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 "한국 사례 모범 될 것이란 얘기 본인 입으로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홍혜걸 의학채널 비온뒤 대표 "어떻게 지금 시점에 이런 황당한 발언이 나올 수 있나"
인터넷상에는 文정부 대응과 대만 정부 대응 비교한 표까지 만들어 퍼져
문재인 정부가 중국발 우한폐렴 방역과 관련해 내놓은 ‘자화자찬’에 의료계 인사들이 비판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국의 사례가 모범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본인 입으로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대구·경북지역에선 생활치료센터에 입실조차 못하고 기다리는 분들이 아직 2000여명이 있는 등 불안하고 답답한 상황”이라고 적었다.
이 교수는 “우리 방역체계의 우수성은 한 두달이나 지나야 평가 받을 수 있다. 국민들을 안심시키려고 한 말씀이라고 생각은 들지만 상황적으로 맞지 않는 내용”이라며 “질병관리본부(질본)가 메르스 이후 준비해 놓은 내용이 지금의 방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질본에서 2~3주 지나 직접 이야기 했다면 더 큰 호응을 받았을 것이다. 이런 부분은 많이 아쉽다”고도 했다.
앞서 박능후 장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금 우리는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지만 이를 잘 극복한다면 우리나라의 대응이 다른 나라의 모범 사례이자 세계적인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들께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력에 동참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우한폐렴 사태 초기 중국발 입국차단 등 의료계 요구를 무시했던 바 있다.
우한폐렴과 관련해 각종 의견을 내온 홍혜걸 의학채널 비온뒤 대표이사도 같은날 페이스북에 “지금 이런 소리 늘어놓을 때인가. 서울백병원 입원실에서도 (우한폐렴이) 터졌다는데...참 어이가 없다”며 “어떻게 지금 시점에 이런 황당한 발언이 나올 수 있나. 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단위인구당 ‘감염자’ 숫자 세계 1위를 ‘검사자’ 숫자 세계 1위라고 바꿔놓고 정신승리하는 분들이 제법 많다. 감염 의심자 많으니 검사자 많은 것을 원인과 결과를 입맛대로 바꿔놓고 환호하고 계신다”며 “콩을 팥이라고 우기는 분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고도 했다. 홍 대표는 그동안 페이스북 등에서 우한폐렴과 관련한 의견을 남겨왔지만 이날 절필(絕筆)을 선언하며 “이쯤에서 제 정신건강을 위해 코로나 관련 페북을 접겠다. 우리나라가 잘 되길 빈다”고 했다.
정부의 이날 발표와는 달리 인터넷상에서는 사태 초기 방역을 문제삼는 목소리가 크다. 최근에는 지난 1월20일 국내 첫 환자 발생 이후부터의 정부 대응을 대만 측 대응과 비교하는 표까지 만들어져 퍼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지난달 12일부터 “집단 행사와 집회 등을 연기하거나 취소하지 않아도 된다” “국민들은 일상생활에 나서달라” “코로나는 곧 종식될 것이다”는 등의 발언을 내놨던 바 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