또 표를 달라고 하기 전에 사쿠라 보수정당은 과연 제 본연의 가치에 얼마나 충실한가를 스스로 돌아보라. 지금의 공천 결과는 사쿠라 보수정당이 우파 시민의 표를 받아 결국 좌파질에 몰입할 것을 예고한다.

문재인 정권의 남북연방제, 개헌, 재분배 사회주의로 가는 길을 저지하려면 어쨌든 야당에 표를 몰아주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았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가 3년을 참고 쥐어 온 표를 친문(親文) 및 준(準)좌파 인물들이 우파 정당 간판으로 국회의원 자리 차지하도록 던지라는 뜻은 전혀 아니다. 그래, 보수정당이란 네게 표를 몰아주고 싶으니 먼저 너의 이념적 신실함을 증명해 달라.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에 대해 우리에게 세 가지 대안이 남아있다: 최후통첩-투표 포기-공멸. 지금은 최후통첩의 시간쯤이다. 첫째, 우파 유권자는 더 이상 사쿠라 보수정당의 인질이 아니다. 둘째,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은 잘못된 공천들을 당장 바로잡으라. 셋째, 자유공화당을 비롯한 우파의 대승적 연합에 나서라. 지금 이대로는 절대로 표 못 주겠다.

김행범 객원 칼럼니스트(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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