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 소속 전·현직 판사들 전원 불구속 상태서 재판
법원 “보석 허가할 수 있는 상당한 이유 있다...단 5가지 보석 조건 지킬 것”
보석 보증금 3억원·증거인멸 방지 서약서 작성·재판 연관된 인물 접촉 금지 등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연합뉴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연합뉴스

소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임종헌(61·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윤종섭 재판장)는 13일 오후 임 전 차장이 제기한 보석 청구를 놓고 “피고인에 대해 보석을 허가할 수 있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조건부 허가 결정을 내렸다. 임 전 차장은 지난 2018년 10월 27일 구속된 이후 503일 만에 석방됐다.

다만 재판부는 보석 조건을 엄격히 설정했다. 재판부는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 장소에 출석’하고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토록 지시했다. 임 전 차장의 주거는 ‘법원이 지정하는 장소로 제한’됐으며 이를 변경할 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재판과 연관된 인물 혹은 대리인·친족과 만나거나 전화 또는 이메일 등을 통한 접촉도 금지’했다. ‘출국할 경우에는 사전에 법원 허가’를 받도록 지시했다. 보석 보증금은 3억원이다.

임 전 차장은 지난해 5월 재판부가 자신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재판부 기피 신청을 제출한 바 있다 “재판부가 어떻게든 유죄 판결을 선고하겠다는 굳은 신념과 투철한 사명감에 가까운 강한 예단을 갖고 부당하게 재판을 진행해 왔다”고 한 것이다. 형사소송법상 기피 신청이 접수되면 재판은 중단된다. 그리고 이 기간은 구속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구속 만료가 되는 상황이었지만 연장을 감수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재판부은 임 전 차장의 기피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면서 재판은 9개월 동안 지연됐다. 중국발 우한 폐렴(코로나19) 여파로 전국 법원이 임시 휴정하는 일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임 전 차장은 서울구치소 독방(6.6㎡)에서 종일 검찰의 수사 기록에 반박하는 의견서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연필로 쓴 의견서가 수천 쪽에 달한다는 후문이다. 당초 검찰이 그를 기소할 때 법원에 제출한 수사 기록만 20만쪽이었다.

이후 임 전 차장은 지난 3일 법원에 보석 신청을 청구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 부장과 신광렬, 조의연, 성창호 부장판사가 각각 1심에서 무죄를 받은 만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는 취지에서다. 보석 심문은 지난 10일 열렸다. 여기서 임 전 차장은 “공소사실을 다투거나 자백을 거부한다고 해서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면 안 된다”며 “법원에서 퇴직한 후 장기간에 걸쳐 개인적 친분 관계에 있던 몇 사람 빼고는 (법원행정처) 심의관들과 전혀 연락하지 않았고, 향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구속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구속 이후 묵비권을 행사하며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상급자들과의 공모 관계도 함구하는 등 구속 사유가 사라지지 않았다”고 한 것이다. 또 “설령 보석으로 석방하더라도 엄격한 조건을 붙여야 한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결국 임 전 차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 결정으로 임 전 차장은 이날 오후 서울 구치소에서 석방된다. 소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전·현직 판사들 모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 셈이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