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일자 “법률상 제한 없다”더니...결국 하루 만에 입장 철회하고 “맡지 않겠다”
공수처 설립 준비 인사가 ‘전관예우’ 시중은행 사외이사 꿰차는 모양새 ‘부적절’ 지적
10여년만에 정치권 복귀하자마자 연봉 5000만원 웃도는 사외이사 겸직 시도에 비판

남기명 공수처 준비단장./연합뉴스

남기명 공수처 준비단장이 하나은행 사외이사직을 포했다. 공수처 준비단장에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돼 겸직을 시도하는 모양새에 사회 각계의 지탄이 잇따르자 “법률상 제한이 없다”고 반박 보도자료까지 낸 그였지만, 결국 입장을 바꾼 것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남 단장은 “공수처 준비단장 자리의 무거움을 느끼며 재직 중에는 단장 외의 어떤 공·사의 직도 맡지 않겠다”고 전날 밝혔다. 이어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범죄를 척결하고 국가의 투명성과 공직사회의 신뢰성을 높여달라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해 잘 출범할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남 단장은 지난달 말 하나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사외이사에 추천된 것으로 지난 8일 알려졌다. 오는 19일 하나은행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정권의 소위 ‘개혁’의 일환인 공수처 설립을 준비하는 인사가 전관예우나 다름없는 시중은행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또 하나은행 사외이사의 연봉은 5000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돼 벌써부터 ‘노후 재테크’를 준비하느냔 지적도 뒤따랐다.

그러자 공수처 설립준비단은 9일 “사외이사 영입은 남 단장이 단장으로 위촉되기 전부터 진행돼온 것”이라는 해명 보도자료를 냈다. “준비단장 업무는 은행에 대한 감독·제재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준비단장은 비상근 명예직으로 사외이사 겸직에 법률상 제한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남 단장은 하루 만에 입장을 철회했다.

남 단장에 대한 처신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그는 지난 2008년 법제처장을 끝으로 정치권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복귀 직후 그가 겸직을 시도한 하나은행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를 일으킨 혐의로 금융위원회로부터 167억8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상태였다. 오는 9월까지 6개월간 일부 업무정지 조치도 받았다. 이 때문에 친여권 인사인 그가 하나은행의 혐의를 덜어줄 역할로 기획 영입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남 단장은 1952년 충북 영동 출생으로 제18회 행정고시 합격해 1981년부터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대부분 법제처에서 활동한 그는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4월부터 2008년 2월까지 법제처장을 지내 ‘친노(親盧)계 인사’로 분류된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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