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강천구 초빙교수] 코로나 사태 이후의 자원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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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0.03.16 10:24:32
  • 최종수정 2020.03.1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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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석유·유연탄 등 에너지 및 구리·아연·니켈 등 주요 에너지와 광물 가격이 연일 하락하고 있다 특히 국제 유가가 폭락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공포가 커지고 있다. 지난 9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전날(41.28달러) 대비 33.8% 폭락한 27.34달러까지 주저 앉았다. 이는 지난 1991년 걸프전(戰) 이래 최대 낙폭(落幅)이다.

또한 국제 광물가격도 심상치 않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 가격이 폭락한 그날,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구리 현물가격은 톤(t)당 5482달러(한화 약 656만5000원)를 기록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 1월 20일의 톤당 6244달러(약 747만8000원)에 비해 12.2% 가량 낮은 갖격이다. 같은 기간 아연 현물가격은 21.7%나 빠졌다. 철강재 부식 방지 성질을 지닌 아연은 자동차 강판 및 강관 제조에 주로 사용된다. 스테인리스강, 2차전지 배터리 양극재 등에 사용되는 니켈 현물가격도 마찬가지였다. 이 기간 10.3% 하락했다. 이 외에 알루미늄(-9.0%)·주석(-6.8%)·구리(-6.4%)·철광석(-5.7%) 등의 현물가격이 같은 기간 크게 떨어졌다.

4차 산업혁명 시대, 2차 전지 배터리 사업 교두보 확보해야
 

지금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국제 원자재 시장이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다.하지만 세계경제가 다시 안정을 찾을 경우 닥쳐올 원료 확보 전쟁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의 입장에선 4차산업의 핵심인 전기차 배터리 등 전지산업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전기차 배터리용 소재 사용량이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국내 배터리 3사(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가 원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작년 하반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재 사용량은 11만 2천톤을 기록해 2018년 같은 기간보다 80.9%증가 했다. 리튬 산화물로 구성되는 양극재는 음극재·전해질·분리막 등과 함께 4대 배터리 소재로 불리며 제조 단가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양극재의 주요 원료 광물은 니켈·코발트·망간이다.

하지만 아직 이들 배터리 3사가 원료 확보를 위해 광산개발에 뛰어 들었다는 소식은 없다. 단순히 필요한 원료를 구매하겠다는 계약 뿐이다. SK이노베이션은 호주 광산업체 안마인즈와 니켈과 코발트 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LG화학은 주로 내재화를 통해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SDI는 광산업체들과 공급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원 가격은 고점과 저점을 주기로 하여 지난다. 가격이 고점을 지나면 투자자는 과도하게 투자하고 시장은 침체되고 투자도 끊긴다. 그러면 다시 생산 단가가 오르고 조정기를 거쳐 다시 가격이 상승한다. 자원 시장이 침체되면 그들은 오히려 투자에 고삐를 쥔다.

정부의 지속 가능한 정책과 기업 투자로 승부

한국은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 자원 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철강, 조선, 전자, 중화학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유지하려면 자원의 안정 공급이 중요하다.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다음 사항을 눈여겨 봐야 한다.

첫째, 자원기업의 대형화와 전문화가 필요하다. 대형화가 되면 자원 공기업과 민간기업에 산재해 있는 탐사. 개발 역량을 결집, 자원 확보 비용 절감과 함께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 일본은 2004년 석유공단과 금속광업사업단을 통합한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지원공사(JOGMEC)를 발족시키고 자원의 안정 공급을 위한 공기업 기능을 확대, 강화 시켰다.

또 민간기업도 정부의 자원기업 대형화에 적극 동참했다. 신니혼석유와 신닛코홀딩스는 2010년 합병을 통해 JX홀딩스로 출범시켜 탐사. 개발. 가공 판매의 일관구조를 갖춘 일본 최대 석유기업으로 도약했다.

둘째, 소프트웨어(SW)에 해당하는 인력, 기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자원기업의 최대 자산은 탐사와 개발 전문인력이다. 국가사업으로 앞으로 10년동안 전문인력 1만명 정도는 육성해야 한다. 에너지.광물자원 관련 대학과 같은 자원 특성화 대학을 지속 시키고, 학생을 해외 자원개발 현장에 파견시켜서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대표 에너지기업 엑손모빌의 기술인력은 3만3000명, 세브론은 2만6000명, 일본 미쓰비시는 1700명이다. 한국은 광물자원공사를 포함해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자원개발 공기업과 민간 기업 모두 합해도 1000명이 안된다.

마지막으로 과감한 리스크 테이킹(위험하지만 높은 수익을 주는 선택을 택하는 쪽)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자원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하려면 성공 가능성이 보여야 한다. 글로벌 자원사업의 탐사 성공 확률은 20~30% 수준이다. 한국은 10%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자원개발에 나서려면 정부가 리스크를 낮춰 줘야 한다. 일본은 우리나라 처럼 자원빈국이지만 지속 가능한 자원확보 전략을 구사한다.

누가 더 절박한지 아닌지가 문제가 아니다. 일본은 정권과 무관하게 꾸준히 대비했고 우리는 대비하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회에 제출한 해외자원개발 보고서를 보면 2015년 정부의 신규 자원개발사업은 단 한 건도 없다. 사실상 자원개발사업이 ‘스톱’된 상황이다. 현재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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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사진=박순종 기자)

한국 산업은 자원가격이 오를 때 마다 생산 원가와 상품 수지 양면에서 압박을 받으며 몸살을 앓는다. 그러나 자원가격이 오르더라도 일정량의 자원을 반드시 써야 한다. 일부만이라도 직접 생산한 것을 현물로 들여오면 비싼 값을 치르는 부담을 한결 덜 수 있다.

해외 자원개발사업은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 일반 제조업 처럼 당장 성과를 기대하면 안 된다. 장기목표는 ‘수익성 제고’ 이지만 지금은 자원개발사업 자체의 이익보다는 국가 차원에서 수입하는 것 보다 개발 도입의 이익이 더 크기만 하면 된다. 저자원 가격이 영구적이라면 필요한 만큼 자원을 싸게 사오는 것이 훨씬 낫다. 그런데 자원가격은 변동성이 매우 크다. 역량이 턱없이 부족한 우리가 부담스러운 경쟁에 뛰어드는 이유는 순전히 자원가격 상승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자원개발을 통해 필요한 자원을 확보해 두면 고자원 가격이 덮쳐오더라도 비싼 값을 치르고 사오는 대신 직접 개발한 현물을 도입할 수 있다.

지난 5년 동안 저자원 가격이 지속되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석유공사 등 자원개발 공기업 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원메이저들도 상류부문(탐사·개발)에서 더 큰 손실을 입었다. 원래 상류부문은 고자원 가격에 활황을 누리고 저자원 가격에 침체하는데 비해 하류부문(가공·제련·판매)은 저자원 가격에 활황을 맞는다.

기존 확보 해외 지분 쉽게 팔지 말아야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엄청난 손실로 파산 위기에 몰렸던 지난 몇 년 동안 고려아연, 포스코 등 하류부문 사업을 하는 민간기업들은 호황을 누렸다. 고려아연은 2017년 영업이익이 8,94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7.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6조5,967억원, 당기순이익은 6,400억7000만원으로 각각 12.8%, 7.7% 늘었다. 포스코는 2017년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급등세를 보였다. 매출은 60조 6,550억원으로 14.3%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4조 6,218억 원으로 62.5%가 늘었다. 또 순이익은 2조 9,734억원이 늘어 무려 183.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파산지경에 내몰렸지만 소재기업들은 무사했다. 그 까닭은 소재기업들에는 광물자원공사에는 없는 하류부문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시각은 한국광물자원공사 문제를 정책 실패와 경영 실패로만 몰아갔고 이에 주눅이 든 지난 정부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아예 중지 시켰다. 반면 국제 자원시장은 자원가격 폭락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자원개발 기업들이 보유 지분을 헐값에 내 놓음으로써 절호의 투자 기회를 맞았다.

그런데 국내 정치권은 자구책을 요구하다 결국 한국광물자원공사를 해체하기로 했다. 긴 안목에서 보면 한국광물자원공사뿐만 아니라 자원개발 공기업의 통합 방안은 옳은 선택이다.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탐사 개발광구의 지분 인수액 이외 생산 단계에 이르기까지 소요되는 시설 투자액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분 비율 만큼 추가 투자를 해야 한다. 생산단계 이후에는 개발자원의 매출을 통해 추가 시설투자 재원을 조달하는 등의 특성이 있다. 무엇보다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실수를 반복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이런점을 알고 한국광물자원공사를 통합시키더라도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협업을 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모든 투자가 그렇지만 자원개발은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더 긴호흡으로 성공과 실패를 판단해야 한다.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객관적이고 냉정한 판단을 통해 우리산업에 필요한 자원은 반드시 확보해야 하고 이미 확보된 지분은 지켜나가야 한다.

지금은 우한 코로나 사태로 온세상이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벌어질 자원전쟁에서 뒤쳐지지 않도록 정부의 지속 가능한 정책과 기업의 투자가 절실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자원개발은 적어도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정부가 꾸준히 밀어줘야 성과를 낼 수 있다. 당장 손실이 난다고 손을 떼면 자원개발 인력도 노하우도 다 없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서면 한다. 한국에 있어 자원개발은 선택이 아닌 의무이다.

강천구(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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