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6세대의 대부분은 좌파 급진사상과 인기영합주의에서 탈피했다
문재인 정권의 허위를 지탱하는 세대는 오히려 30-40대와 20대 여성층
레이몽 아롱 "정직하고 머리 좋은 사람은 절대로 좌파가 될 수 없다. 정직한 좌파는 머리가 나쁘고, 머리가 좋은 좌파는 정직하지 않다”
30-40대는 얼마나 이 ‘아편’에서 벗어나는 가에 자신들의 미래운명이 걸려있어

강규형 객원 칼럼니스트

한국사회는 이제 86세대, 즉 586세대의 극복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한다. 대체적으로 맞는 말이다. 1980년대 대학가에서 배태된 급진이념이 확산돼 왔던 것이 오늘날 문재인 정권이라는 기괴한 체제(regime)를 탄생시켰다.

1980년대 대학가는 들끓었다. 그 와중에 급진주의 담론(談論)투쟁이 전개됐다. 한국사회 문제의 핵심은 계급모순이기에 계급투쟁을 먼저 전개해야 한다는 PD파(민중민주주의파, 평등파). 그리고 민족모순이 더 큰 문제이기에 민족통일운동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NL(민족해방파, 자주파)파가 등장했다. 이 투쟁에서 NL파가 승리했고, NL 내에서는 북한의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주사파가 비(非)주사파를 압도하면서 최종승리자가 됐다.

NL주체사상파가 승자가 된 이후 PD파의 일부는 백태웅·박노해를 중심으로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이라는 혁명조직을 1989년 11월에 만들어 활동해 나갔다. 이 사노맹은 북한과 NL파의 우위를 인정한 독특한 PD파였다. 현재 문재인 NL 정권에서 자파를 제외하고는 은수미·조국 등 사노맹 계열 PD파만 기용되는 것을 보면 사노맹의 성격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NL계는 주로 민주당과 민중당에 포진해 있고, PD파는 정의당에 많이 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586세대의 대부분은 살아오면서 자기들 시대에 견고하게 형성된 NL민족해방혁명론의 허구성을 온몸으로 깨닫고 정상화되는 과정을 거쳤다. 당시 이론투쟁을 주도하던 사람들 대부분은 전향 또는 반(半)은 전향한 상태이고, 일상생활 속에서 살아온 보통 586세대도 허망한 공산이념의 종말을 체득했다. 단 정치권에서 살아남은 586 잔재들이 현재 집권층을 두껍게 형성하고 있으며, 사회시민단체의 수장급들, 그리고 민노총같은 과격 노동운동에서 존재한다. 물론 학계와 일반 사회에서 머리로만 이런 사상을 추종하는 ”겉멋 좌파“내지 ”위선좌파“들의 존재도 586세대에는 분명히 존재한다. 교수 시절 조국이 대표적인 케이스였다. 국사학계(박성현은 이들을 ”국사업자“라고 부른다) 대부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다수 586세대는 건전한 생활인으로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장점을 인정하고 살고 있다. 프랑스의 대사상가인 레이몽 아롱(레몽 아롱, Raymond Aron)의 명언대로 "정직하고 머리 좋은 사람은 절대로 좌파가 될 수 없다. 정직한 좌파는 머리가 나쁘고, 머리가 좋은 좌파는 정직하지 않다. 모순투성이인 사회주의 본질을 모른다면 머리가 나쁜 것이고, 알고도 추종한다면 거짓말쟁이다.“(그의 명서 ”지식인의 아편“ 중에서). 그는 동년배인 사르트르같은 위선 좌파와는 차원이 다른 사상가였다. 아롱은 맑시즘(Marxism)을 ‘지식인의 아편’으로 평가했고, ”세속화된 종교“라는 유명한 정의를 내렸다. 북한의 주체사상이나 한국의 NL-PD주의나 전부 사이비종교에 다름이 없다.

아롱의 말처럼 정직하지 않거나 머리가 나쁜 586들(혹은 둘 다)은 NL이나 PD라는 아편을 흡입하며 오늘도 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사실상 한국사회가 청산해야 할 것은 586마인드(mind, 정서)이다. 그람시의 이론처럼 문화진지를 구축한 이 586마인드는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이러한 정서에 가장 많이 젖어있는 세대는 50대가 아니라 오히려 30-40대, 그리고 20대 여성들이다.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 지지), 조국수호대 등이 가장 두텁게 형성된 집단은 586, 즉 50대가 아니라 이들 30-40대들과 20대 여성이라는 것은 많은 자료와 통계가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다행히 20대 여성들은 이런 집단정서에서 탈피하는 경향을 확연히 보이고 있으나, 아직도 30-40대는 현 정권의 견고한 지지층으로 남아있다. 문재인 정권이 온갖 위선과 허위로 분탕을 치면서도 그동안 거칠게 자신들의 생각과 정책을 밀어부쳤던 힘은 바로 30-40%에 이르는 견고한 이들 지지기반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정권 선전과 보위에 눈이 벌건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소속 기자-방송인들도 대개 이 세대에 속한다. 왜 30-40대와 20대 여성층에게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는 중요한 연구과제일 것이다. 이들은 격렬한 학생운동을 경험하지 않았던 세대라 관념적으로 사상과 가치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고, 586이 구축한 문화진지에 손쉽게 의탁하는 것이 편리한 생활방식이라는 것을 터득했다. 특히 전교조 교사들의 세뇌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세대라는 것 등이 현재 추론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필자가 사는 곳은 젊은 샐러리맨들이 많이 살고 일하는 동네다. 필자는 ”조국 사태“ 당시 동네의 한 패스트푸드 점에서 큰 테이블에 앉아 있다가, 30대 초중반의 젊은 샐러리맨들이 점심에 와서 같은 테이블에서 하는 대화를 자연스레 듣게 됐고 충격을 받았다. 아무 논리 없는 분노로 일관된 윤석렬 검찰총장과 검찰에 대한 저주, 그리고 조국 장관 일가에 대한 옹호로 말쑥한 샐러리맨들이 열을 올리는 것을 생생히 목격했다. 바로 이런 그룹들이 현 정권의 브레이크없는 질주와 후안무치적 행동을 뒷받침하는 견고한 30%이상의 지지층인 것이다.

이들은 논리보단 감성으로 586세대의 사회문화담론인 좌파 급진사상과 인기영합주의를 체화한 세대이다. 우한폐렴사태로 현 정권의 무능과 실체가 점점 더 생생하게 밝혀지니 다행히 이들조차 일부 이탈하는 조짐이 보인다. 물론 이들 중 일부는 죽을 때까지 자신들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 것이다.

결국 이러한 왜곡된 사고가 얼마나 소수가 될 것인가에 한국의 미래가 걸려있다. 다시 얘기하거니와 청산돼야 하는 것은 586세대가 아닌 586정서 즉 586마인드이다. 여기서 빨리 탈피해야 한국의 젊은 세대에게도 밝은 미래가 존재하지, 그렇지 못하면 베네수엘라, 그리스, 아르헨티나 행 급행노선이 그들의 미래에 깔려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한국의 20-30-40대는 자신들이 얼마나 이 ‘아편’에서 벗어나는 가에 자신들의 미래운명이 걸려있다는 것을 이제라도 절절히 깨달아야 한다. 요번의 참혹한 우한폐렴 사태가 그들에게 경종이 돼 줄 수 있을까.

강규형 객원 칼럼니스트 (명지대 교수, 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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