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공개된 윤덕민 前국립외교원장 조선닷컴 인터뷰
"北 적 아니라는 주사파 시각 여전해 '어게인 2007' 모드"
"北, 김일성 '美·日 타격가능 미사일 보유' 이후 3대 걸쳐 개발"
"한미일 공동관리 핵 필요한데 對中 '3NO'로 어려워져"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사진=연합뉴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사진=연합뉴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2013년 5월~2017년 7월 역임)이 "북한이 핵 개발에 목을 매는 이유는 체제 생존이 아니라 적화(赤化, 공산주의화)통일을 위한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북핵 문제를 제3자처럼 관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4일 조선닷컴 보도에 따르면 윤덕민 전 원장은 지난 2일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 북핵은 체제 생존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전제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윤 전 원장은 "북핵은 방어적 성격이 아닌 공격 용도"라며 문재인 정부에 대해 "북핵이 우리 국민을 겨냥하고 있다는 위협에 대한 인식이 전혀 안보인다"거나 "북핵 위협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주사파(김일성 주체사상파)적인 시각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미국이 북한을 적대시하기 때문에 북한이 핵을 보유하려고 하고, 이 적대관계가 해소되면 핵 문제가 풀린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비서실장으로 수행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북핵이 자위(自衛)용이라는 말을 했다. 즉 우리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있는 거다. 미북 대화가 열리면 북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일례로 "문 대통령이 평창 올림픽 폐막식 때 류엔둥 중국 부총리를 만나 '미국이 대화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말한 것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그 언행은 '우리는 북한과 미국 사이의 중재자이지 당사자는 아니'라는 모습"이라고 짚었다.

윤 전 원장은 "현재 청와대 주류를 보면 운동권 출신이 대부분이다. 이들 의식엔 '북한은 적이 아니다, 미국이 적이고 민족협력을 통해 충분히 풀어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북핵 위협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며 "(김대중 정부의) 2002년, (노무현 정부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의 대북인식을 그대로 갖고 오고 있다. 2007년 이후로 10년 동안 북핵 상황은 급변했는데 현 정부는 변화를 인정하지 않은 채 '어게인(Again) 2007' 모드"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핵 개발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제네바 합의도 그렇고 북핵 대화에선 경제원조, 평화협정, 미북관계 개선 등 '체제생존 패키지'를 제공했는데 북한은 그 조건을 다 수용하면서도 핵개발을 지속했다. 북한은 상대방이 제공하는 패키지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라며 "북핵은 방어적 성격이 아니라 공격 용도다. 김일성은 1965년 함흥군사학원 개원식에서 '또 한번 조선전쟁이 발발하면 미국과 일본이 개입한다. 이를 막기 위해선 미국과 일본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보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후 3대에 걸쳐 핵·미사일 개발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핵 해법에 관해 "가장 먼저 해야하는 건 억지력을 갖추는 것이다. 그래야 중장기적으로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틀이 짜진다.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국제 제재의 틀이 견지돼야 한다. 북한에 핵을 포기하지 않는 게 전략적 손실이란 걸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술핵 재배치에 관해서는 "선제공격용이지 북한의 핵도발에 맞선 억지 카드는 못 된다"고 선을 그었고,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억지력으로서의 핵'"이라며 "미국이 동해에 핵탄두를 실은 공격형 미 잠수함을 1기 배치하고 한미일 3국이 공동관리하는 방안이 어떨까 생각한다. 최근 미국 전문가들을 만나면 이런 제안을 하는데 문 대통령이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3노'(3NO, 3不 지칭)를 했다. 그 중 하나가 '한미일 군사동맹은 안 한다'로 이 방안이 현실화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밖에 대북 압박이 가능한 수단에 대해서는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레버리지가 하나도 없다"고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그나마 남은 게 북한인권 카드다. 그런데 최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스위스 제네바 유엔인권이사회에 가서 발언을 했는데 매우 실망스러웠다. 북한인권에 대해 맨 말미에 아주 조금 다루고 끝이었다. 그 문제를 우리가 못 살리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