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공관위, 영입 공지도 없었던 30대 IT업체 대표 김미균씨를 면접 다음날 강남텃밭 전략공천 결정해 파문
페이스북 행적들로 親文성향 의심하는 유권자들 늘어..."통합당에 간첩 분명 있다" 공관위-지도부까지 빈축
작년 9월 "대통령님 집으로 보내주신 선물...'문재인 김정숙'이라고 보내 더 다정했다. 편지 여러번 꺼내읽었다"
2017년 3월 "박원순 시장님이 와주셨어요", 2016년 4월16일 세월호 2주기 '노란리본' 프로필 등도 '무색무취'
페이스북 계정 '좋아요' 목록에는 JTBC, 손석희, 유시민, 문재인 사설 홍보팀 페이지 등 확인돼
올해 2월 하순 무렵까지도 "총선 영입 제안받았으나 선거 준비 중단했다"고 밝혔으나 번복한 인사
'강남병 면접 하루만에 정하나'...김형오 "수많은 사람들 중 이분이 여러 면에서 제일 좋겠다 했다"

미래통합당 제21대 총선 공천관리위원회가 12일 당 소속 이은재 재선 의원이 현역 컷오프(공천 배제)된 서울 강남구병에 김미균 시지온 대표(34·여)를 우선추천(전략공천)했다고 밝힌 이래 후보 자격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통합당 차원의 별도 인재영입 행사로도 알려지지 않은데다 이념적 정체성이 불분명한 인물이 통합당 '텃밭' 중 한 곳에 공천을 받은 셈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 치하에서 일찍이 전체주의 좌익진영에 대한 위화감과 비판 의식을 느끼고 우파로서의 목소리를 내 온 각계 청년들은 통합당의 비례대표 전담 정당인 미래한국당으로 향해 치열한 경쟁에 임하고 있는데, 덜컥 제1야당의 텃밭에 경선도 없이 입후보하는 것 자체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문제제기가 나올 것으로도 보인다.

1986년생인 김미균 대표는 대학생창업동아리에서 IT기업으로 확장한 시지온을 운영하고 있으며, 해당 업체는 인공지능(AI) 기반 소셜 댓글 서비스인 '라이브리(LiveRe)' 서비스를 개발한 곳이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브리핑에서 "김미균 후보자의 경우 22세에 대한민국 최초로 IT 기반 소셜벤처를 창업한 인재"라고 소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11일) 강남병 김한규 김앤장 변호사(45)를 전략 공천한 상황이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강남병은 전날 면접 보고 하루 만에 결정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수많은 사람들을 접촉했는데 이 분이 여러 면에서 제일 좋겠다고 해서 결정했다"고 답했다.

사진=김미균 시지온 대표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김 공관위원장의 주장대로 '제일 좋은' 인물로 공관위 밖에서도 평가받을지는 의문이다. 통합당 정통 지지층 내에선 '자유우파 투쟁가'들과의 공감대가 부족한 김형오 공관위의 정체성 자체를 거듭 문제 삼거나 즉각 황교안 지도부 책임론까지 제기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 정통 지지층이 아니더라도, 반문(反문재인) 정서가 팽배한 유권자들 사이에서마저 "(강남병 지역구에 거주하지만) 찍을 마음이 사라졌다" "거 봐라. 통합당에 간첩 있다니까" 등의 조소가 쏟아져나오는 형국이다. 

김 대표의 소셜미디어 등을 보면 현 집권세력의 행태를 두고 지난해 10월말 검찰의 '타다 서비스 기소' 사건을 제외하면 별다른 비판적 견해를 드러낸 흔적을 찾기 힘들다. 김 대표의 페이스북에는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의 핀란드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면서 "이번 순방일정은 스타트업들이 경제사절단의 주인공이 된 첫 사례"라고 홍보한 글, 같은해 9월12일에는 추석을 맞아 "대통령님이 집으로 보내주신 선물"을 자랑하고 "택배에도 '문재인, 김정숙'이라고 보내셔서 더 다정한 선물을 받은 듯 했다"고 적극 감사를 표한 글 등이 남아있다.

특히 둘 중 후자의 경우 "'정성을 다해 살아온 하루하루가 쌓여 우리의 삶과 마음이 보름달처럼 커졌다'라고 적어주신 편지가 좋아서 여러번 꺼내 읽었다"고 흡족한 마음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일명 '조국 사태'로 민심이반이 가속화하던 중에도 문 대통령 지지성향을 표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김 대표가 이날 강남병 후보로 공천된 뒤, 당초 '전체공개'로 쓰였던 이 게시물은 종적을 감췄다.

전략후보다운 참신성, 대여(對與) 투쟁력을 기대했던 자유우파 유권자들 사이에선 김 대표가 세월호 참사 2주기인 2016년 4월 일명 '노란 리본' 이미지를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으로 내걸었던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17년 3월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의 업체 방문을 적극 홍보한 것에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그가 지난달 17일까지도 통합당으로 추정되는 정당으로부터 총선 영입 자체를 거듭 고사했다가 이제 와 번복한 것으로 파악된다는 점에서, 제1야당 전략공천의 무게감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일부 유권자들은 김 대표의 페이스북 계정을 접한 뒤 "좋아요 목록이 더 가관"이라고도 했는데, 실제로 대표적 친문(親문재인) 방송사인 'JTBC'와 '손석희'(JTBC 사장) 페이지, 궤변 논란이 잦은 유시민씨와 '문재인 사설 홍보팀' 페이지 등에 '좋아요'를 설정한 것으로 확인된다. 노골적 반미(反美)친북(親北) 언사를 쏟아내온 송영길 민주당 4선 의원이나, 친여좌파 정의당의 고(故) 노회찬 전 원내대표 페이지 등도 있었다. '좋아요'는 단순 구독 개념인 '팔로우'보다도 한발 나아가 해당 페이지에 호감을 갖고 있음을 표현하는 의미다.

사진=김미균 시지온 대표 페이스북 캡처
사진=김미균 시지온 대표 페이스북 계정 내 '좋아요' 목록 중 일부 캡처
사진=김미균 시지온 대표 페이스북 계정 내 '좋아요' 목록 중 일부 캡처

한편 통합당 공관위는 이날 또 미래를향한전진4.0(전진당) 출신 이언주 의원 지역구였던 경기 광명시을에 새로운보수당 청년당대표를 맡았던 김용태씨를 공천했다. 

강원도 홍천군·횡성군·영월군·평창군 지역구에 대해선 유상범 전 창원지방검찰청장과 홍병천 전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 간 경선을 결정했다.

경북 영주시영양군봉화군울진군에선 박형수 전 대구고검 부장검사와 이귀영 미국 연방 공인건축사, 황헌 전 MBC 앵커가 3자 경선을 실시키로 했다.

이 중 황헌 전 앵커는 당초 중앙선거관리위 선거구획정위의 새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직전 경북 영주시문경시예천군 단수후보로 추천됐었으나, 조정된 선거구에서 경선을 다시 치르게 된 것이다.

경북 군위군·의성군·청송군·영덕군에선 김희국 전 의원과 천영식 전 '박근혜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맞붙는다. 천영식 전 비서관은 대구 동구갑 공천을 신청했다가 경선에서 배제됐으나, 경북 지역에서 재도전하게 됐다.

공관위는 호남 일부 지역구 후보자도 결정했다. 광주 북구갑에 범기철 호남의병연구원장, 전북 익산시갑에 김경안 전 서남대 총장, 전남 목포에 황규원 캐릭터콘텐츠문화진흥원 이사를 공천했다.

옛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전남 순천시(새 선거구 획정안 통과 전) 지역구에서 자리를 비운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에는 천하람 '젊은보수' 대표가 단수후보로 추천됐다. 전남 여수시을에는 심정우 전 호남대 관광경역학과 초빙교수가 공천을 받았다.

공관위는 같은날 앞서 당 최고위원회가 서울 강남구을(최홍 전략공천), 인천 연수구을(민현주 단수추천), 대구 달서구갑(이두아 단수추천), 부산 북구강서구을(김원성 단수추천), 부산 부산진구갑(서병수 전략공천), 경남 거제시(서일준 단수추천) 6개 지역구 공천에 대해 재심의를 요구한 것에 대해 2곳만 변경하고 나머지 4곳은 원안 유지로 재의결했다.

인천 연수을에서 새보수당 출신 민현주 전 의원 단수추천을 철회하고 지역구 현역인 민경욱 의원과 양자간 경선을 치르게 했으며, 대구 달서갑에서도 이두아 전 의원 단수추천을 취소하고 홍석준 계명대 특임교수(전 대구시 경제국장)과 양자 경선을 치르는 것으로 변경했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다른 4개 지역구에 각각 공천된 최홍 전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사장, 서병수 전 부산시장, 김원성 옛 전진당 최고위원, 서일준 전 거제시 부시장에 대해선 "원안 유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3월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밖에 김 공관위원장은 최고위에서 강남갑에 공천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재의 요구도 나왔느냐는 질문에 "경호 문제와 관련해 적절치 않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본인은 목숨 걸고 자유를 찾아 오신 분 아니냐. 자유민주주의에 들어가 함께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다"며 "경호는 해야하지만 이를 뛰어넘는 차원에서 보시면 된다"고 전했다.

당 선거대책위원장 영입 논의가 오가고 있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태영호 전 공사의 강남 공천을 비판한 것에 대해선 "잘 납득이 안 된다. 상당히 고심 끝에 공관위원들이 적합한 곳이 어디인지 찾아 공천한 것"이라며 "강남갑 공천은 하이라이트 공천이 될 것"이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옛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현역 의원으로서 공천 탈락한 뒤 타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진 강석호 의원에 대해서는 "선거구가 변경돼 본인과는 몇 차례 통화를 했다. (강 의원이) 역할도 잘했고 훌륭한 인재죠"라며 "우리 나름대로 공개하지 못할 기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강원 강릉시 지역구 현역이면서 컷오프된 권성동 의원의 '탄핵에 밉보여 탈락한 것'이란 주장에 관해선 "본인은 왜 (컷오프) 됐는지 알고 있다. 탄핵 때문이란 것은 본인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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