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당첨돼도 '빛좋은 개살구'...가파르게 상승하는 분양가에 은행 대출까지 막혀
"현금 부자만 시세보다 수억원 낮은 '로또 아파트' 독식"

지난해 서울 신축 아파트 10채 중 4채의 분양가가 9억원을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격대부터의 아파트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중도금 대출이 막혀 사실상 청약 당첨자가 집값 대부분을 현금으로 마련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제 서울 아파트 청약시장은 전문직 고소득자와 현금 부자만을 위한 영역이 돼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지난해까지 2년 동안 서울에서 새로 분양한 아파트 총 2만2288가구의 분양가를 분석해보니 9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 비중이 재작년 23.4%에서 작년 39.9%로 훌쩍 뛴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까지 서울 지역의 아파트 분양가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동대문구 분양가는 3.3㎡당 2207만원에서 2758만원으로 24.9%, 성북구 분양가는 재작년 3.3㎡당 1803만원에서 지난해 2392만원으로 32.7%, 강서구 분양가는 3.3㎡당 1961만원에서 2488만원으로 26.9%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공언한대로 분양가 규제를 하고 있음에도 서울 신축 아파트 값이 워낙 많이 오르고 있어 분양가 산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울 전역을 포함하는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아파트 분양가가 9억원을 초과하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현금이나 신용대출 등을 통해 목돈 마련을 해야 한다.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청약 당첨이 됐음에도 중도금 대출이 막혀 도로 토해내야 하는 처지의 사람들이 올린 글이 여럿 올라와 있다.

서민과 중산층 무주택자를 위해야 하는 청약이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는 현금 부자들만의 영역으로 변질돼버린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분양가 억제 정책과 대출 규제가 맞물리며 당장 자금 마련이 가능한 현금 부자만 시세보다 수억원 낮은 '로또 아파트'를 독식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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