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들을 향해 내뱉던 당신들의 무섭고 표독스러운 말들을 기억합니다"
"대구/경북이 뭔 잘못을 했느냐구요? 그 말은 반만 맞는 것 같습니다"
"달을 보면 달을 봐야지 손톱 밑 때가 있는지부터 살피는 비겁한 짓도 이제는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장용진 아주경제 기자. (사진 = 장용진 기자 페이스북 캡처)
장용진 아주경제 기자. (사진 = 장용진 기자 페이스북 캡처)

중국발 우한폐렴의 대구 창궐을 둘러싸고 논란 가능성이 있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장용진 아주경제 기자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한폐렴이 창궐한 대구경북 지역 시민들을 겨냥해 ”대구・경북을 비롯한 경상도 시민 여러분. 어떻습니까?”라며 “대구/경북을 향한 날선 말들에 많이 불편하시죠? 그럴 겁니다. 바로 얼마 전까지 대구/경북 등 경상도발 '혐오/증오 발언'들에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았던 것처럼 말입니다”라 적었다.

그는 “경상도 출신 진보로 살면서 정말 오랫 동안 이 말을 하게 될 날을 기다렸습니다. 고향의 고통에 마음이 아프면서도 한편 더 늦지 않게 이말을 할 기회가 찾아 왔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되기도 합니다”라며 “많이 거슬리겠지만 꼭 들어주십시오. 나는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났을 때, 세월호 유족들을 향해 내뱉던 당신들의 무섭고 표독스러운 말들을 기억합니다. 어디 세월호 뿐이었습니까”라고도 했다. 대구경북 시민들이 사회적 대형참사 때마다 이른바 ‘억압받는 소수자’들을 향해 비판을 내놨다는 것이다.

장 기자는 몇몇 대구경북 시민들과의 대화를 인용하는 듯 “‘누가 거를 가라캤더나?’ ‘사고로 죽은 거를 나라가 우짜라꼬?’ ‘저것들 전부 돈 좀 더 받아 처묵을라꼬 저란다’ 그런말 하셨던 것 기억나십니까”라며 “‘할배요, 할매요... 말씀 그리하시는 거 아입니더. 만약에라도 우리가 그런 일 당하면 우짤라고요?’ 라고 말할 때마다 ‘마 됐다. 우리는 그런 일 당해도 암말 안한다’ ‘전라도 빨갱이들이나 그라제 우리는 안그란다’라고 하셨죠? 대구/경북이 뭔 잘못을 했느냐구요? 글쎄요... 그 말은 반만 맞는 것 같습니다”라고도 했다.

이어 “전염병에 고통을 받는 것을 특정지역의 문제로 몰아가서는 안된다는 점에서는 맞지만, 코로나 초기 ‘이거는 다 문재인이가 선거전략 쓸라고 괜히 오바하는 기다’라면서 ‘우리는 하던데로 하면 된다’라고 하셨던 것 생각하면 대구/경북의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만은 없을 겁니다”라며 “저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대형 사고나 참사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사회적 소수자들의 피맺힌 목소리를 우리 경상도 사람들이 더 이상 외면하지 않게 되었으면 합니다”고도 적었다.

장 기자는 글 말미에서도 “대구의 코로나19 환자들을 수용해 치료하겠다고 손을 내민 광주시민들... 그런 모습을 우리 경상도도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아니... 돕지는 못하더라도 아무 이유없이 혐오와 증오로 가득한 말들을 쏟아내는 일들은 사라졌으면 합니다”라면서도 자신을 향한 비판을 의식하는 듯 “아울러, 달을 보면 달을 봐야지 손톱 밑 때가 있는지부터 살피는 비겁한 짓도 이제는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라고도 덧붙였다.

장 기자는 지난해 10월15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 출연해 “검사들이 KBS의 A기자를 좋아해 (수사 내용을)술술술 흘렸다”면서 “(검사들이)또 다른 마음이 있었을는지 모르겠다. 친밀한 관계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해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던 전력이 있는 인사다. 

장 기자의 이날 발언에 앞서서도 우한폐렴과 관련한 논란성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한모 전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정책위원은 지난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어짜피 대구는 미통당 지경이니까 손절해도 돼요”라고 했고, 방송인 김어준 씨는 지난 6일 한 방송에서 “코로나 사태는 대구 사태이자 신천지 사태” 라는 등의 발언을 했던 바 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아래는 장 기자가 올린 페이스북 글 전문(全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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