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집시법 제11조 대해부(上): 日대사관 앞 시위는 되지만 中대사관 앞 시위는 안 돼?
[심층기획] 집시법 제11조 대해부(上): 日대사관 앞 시위는 되지만 中대사관 앞 시위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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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집시법’ 제11조,외국 공관 경계로부터 100미터(m) 이내 집회·시위 금지...지난 2017년 美대사관 앞 ‘反美집회’ 어떻게 가능했나?
펜앤드마이크 기획 <집시법 제11조 대해부>, ‘집시법’ 제11조와 관련한 여러 이슈를 심층 분석해 총 3회에 걸쳐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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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6월24일, 서울 종로구 소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는 대한민국 헌정(憲政) 역사상 처음으로 대규모 ‘반미’(反美) 집회가 열렸다. 당시 이 집회에 참가한 집회측 추산 3000여명이 시위자들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배치 반대를 부르짖으며, 주한미국대사관 주변을 행진 대열로 둘러싸는, ‘인간 띠잇기’ 퍼포먼스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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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6월24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배치 반대를 주장하는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종로구 소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각종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는 “누구든지 다음 각 호(號)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청사(廳舍) 또는 저택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m) 이내의 장소에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며 국내 주재 외국의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 등을 그 예로 들고 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64년 발효된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1961) 제22조 2항은 “(접수국은) 어떠한 침입이나 손해에 대하여도 공관지역을 보호하며, 공관의 안녕을 교란시키거나 품위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특별한 의무를 가진다”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주한미국대사관 코앞에서 ‘반미’ 집회가 가능했을까? 펜앤드마이크는 앞으로 3회에 걸친 시리즈 기사를 통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와 관련한 여러 이슈를 심층 분석하고자 한다.

자유대한호국단 오상종 대표, “오늘은 ‘집시법’ 뜯어고치는 첫 단추를 꿰는 날”

“안 된다고 하겠지만, 꼭 바로잡아야 할 문제입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사뭇 비장했다. 그 주인공은 자유대한호국단의 대표 오상종(46) 씨다.

오(吳) 씨가 남대문경찰서를 찾은 것은 지난 2월18일. 이날도 오 씨는, 늘 그랬던 것처럼, 익숙한 발걸음으로 남대문경찰서 본청으로 통하는 계단을 올랐다. 집회신고를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여느 날과 그 발걸음의 무게감이 달랐다. 남대문경찰서로 들어서기에 앞서 오 씨는 기자에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편파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며 “오늘은 ‘집시법’을 뜯어고치는 첫 단추를 꿰는 날”이라고 설명했다.

오 씨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을 뜯어고치겠다고 한 이유는 뭘까?

서울 남대문경찰서.(사진=연합뉴스)
서울 남대문경찰서.(사진=연합뉴스)

경찰, “주한중국대사관 경계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집회 개최 불가하다”

“꼭 여기에서 하셔야 하겠습니까?”

남대문경찰서에서 집회 및 시위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유영범 경위(정보관)의 질문에 오 씨는 “네”하고 짧게 대답했다. 정보관은 난색을 표했다. 오 씨가 집회신고서에 집회를 열겠다고 기재한 장소는 다름아닌 주한중국대사관 정문 앞에서 불과 10여미터(m) 떨어진 곳이었기 때문이다.

남대문경찰서 담당 정보관은 “직접 결정할 수 없으니 상부에 보고하겠다”며 오 씨 집회신고의 가부(可否)를 서울지방경찰청에 물었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지난 2월20일, 남대문경찰서로부터 오 씨에게로 통지문(通知文) 한 통이 발송됐다.

귀 단체에서 신고한 장소 가운데 ‘중국대사관 정문 앞’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1조 4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외교기관 및 외교사절의 숙소’ 100미터(m) 이내의 장소에 해당하며...(중략)...중국대사관의 기능 및 안녕 보호를 위해 신고된 장소 가운데 ‘중국대사관 정문 앞’은 신고 장소에서 제외하고, 중앙우체국 앞(중국 대사관 100m 상가 지점)에서 집회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후략)

‘옥외집회 제한 통고’—예상된 결과였다. 경찰 측은 통지문 제목에 ‘제한’이라고 적었지만 주한중국대사관 경계로부터 100미터 이내에서 집회를 개최하려고 했던 오 씨 입장에서는 사실상 ‘금지’통보였다. 통지문에는 “(신고인이 집회를 신고한 장소는) 중국대사관과의 거리가 매우 인접한 곳으로 불순물 투척, 과도한 음향 송출, 진입 시도 등이 우려된다”며 “대사관의 기능·안녕을 침해하는 행위가 없도록 하기를 바라며, 그러한 행위가 발생할 경우 ‘외교관계에 대한 비엔나협약’(1961, 이하 ‘비엔나협약’) 제22조에 의거해 제지될 수 있음을 알린다”고도 적혀 있었다.

‘집시법’ 제11조의 문제점...관할서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편파 행정’ 가능성

우리나라에서 개최되고 있는 모든 집회·시위는 ‘집시법’에 의해 규율된다. 그 가운데에서도 오상종 씨의 사례에서 등장하는 ‘주한중국대사관’과 같은 국내 외국 공관(公館) 부근에서 개최되는 집회·시위는 ‘집시법’ 제11조(옥외집회와 시위 금지 장소)의 영향을 받는다. 다만 통상 ‘1인 시위’로 불리는 형태의 시위는 ‘집시법’의 규율 대상에 속하지 않는다.

‘집시법’ 제11조는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청사(廳舍) 또는 저택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며 그 사례로써 대표적으로 ‘헌법재판소’(1호), ‘대통령관저’(2호) 등을 들고 있다. ‘국내 주재(駐在) 외국의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이하 ‘외국 공관’)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즉, ‘집시법’ 11조에 따르면 ‘외국 공관’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원칙적으로 집회 혹은 시위가 금지돼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집시법’ 제11조는 우리나라 헌법이 인정하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세 가지 예외 상황에 한해 ‘외국 공관’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도 집회 및 시위가 가능하다고 정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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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관련 단체인 ‘정의기억연대’(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또는 ‘정대협’) 대표 윤미향 씨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소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한 제1430차 수요시위. 이들은 지난 1992년 1월8일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연 이래, 약 30여년 간에 걸쳐, 주한일본대사관 정문으로부터 약 15미터(m) 떨어진 장소에서 집회를 열어 왔다.(사진=박순종 기자)

그 세 가지 예외 상황이란 각각 ‘해당 외교기관 또는 외교사절의 숙소를 대상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 ‘외교기관의 업무가 없는 휴일에 개최하는 경우’다.

‘해당 외교기관 또는 외교사절의 숙소를 대상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외국 공관’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라 하더라도 집회 및 시위를 허용할 수 있다는 예외 상황에 딱 들어맞는 사례는 박근혜 전(前) 대통령의 탄핵 이후 매주 토요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돼 온 ‘태극기 집회’다. ‘태극기 집회’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집회로, 바로 인근에 주한미국대사관이 위치하고 있지만, 주한미국대사관을 대상으로 한 집회가 아니기 때문에 ‘집시법’ 제11조 4호가 정하는 ‘옥외집회 금지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나머지 두 개 예외사항은 사정이 다르다.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 신고된 집회에 대해 그 개최 금지나 제한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경찰이 ‘집시법’이 정하는 ‘예외 상황’을 자의적으로 판단·적용해 ‘외국 공관 경계로부터 100미터 이내’라는 같은 조건으로 신고된 서로 다른 집회를 편파적으로 다룰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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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호국단 오상종 대표가 지난 2월20일 서울 남대문경찰서로부터 받은 옥외집회 제한 통고서. 오상종 대표는, 통고서 제목에는 ‘제한 통고’라는 표현이 사용됐지만, 본디 오 대표가 신고한 장소에서의 집회 개최를 불허하는 내용으로 돼 있어, 사실상 ‘금지 통고’였다고 설명했다.(사진=자유대한호국단 제공)

실제로, 오 씨의 사례에서 본 것과 같이, 오 씨가 그간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개최해 온 수많은 집회가 모두 위법 행위 한 번 없이 개최된 ‘평화적 집회’였음에도 불구, 경찰 측은 ‘대사관 기능 및 안녕의 침해 우려’를 운운(云云)하며 오 씨가 신고한 집회에 대해 ‘제한’ 통고를 했다.

하지만 ‘정의기억연대’(옛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혹은 약칭 ‘정대협’)가 서울 종로구 소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지난 30여년 동안 벌여온 ‘일본군 위안부’ 관련 집회—‘수요집회’ 또는 ‘수요시위’—는 주한일본대사관 정문 코앞에서 개최돼 왔지만 그 어떤 관계 기관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지금은 재건축을 위해 옛 관저를 허무는 바람에 인근 건물로 주한일본대사관이 이전된 상태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전된 대사관으로부터 ‘수요집회’ 현장까지는 직선 거리로 불과 60여미터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는 명백한 ‘편파 행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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