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與 '아무나 건드는 헌법' 만들고 野 일부 부화뇌동하는 시국
총선·감염병에 묻어가 개헌안 40일 만에 해치우자는 발상은 정치 야바위이자 헌정질서 농단
단순 '국회의원 선거권자 100만명' 국민발안은 동원역량 갖춘 집단 위한 수단 불과
슬그머니 개헌안 올린 국회의원들 농간에 책임 지워야...200만 자유애국입법 비상대기조 구축하자

이호선 객원 칼럼니스트
이호선 객원 칼럼니스트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 등 민주당 의원 93명이 주도하고, 여기에 미래통합당의 김무성 의원 등 22명이 가담하여, 국회의원 148명의 서명으로 3월 6일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그 요지는 헌법 개정 제안 요건을 담은 헌법 제128조 제1항 ‘헌법 개정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는 내용에 ‘국회의원 선거권자 100만명이상’을 추가하자는 것이다. 이들의 취지는 국민의 참여와 국민의 의사수렴을 더욱 용이하게 하고, 이른바 ‘광장민주주의’를 ‘투표민주주의’로 전환함으로써 대의제 민주주의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들 국회의원 148명은 3. 27. 국회 본회의에 개정안을 상정시켜, 의결한 뒤 4월 총선, 즉 4월 15일에 국민투표에 붙일 계획이라고 한다. 20일간 사실상 파장 상태인 국회 내에 개정안을 묵혀 두었다가, 어찌 어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의결 정족수를 확보하면 한 2주 가량 총선 분위기에 같이 묻어가도록 해서 끝내 버리겠다는 야심만만한 술수이다.

헌법 개정에는 상당한 국가적 차원의 고민과 국민의 합의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래서 우리 헌법은 일단 대통령이 헌법 개정안을 20일 이상 공고하도록 하고, 국회는 공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하며, 이 의결이 이뤄지면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붙이도록 되어 있다. 각 단계별 최대 기한을 두고 있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보자면 그 기한 내라면 언제라도 가능한 것처럼 보이나, 헌법 개정이 갖는 무게에, 국민의 숙려(熟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의사결정은 단계별 기한을 충분히 활용하여 이뤄져야 한다.

공고일로부터 쳐도 최소한 100일 이상은 소요되도록 되어 있는 헌법 개정을 제안일로부터 40일만에 해치우겠다는 발상은 전광석화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붙여주기엔 너무나 속보이는 정치 야바위요, 온 나라의 국민 이목이 전국적 감염병 사태에 몰려 있는 틈을 타서 헌정질서를 농단하는 저질 헌법 날치기 행각이다.

더구나 지금 국회의 의안정보 시스템에 올라 있는 심사진행 상태를 보면 ‘접수’-‘본 회의 심의’-‘의결’로 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 헌법 제129조는 제안된 헌법 개정안은 대통령이 20일 이상의 기간 공고하도록 되어 있다. 대통령의 공고는 헌법 개정 제안자가 대통령이건 국회이건 따지지 않고 모두 적용되는 규정이다. 이 공고를 거친 뒤에 비로소 제130조 제1항에 따라 국회가 60일 이내에 의결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공고 절차를 거치지도 않고 바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하겠다는 것은 헌법을 무력화하겠다는 의회 쿠데타이다. 이런 식으로 본회의 의결에 가담하는 자들은 모두 탄핵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은 저항권을 행사하여야 한다.

정상적으로 대통령의 공고를 거치는 절차를 밟는다면 4.15 총선까지 물리적으로 가능할지도 의문이거니와, 만일 대통령이 이에 협조하여 헌법 개정안 공고를 한다면, 이는 이 총체적인 헌법 개정 날치기 사태에 대통령과 집권당이 일찍부터 깊숙이 모의를 하였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고, 이에 부역한 야당 의원들 역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 헌법에 헌법 개정 제안권자로 국민을 넣어 두었던 전력도 있기는 하다. 바로 5.16 이후에 탄생한 제3공화국 헌법에서 국민 50만명 이상의 동의를 헌법 개정안 제안 요건으로 두었었던 것이다. 그러나 1962년 12월 17일 국민투표로 확정되었던 이 3공화국 헌법이 정부의 권위주의 강화에 주안점을 두었던 역사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헌법 개정에 국민의 요건을 두는 것은 그 표면상의 명분과 달리 포퓰리즘의 완성이면서, 동시에 대중 독재의 수단으로 전락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국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대의기관으로서의 국회의 역할 중에서 가장 기본은 국가 정체성을 지키며, 시민의식이 이성을 잃고 감성에 휩싸일 때 정치적 식견과 책임감을 갖고 이를 조정하면서, 삼권의 한 축으로서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국가 정체성은 헌법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발의한 내용대로라면 100만명의 청원만 있으면 헌법의 그 어떤 조항, 그 어떤 정체성도 바꾸자는 시도가 가능하게 됨을 의미한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참여하는 최근의 국민 숫자를 보면 100만명의 결집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최소한 지역별 안배를 감안하여 17개 광역시도의 얼마 이상, 그리고 그 지역의 인구 몇 퍼센트 이상이 고르게 참여하고, 이것이 검증되어야만 한다는 구체적 요건도 없이, 단순히 100만명 이상이면 된다는 식은 잘 조직되고, 동원 역량을 갖춘 집단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만일 발안자로 국민을 넣어야 한다면 지금처럼 아무런 제한없이 ‘국회의원 선거권자 100만명’으로 할 것이 아니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른 국회의원 선거권자 100만명’으로 하여 하위법을 통해 지역과 세대 등의 의사를 고르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구나 우리 헌법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내용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개정의 한계를 따로 명문으로 금지해 두고 있지 않아, 어떠한 내용의 헌법 개정도 가능하고, 일 년 열 두 달 헌법 개정 논란에 시달릴 수도 있다. 당장 이 개정안 제안의 배경에 민노총, 참여연대 등이 주력을 이루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다시 말해 대한민국의 헌법이 하루가 멀다하고 이해관계가 달린 세력에 의해 흔들린다는 것을 뜻한다. 광장 민주주의보다 더 크고, 더 위험한 민주주의의 위기에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광장이 여론을 움직이기 위한 것이었다면, 무시로 헌법 개정을 둘러싼 소리는 대한민국을 흔들어대는 흉기로 남용될 여지가 더 크다. 여기에 세를 동원한 집단들이 야합하여 영구적인 이권 나눠먹기로 헌법이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우리는 20대 바로 이 국회에서 공수처와 준연동형비례제를 통과시키기 위한 더러운 예산 나눠먹기를 보아 왔다. 대통령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고, 여당은 아무나 건드리는 헌법을 만들려 주도하고, 야당 의원들 일부가 여기에 부화뇌동하는 이 시국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참여를 독려하고, 직접 민주주의를 활성화하려는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국민이 헌법이 아닌 입법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청원법과 국회법을 손질하여 입법청원의 요건을 더 완화하고, 국회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검토하도록 의무화하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국가의 운명이야 어찌되건, 한 줌의 여의도 권력을 탐하여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격랑 속으로 대한민국을 끌고 가려는 세력의 반성이 없다면, 국민이 직접 나설 수 밖에 없다. 아마도 이 헌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100만명, 아니 1,000만명의 국민의 이름으로 헌법 제41조 제2항 ‘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를 ‘국회의원은 무급 명예직 149명으로 한다’고 개정하자는 제안이 제일 먼저 나올수도 있다. 헌법 제안까지 국민에 맡기는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무슨 일을 한다고, 그리 많은 인원이 필요하며, 보수를 주어야 하겠는가.

그리고 이 미증유의 국가 재난 상태를 이용하여 슬그머니 헌법 개정안을 올린 국회의원들에 대하여는 그 간교함과 무책임, 농간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워야 한다. 그 1차적 책임은 4.15 총선에서의 국민 심판이 되어야 한다.

저들이 헌법 개정 절차에 따라 대통령의 공고까지 거치면 4.15 총선에 헌법 개정안이 국민투표에 붙여질 수 없다는 걸 정말 몰라서 그런 건 아닐 것이다.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이 시기에 그렇잖아도 홧병 난 국민의 가슴에 불을 질러 놓는 것은 다분히 의도된 일로 보인다. 4월 총선 이후의 정국을 국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권수탈층의 연합으로 가져 가려는 커다란 밑그림의 일부로 미리 던져 보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제 국민의 선택도 분명해 졌다. 언제든지 주권자의 의사를 분명하게, 그리고 압도적으로 표현하여 대한민국이 한 줌 정치모리배들, 시민단체를 자처하는 준 정치꾼들, 귀족 노조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비상대기조 200만명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 200만명이 저마다 자유애국입법의원이 되어서, 일사불란하게 어떤 상황에서건 헌법을 농단하는 세력들을 척결할 준비를 하자. 3.1. 운동 101주년을 맞아 자유대한민국 제2독립 선언을 했던 만민공동회의 정신으로 뭉쳐야 할 필요성이 또 하나 생겼다. 자유의 의병들이 나와서, 음지의 곰팡이들과 양지의 기생식물, 모두 제거해야 한다.

이호선 객원 칼럼니스트(국민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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