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지난해 9월 도로 점용 관련 조례 개정해 불법·기습 설치된 부산 日영사관 부근 ‘평화의 소녀상’ 합법화 활로 마련해줘
도로점용허가 신청 나선 ‘소녀상을지키는부산시민행동’, “年 86만원 점용료 납부해야 한다”는 설명에 관련 절차 진행 보류
최덕효 한국인권뉴스 대표, “‘점용료 납부’는 물론 ‘기부채납’조차 거부하는 것은 정권이 바뀌었을 때를 대비한 것...동상 위치 임의로 못 바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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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동구 소재 일본영사관 부근(중앙대로)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관련 동상(소위 ‘평화의 소녀상’). 동상과 관계된 단체는 지난 1월 부산 동구에 도로점용허가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도로 점용료를 납부해야 한다는 동구 측 설명을 듣고 도로점용과 관련된 절차 진행을 돌연 중단했다.(사진=연합뉴스)

부산 동구(구청장 최형욱·더불어민주당) 소재 일본영사관 부근 도로를 무단 점용중인 ‘일본군 위안부’ 관련 동상(소위 ‘평화의 소녀상’)의 설치 과정상의 문제점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11일 부산 동구에 따르면 동구는 부산 동구 소재 일본영사관 부근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관련 동상 연관 단체인 ‘소녀상을지키는부산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에 연간 86만원의 점용료를 부과했지만 ‘시민행동’ 측이 ‘도로 점용료 면제’를 요구하며 도로점용허가 신청과 관련된 절차 진행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문제의 동상 설치에 관계된 단체들이 지난 2016년 12월 해당 동상을 부산 동구 소재 일본영사관 부근에 불법·기습 설치한 것도 모자라, ‘소유권 이전 없는 공공조형물 등록’까지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행동’은 지난 1월말 동구청에 도로 점용 허가를 받기 위해 관련 절차를 진행하다가 돌연 도로 점용 허가 신청을 보류했다. ‘점용료 납부’가 문제가 됐기 때문이었다. 당시 ‘시민행동’ 측은 시민들의 힘을 모아 세운 역사적 조형물에 사용료 부과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시민행동’ 측이 합법적으로 도로 점용료를 면제받을 수 있는 방법은 해당 동상을 ‘공공조형물’로 등록하고 시(市)에 기부채납을 하는 것 외에는 없다. 이 경우 해당 동상은 부산시 소유가 돼, 추후 부산시 측이 동상의 위치를 임으로 변경하는 것 등에 대해 ‘시민행동’ 측이 아무런 이의 제기도 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시민행동’ 측은 이마저도 거부하고 있다.

이처럼 ‘시민행동’ 측이 부산시 일본영사관 부근 ‘일본군 위안부’ 관련 동상에 대해 ‘도로 점용료 납부’와 ‘기부채납’ 모두를 거부하고 것에 대해 매주 수요일 ‘일본군 위안부’ 관련 단체인 ‘정의기억연대’(옛 ‘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 또는 줄여서 ‘정대협’)가 서울 종로구 소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벌이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집회(‘수요시위’ 또는 ‘수요집회’)에 대항해 맞불 집회를 벌여온 ‘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공동대표 최덕효 한국인권뉴스 대표는 “‘시민행동’ 측의 수가 뻔히 보인다”며 “점용료도 내지 않는 동시에 소유권도 자신들이 갖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억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시민행동’ 측이 ‘점용료 납부’는 물론 ‘기부채납’조차 거부하고 있는 것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권이 집권하게 됐을 때, 그런 정권이 일본 측의 입장을 수용해 부산 일본영사관 부근 ‘일본군 위안부’ 관련 동상의 위치를 임의로 바꿀 것을 염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덕효 대표는 또 문제의 동상이 설치될 당시 8천500만원이나 되는 성금이 모였다는 점을 지적하고 연간 86만원의 점용료를 납부할 수 없다는 ‘시민행동’ 측 주장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대책위원회’가 매주 수요일 서울 종로구 소재 옛 일본대사관 부근에서 벌이고 있는 집회의 모습.(사진=박순종 기자)

‘先 설치 後 합법화’는 어느 나라 법인가?...“일의 순서가 완전히 거꾸로 돼 있어” 지적

부산 일본영사관 부근 ‘일본군 위안부’ 관련 동상은 그 설치 당시부터 법적 논란이 계속돼 왔다.

해당 동상이 최초 설치된 시점은 지난 2016년 12월28일이다. 부산광역시에 따르면 당시 동상 설치에 관여한 단체는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다. 하지만 부산 동구 측은 ‘추진위’ 측의 행위가 도로법 제61조(도로의 점용허가)와 동(同) 법률의 시행령 제55조(점용허가를 받을 수 있는 공작물 등)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당일 설치 4시간여만에 철거했다.

당시 여당(새누리당) 소속이었던 박삼석(現 미래통합당 중앙위원회 부산연합회 회장) 부산 동구청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부산 동구청장으로 있는 동안 ‘소녀상’ 철거 안 한다”며 “(부산 일본영사관 부근 ‘일본군 위안부’ 관련 동상은) 한·일 외교문제로 번졌기 때문에, (‘소녀상’을 철거는) 외교 행정(권한)을 갖고 있는 중앙정부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삼석 당시 부산 동구청장은 “외교 관계는 국가 일이니 정부가 (‘소녀상’을 철거) 해야 하는데, (‘소녀상’ 철거를) 구청장에게 요구한다면, 상위 단체(외교부)가 비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사건을 보도한 당시 기사들을 참고하면, 부산 동구 측이 문제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동상을 철거하자 부산 동구에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이후, 일시 철거됐던 ‘일본군 위안부’ 관련 동상은 철거 이틀만인 지난 2016년 12월30일 부산 일본영사관 인근 도로에 다시 설치됐다. ‘정당한 법집행’이 ‘다수의 위압(威壓)’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설치 시점을 기준으로 ‘일본군 위안부’ 관련 동상을 합법적인 조형물로 볼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전무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부산시는 관련 조례 개정에 착수했고, 지난 2019년 9월25일 일부개정조례가 부산광역시장 명의로 공포(公布)됐다. 개정조례에 따르면 부산시가 도로 점용 허가를 내줄 수 있는 대상으로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기 위한 동상·조형물’이 새롭게 추가됐다. ‘추진위’가 ‘일본군 위안부’ 관련 동상을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불법·기습 설치한 지 2년 9개월여만에 부산시가 법적 근거를 마련해 줌으로써 문제의 동상에 ‘활로’(活路)를 열어 준 셈.

소녀상 방문한 부산 동구청장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박삼석 부산 동구청장이 19일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을 방문해 목도리를 매만지고 있다. 2017.1.19
박삼석 당시 새누리당(現 미래통합당의 전신) 소속 부산 동구청장은 지난 2017년 1월19일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에 세워진 ‘일본군 위안부’ 관련 동상을 찾아 동상에 목도리를 걸어 줬다.(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기자가 “도로를 점용하고 싶다면 먼저 시(市) 혹은 관계 기관으로부터 허락을 받는 것이 일의 순리(順理)인데, 부산 일본영사관 부근 ‘일본군 위안부’ 관련 동상의 경우에는 일의 순서가 완전히 거꾸로된 것이 아닌가?”하고 부산 동구 측에 문제를 제기하자 부산 동구 측 담당자는 기자에게 “옳은 지적”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해당 동상이 위치한 토지는 부산시 소유인데다가, 구(區)로서는 도로 점용 대상을 지정하고 그로부터 점용료를 징수하는 것 외의 사무는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어쩔 수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어서 그는 “해당 동상에 부과된 연간 86만원의 점용료가 납부되지 않는다면 부산 동구는 관련 단체에 변상금을 청구할 것이며, 관련 단체가 변상금 납부조차도 거부할 경우 해당 동상은 강제 철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9월 관련 조례 개정을 통해 문제의 동상에 법적 근거를 마련해 준 부산광역시(시장 오거돈·더불어민주당) 측은 조례 개정에 이어 또 다시 해당 동상에 부과될 도로 점용료를 합법적으로 면제해 줄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관련 동상의 전례(前例)를 참고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기자가 부산 동구 측에 제기했던 것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자 해당 사무를 처리하는 부산시 담당자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중에 있다”라는 표현으로 얼버무렸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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