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돼달라' 박 前대통령 메시지에 野圈 일제히 '환영'...與圈 "선거개입" "통합 안될 것" 악담
'하나돼달라' 박 前대통령 메시지에 野圈 일제히 '환영'...與圈 "선거개입" "통합 안될 것" 악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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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나라가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 있고 국민들의 삶이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이라며 "기존의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달라"고 쓴 옥중 친필서신이 4일 발표되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야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약 3년간의 침묵을 깨고 4.15 총선 이전 메시지를 통해 분열의 소지를 줄여줬다는 점에서 일단 '환영'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내부에선 대체로 통합의 대의(大義)에 공감하면서도, '방법론'을 두고는 분분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에선 "국정농단"이라는 해묵은 구호를 다시 꺼내들며 '정치개입 프레임'을 부각시키고자 애쓰는 모양새다. 최근 중국발(發) 코로나 국내 대확산과 마스크 대란 책임론 고조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여권은 불과 이틀여 전 신천지 이만희 교주의 석연치 않은 '가짜 박근혜 시계'로 반사이익을 기대했던 터다.

3월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최고위원단이 복도에서 함께 이동하고 있다.(사진=미래통합당 제공)
3월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최고위원단이 복도에서 함께 이동하고 있다.(사진=미래통합당 제공)

야권 통합의 구심점으로 지목된 제1야당 미래통합당에서 '황교안 지도부'는 박 전 대통령 친필 서신이 공개된 4일 "박 전 대통령의 애국심이 우리 가슴을 깊이 울린다"고 옥중 서신을 중요한 계기로 평가하면서도, "통합당은 명실상부 정통 자유민주세력의 정당으로 우뚝 섰다"며 '흡수 통합'을 기대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같은날 자유공화당에서는 김문수·조원진 공동대표가 "박 전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태극기 우파세력과 미래통합당 등과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제 통합당은 하나로 힘을 합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주기 바란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조원진 공동대표는 백브리핑에서 거듭 "연대나 연합, 통합의 문제는 이제 통합당이 제시해야 한다"며 "우선 공천작업을 중단하길 바란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 황교안 대표는 5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직접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박 전 대통령의) '정권 심판이라고 하는 대의 앞에서 결코 분열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는 다시 한번 통합의 중요성을 상기시켜준다"며 "미처 이루지 못한 통합의 남은 과제들을 끝까지 확실하게 챙겨나가겠다"고 했다. 

황 대표는 최고위 비공개 회의 직후 '자유공화당 쪽에서 공천 중단과 함께 지분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도 "자유우파가 추진하고 있는 대통합에는 '지분 요구'는 하지 않기로 하고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일축했으며, '통합 공천' 관측에도 "공천에도 통합이 있나요? 시스템에 따라 진행하고, 지금 하는 것을 보고 있지 않나"라고 단단히 선을 그었다. 

사진=김진태 미래통합당 의원 3월4일자 페이스북 글 캡처

이밖에 야권 정치인들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찬성·반대파를 불문하고 옥중 서신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2016년말 '탄핵 정변' 초창기부터 탄핵이 부당하다고 호소해 온 온 재선의 김진태 의원은 4일 박 전 대통령 친필서신에 "필체도 필체지만 내용이 이번엔 진짜 맞다. 목소리가 그대로 들리는 듯하다"며 "자유공화당, 친박신당과도 통합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보수통합"이라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다. 통합의 방법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탄핵 찬성파 지도자 격이었던 6선의 김무성 의원은 입장문에서 박 전 대통령의 '기존 거대 야당 중심 통합' 호소에 "박 전 대통령은 어느 누구보다 애국심이 강한 분"이라며 "크게 환영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4.15 총선은 좌파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라며 "박 전 대통령의 뜻을 받아 우리 모두 통합당을 중심으로 통합하고 단결해 4.15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정병국 미래통합당 의원 3월4일자 페이스북 글 캡처

탄핵 찬성파에 몸담았다가 바른정당→바른미래당→새로운보수당 순으로 거쳐 본당(本黨)으로 돌아온 5선의 정병국 의원도 "옥중서신을 통해 대한민국과 국민을 향한 박 전 대통령님의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었다"며, '분열하지 말고 역사와 국민 앞에서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정치적 이해가 아닌 애국적 진심"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통합당은 그 진심을 총선 승리를 통해 실현해 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반면 옛 탄핵 찬성파의 한 축으로 새보수당의 창당 주주이기도 했던 4선 유승민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에 5일까지도 입장 자체를 내지 않고 있다.

탄핵 정변 당시 '거국내각 총리 후보자'로 지명됐었고, 탄핵 이후 자유한국당을 수습하기 위해 비상지도부를 이끌었던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결과적으로 소위 '태극기 세력' 정당들이 박 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해석을 강한 어조로 풀어냈다. 

최근 제21대 총선 미래통합당 세종특별자치시 후보로 공천된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사진=연합뉴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5일 오전 YTN라디오에 출연해 "어떤 분들은 이 메시지를 '굉장히 적극적으로 통합을 향한 메시지'로 해석하는데, 저는 조금 다르다. 저는 '소극적으로 해석'한다"며 "그 행간에 최근 박 전 대통령 이름을 앞세워서 정당을 만들고 하신 분들을 향한 메시지가 강하게 들어있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이 어떤 '행동'을 바란 대상은 통합당이 아니라 장외 '태극기 세력' 정당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더 이상 나를 정치에 끌어들이지 마라, 그리고 나를 끌어들여서 야권이 더 분열되는 일은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가 들어있지 적극적인 옥중정치를 한다든가 하는 해석은 맞지 않다"며 "'거대야당이라고 하는 것이 무기력하고, 여러 가지 마음에 안 드는 부분들이 있겠지만, 나를 앞세워서 이렇게 분열 구도로 가는 것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그 속에서 봤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박 전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서 하는 정치, 또 나를 끌어들여서 하는 정치는 안 했으면 좋겠다. 오히려 지금 잘 됐거나 못 됐거나 거대야당이 가는 것을 중심으로, 특히 국가가 어려운 와중에 그렇게 가줬으면 좋겠다고 하는 이야기같다"고 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월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월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여권에서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의 옥중편지는 최악의 정치 재개 선언"이라며 "국정농단을 반성하기는커녕 다시 국민을 분열시키는 정치 선동에 전 대통령이 나선 일은 참으로 안타깝다"고 비난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국민에게 탄핵 당한 대통령이 옥중정치로 선거에 개입하는 행태도 묵과하기 어려워 보인다"면서 "통합당이 명실상부하게 다시 새누리당이 됐다는 정치 선언으로 보인다"는 자의적 해석을 덧붙였다.

친여(親與) 강경좌파 정의당은 5일 들어 이틀째 박 전 대통령에게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고 비난한 것은 물론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면서 고발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지난 3월2일 박지원 민생당 의원이 원내교섭단체 '민주통합의원모임' 소속 의원 자격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해 대정부 질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호남권 민생당의 실세 격인 박지원 의원도 이날 오전 TBS라디오와 전화인터뷰에서 "현존하는 정치 중에 박근혜 정치가 최고다. 박 전 대통령 영향력이 일정 부분 살아 있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의 서신에서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뭉치라'고 했지만, 동시에 태극기 부대를 언급했기 때문에 보수대통합은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지원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친필서신에 거론되지도 않은 TK(대구·경북) 의원들을 끌어들이며, "박근혜 탄핵에 협조 또는 방조한 유승민, 김무성, 황교안 대표가 있는 미래통합당을 향해서 'TK 의원들을 학살하지 말라'는 메시지"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메시지는 총선 후 대선 국면에서 후보를 결정하는데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친박 신당인 자유공화당이 이번 총선에서 교섭단체를 구성한다면 향후 박근혜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짐작했다. 결과적으로 친박(親朴) 대 비박(非朴) 프레임에 기대어 야권이 분열정국으로 회귀하도록 유도하는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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