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위성정당 합류 가닥 잡은 이해찬 지도부, "명분없고 실익 의심" 반대 나오자 '개인의견이냐' 묻고 삭제
김해영 발언 빠진 회의록 배포되자 언론 문의 쇄도...與관계자 "金 '개인의견'이라 밝혀 안 넣었다" 변명
지난 2월28일 선대위 회의서 金 "위성정당 국민에 도리 아냐" 추가발언은 회의록 실렸다
與 결국 1시간30여분 만에 金 발언 포함시킨 최고위 회의록 재배포...金 "원래 발언 들어가는 게 맞는데..."

더불어민주당이 1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례대표 전담정당 참여 '반대' 의사를 밝힌 김해영 최고위원의 발언을 회의록에서 삭제한 채 언론에 배포했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 미래한국당을 극렬 비난하다가 당내 친문(親문재인)계 중심으로 '비례정당 명분쌓기'로 급선회해 여야 정당들로부터 '내로남불'과 '말 바꾸기'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반대 의견을 대놓고 묵살하려는 독재적 행보로 더 큰 논란을 자초한 셈이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사진=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앞서 김해영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민주당의 선거 연합 정당 참여 여부에 대해 개인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며 발언을 신청했다.

그는 발언 기회를 얻자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도한 정당으로 그동안 미래한국당에 대해 강력한 비판의 입장을 견지해왔다"며 "상황이 어려울 때 원칙을 지켜나가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지는 않으나, 상황이 어렵다고 원칙을 지키지 않다가 일이 잘못됐을 때는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게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친여(親與)외곽단체들이 주도한 자칭 '비례 연합정당'에 관해 "선거연합정당은 우리 사회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여론 수렴과 형성 기능이 없어 보인다"며 "정당민주주의의 보호 범위 밖에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함께 주도한 정의당도 선거연합정당 참여에 분명히 반대 입장을 밝혔다"며 "그래서 민주당의 연합정당 참여는 명분이 없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또 "실익적인 부분도 살피겠다. 민주당의 연합정당 참여로 상당한 민심이반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효과적으로 선거연합정당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어 보인다"고 짚었다.

그는 "선거연합정당의 (비례대표) 후보 순번을 정하는 과정에서 비록 민주당이 후순위로 양보한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민주당의 선거연합 정당 참여는 명분은 없고 실익이 의심스러운 경우에 해당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나는 민주당이 원칙에 따라 국민들을 믿고 당당하게 나아가는 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연합정당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에 민주당 지도부는 굳은 표정으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해찬 당대표 등 수뇌부가 사실상의 '비례 민주당'을 구성키로 결정한 상황에서 '복병'을 만난 셈이기 때문이다. 소병훈 사무부총장은 "개인의견이시냐"고 되묻기도 했고, 김 최고위원은 "개인 의견이다"라고 답했다.

이후 민주당은 오전 11시50분쯤 김 최고위원이 연합정당 반대 의사를 밝힌 대목을 삭제한 회의록을 이메일을 통해 배포하고, 당 홈페이지에도 게시했다.

회의록에는 김 최고위원이 해당 발언 전 중국발(發) 우한페렴(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대응 관련 추가경정예산(추경) 심의에 대한 의견을 밝힌 발언만 포함됐다.

회의록은 통상 당 공보국이 배포 및 게재를 담당한다.김 최고위원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던 언론사 및 취재기자들은 잇따라 발언이 빠져 있는 경위 등을 캐물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관계자는 "김 최고위원이 '개인 의견'이라고 밝혀 넣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민주당은 선거대책위원회 회의 때 김 최고위원이 정식 발언 순서와는 별도의 발언 기회를 얻어 한 발언은 언론에 배포된 회의록에 포함시킨 사례가 있다.

당시에도 김 최고위원은 "민주당에서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민주당의 비례용 위성정당 창당에 대해 분명하게 반대의 입장을 밝힌다"라고 했다.

결국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 모두발언 회의록을 처음 배포한 지 1시간30여분 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을 포함시킨 회의록을 다시 배포했다. 민영통신사 뉴시스에 따르면 자신의 발언을 회의록에서 삭제당했던 김 최고위원은 "원래는 들어가는 것이 맞는데, 나도 누락된 것을 누가 알려줘서 알았다"며 "다시 추가됐으니까..."라고 웃어 넘겼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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