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日 '한국인 입국 제한 카드' 나오자마자 보란 듯 정권 총력전 벌일 기세
김상조 "일본이 과연 우리만큼 투명한가?"..."일본의 과격한 조치에 심히 유감"
외교부 "방역 외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정세균 "우리 정부도 적절한 대응조치를 강구할 것"
文정부, 우한폐렴 발원지 中의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에는 "몇몇 지방정부의 조치일 뿐"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한국인 입국제한 하는 상황에서 日에만 맞대응?
靑, NSC 상임위 회의에서 "상호주의에 입각한 조치" 공언...'맞불 대책' 예고
中·日은 사전 협의로 양국 조치 이해하는 입장...韓만 뒤늦게 알고 땜질하는 강대강 대처
강경화, 주한 일본대사 이례적으로 직접 초치한 자리에서 비외교적 발언 쏟아내며 추궁
文정부, 예상대로 일본인 무비자 입국과 기존 비자 효력 정지
이착륙 공항 제한 조치와 일본 전 지역을 여행경보 2단계인 '여행자제'로 상향 조정

사진 = 연합뉴스

한국발 여행객에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한 국가가 총 100국으로 늘고 있음에도 별달리 손을 쓸 도리가 없는 문재인 정부가 일본 정부의 한국인 입국 제한 카드가 나오자마자 보란 듯 정권 총력전을 벌일 기세로 벌떼같이 들고 일어나고 있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일본 정부의 조치가 나온 지 하루 만에 오는 9일부터 일본인 무비자입국 및 기존 비자의 효력을 모두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는 일본 정부의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가 지난 5일 오후 4시경 일본 현지 언론에서 관련 보도가 나오고서야 대응에 나섰다. 외교부는 전날 밤 김정한 아시아태평양국장이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불러 강한 유감과 항의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날 밤 방송에 출연해 “일본의 발표를 보고 정말 실망했다”며 “(우리 정부가) 하루에 1만3천명을 검사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데, ‘일본이 과연 우리만큼 투명한가’라는 의심이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과격한 조치에 심히 유감”이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외교부는 6일 오전 일본 정부의 조치를 사실상 한국인에 대한 ‘입국 거부’로 규정하며 “사전에 우리와 충분한 협의도 없이 이러한 불합리하고 과도한 조치를 취한 데 대해 극히 유감을 표하며 금번 조치를 즉각 재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교부는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범정부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우수한 검사·진단 능력과 투명하고 적극적인 방역 노력을 전 세계가 평가하고 있고, 확산방지 노력의 성과가 보이는 시점에서 취해진 조치라는 점에서 방역 외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교가 인사들은 외교부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일본 정부에 발언한 것을 두고 “굳이 외교부에서 논평을 내지 않아도 되는 표현이라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일본 정부에 강경한 태도를 내비쳤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일본 정부가 우리 국민들에 대해 사실상 전면적인 입국금지 조치를 취했다”며 “우리 정부도 적절한 대응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 곧장 맞대응을 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표명된 것이다. 정 총리의 입장대로 우리 정부가 일본인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한다면 이는 한국이 우한폐렴 바이러스와 관련해 상대국에 제한을 가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된다.

당장 문재인 정부가 일본 정부의 조치에만 득달같이 달려드는 모양새를 보이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기까지 설득과 항의성 메시지 전달 외로 별달리 수를 쓰지 못했던 문재인 정부는 상대국들의 조치가 시행된 이후에도 우한폐렴 바이러스 진정세가 오면 자연히 해결되리라는 태도를 보였다. 강 장관은 전날 “방역 능력이 없는 국가가 입국 금지라는 투박한 조치를 하는 것”이라며 상대국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식의 발언을 해 외교가에서 강한 비판을 받았다. 강 장관은 이날도 “상황이 좀 지나면 상대국들의 조치들이 많이 풀리지 않을까 생각된다”라는 안이한 인식을 보였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우한폐렴 바이러스 발원지로 인접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유행성 질병을 퍼뜨린 중국이 도리어 한국인에 대한 격리조치를 하고 있음에도 상응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대(對)중국 입국 금지를 촉구하는 야당과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요구에도 “중국의 몇몇 지방정부의 조치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일본 정부의 “한국에서 오는 외국인에 대한 입국을 금지한다”는 입장이 발표되자마자 곧장 상응하는 조치를 되돌려줄 것이라며 벼르고 있다. 일본에 대해서만 맞대응을 하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시민들은 “문재인 정부가 중국인 유입 차단하라는 요구는 무시하다가 감염자만 늘렸다”, “중국은 한국인 격리하는데 중국인 격리 안하다가 일본이 한국인 격리조치를 한다니까 일본인만 격리조치한다?”,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한국인 입국제한 하는 상황에서 일본에만 보란 듯 대응하느냐”는 등의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10시 대(對)일본 입국 금지 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개최했다. 상임위원들은 “세계가 평가하는 과학적이고 투명한 방역체계를 통해 우리나라가 코로나19를 엄격하게 통제·관리하는 데 비춰 일본은 불투명하고 소극적 방역조치로 국제사회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고 말해 일본 정부의 대처 역량을 한껏 비난했다. NSC 회의를 주재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일본 정부가 취한 조치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상호주의에 입각한 조치’를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일본인의 방한(訪韓)을 제한하는 ‘맞불 대책’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청와대가 일본 정부의 조치가 부당하다면서 “우리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취한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대목은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와 사전 교감이 있었던 중국 정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중 입국자에 대해 취한 조치를 즉각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일본 방문을 가을로 미루기로 합의한 중국은 이미 지난달부터 자국이 시행 중인 외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일본도 그대로 따라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일 양국이 사전 협의를 통해 서로 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며 협력 외교를 펼치는 가운데 한국의 문재인 정권만 중국에 밀착해 일본을 경원시하다가 번번이 강대강 대치만 벌이려 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3시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거듭 항의와 유감을 표명했다. 애초에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이 맡기로 했으나 강 장관이 매우 이례적으로 직접 나선 것이다. 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도미타 대사를 향해 한국 정부 보다 못한 일본 정부의 방역 수준이 우려된다며 일본 정부의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에 모종의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예상대로 문재인 정부는 일본 정부의 조치가 나온 지 단 하루 만에 일본인 무비자 입국과 기존 비자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오후 외교부 청사에서 오는 9일 0시부터 일본에 대한 사증면제조치와 이미 발급된 사증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조 차관은 "사증(비자) 발급 과정에서 건강확인 절차가 포함될 것이며, 추후 상황변화에 따라 건강확인서를 요청할 수도 있다"면서 이착륙 공항 제한 조치에 대해서도 "한일 노선이 많은 인천, 김포, 김해, 제주 중에서 공항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9일 0시를 기해 일본 전 지역을 여행경보 2단계인 여행자제로 상향 조정한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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