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2012년 집권 이래 한국측과 첫 직접 접촉
성남 서울공항서 출발…北 순안공항 통해 평양 들어가
'고방산 초대소' 초청받고 김정은과 만찬…文대통령 친서 전달
특사단, 정의용 靑안보실장 수석에 국정원 서훈 원장·김상균 2차장, 윤건영 靑상황실장·천해성 통일부 차관
'北 김여정 특사' 말없던 靑, '사절단' 용어사용 요구…"남북관계법" 거론
'대북압박' 강조하는 美日과 불협화음 가능성…野, 핵폐기 입장전달 촉구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가운데)을 수석 대북특사로 하는 대북 특별사절단이 5일 오후 성남 서울공항에서 특별기에 탑승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특사인 서훈 국가정보원장, 수석특사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사진=연합뉴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가운데)을 수석 대북특사로 하는 대북 특별사절단이 5일 오후 성남 서울공항에서 특별기에 탑승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특사인 서훈 국가정보원장, 수석특사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對北)특별사절단이 5일 오후 1시50분 성남 서울공항에서 이륙, 특별기편으로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취재진 없는 방북 일정을 시작했다. 특사단은 순안공항을 통해 평양에 도착한 지 3시간여 만에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과 만찬 회동을 했다.

특사단이 방북 후 청와대에 팩스를 통해 알려온 내용에 따르면 북한 정권은 만찬에 앞서 이들을 평양 대동강변 고급 휴양시설을 숙소로 제공하는 등 환대했다. 특사단 수석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김정은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고 한다. 

특사단은 방북 첫날인 5일 저녁 또는 6일 낮 김정은과 면담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북측의 예상 밖 환대로 반색하는 분위기다. 이번 만찬 회동은 김정은이 지난 2012년 집권 이래 처음으로 한국 측 인사를 마주한 자리이기도 하다.

이는 앞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옛 홍보수석)이 지난 4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정의용 안보실장을 수석 특별사절로 하는 특별사절단을 북한에 파견하기로 했다"고 밝힌 지 하루만에 급(急)진전된 대화 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에 방북한 사절단 주요 인사는 정의용 안보실장을 수석으로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 5명이며 실무진 5명까지 포함하면 총 10명이다. 이 중 윤건영 실장은 그동안 국내뿐 아니라 남북상황 등 관리에도 힘썼으며, 정 실장 보좌 필요성 등 측면에서 포함됐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윤 실장은 임종석 비서실장 등과 같은 주사파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출신이며, 청와대 내 '문 대통령 복심' '문고리 권력'으로 통한다.

브리핑 당시 윤영찬 수석은 "특사단 방북은 평창올림픽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파견한 김여정 특사 방남(방한)에 대한 답방 의미가 있다"며 "특사는 특히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미북)대화 여건 조성, 남북교류 활성화 등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6일 오후 귀환하는 특사단은 귀국 보고를 마친 뒤 미국을 방문해 방북 결과 설명할 예정이다. 중국 일본과도 긴밀히 협의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방북 뒤 이번 주 내에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방북 및 방미 결과를 중국과 일본 등에도 전달할 예정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수석을 맡은 대북특사단은 5일 방북, 순안공항에 도착해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과 환담한 뒤 평양시 대성구역 '고방산 초대소'로 향했다. 오후 3시40분부터 15분간 방북 일정을 놓고 북측과 협의를 진행했으며, 오후 6시쯤부터는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과 만찬을 가졌다는 특사단 '팩스' 전언이 청와대로 왔다고 한다.(사진=청와대 제공)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수석을 맡은 대북특사단은 5일 방북, 순안공항에 도착해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과 환담한 뒤 평양시 대성구역 '고방산 초대소'로 향했다. 오후 3시40분부터 15분간 방북 일정을 놓고 북측과 협의를 진행했으며, 오후 6시쯤부터는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과 만찬을 가졌다는 특사단 '팩스' 전언이 청와대로 왔다고 한다.(사진=청와대 제공)

윤 수석은 정 실장이 사절단 수석이 된 배경에 대해서는 "저희가 여러 가지 고심을 했다"면서도 "(누가) 수석이냐 아니냐보다 전체적으로 남북관계와 북미(미북)대화 투 트랙을 잘 성사할 수 있는 분들이 포함됐다고 봐 달라"고만 했다. 방북 사절단 실무진 5명의 인적사항에 관해서는 "명단이 저한테 없다"고 말했다.

사절단이 어떤 북측 인사를 만날지 사전조율이 됐느냐는 청와대 기자단 질문에는 "최종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고, 김정은을 만날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확정 된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방남(방한) 때 대통령이 직접 만났다. 그에 상응하는 결과들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여정이 방한 때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하는 친서를 가져온 것처럼 정상회담 관련 의제도 조율하고 올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 문제도 포괄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느냐는 물음에는 '김여정 방한 일정을 되짚어보면 된다'는 취지로 답했다.

북한 지도부와의 회동이나 식사 등 구체적 일정에 관해서는 "지금 말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은 뒤 "이번 특사단은 대화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미-북간 대화 이견에 있어) 그쪽 최고위급이 어떤 생각인지 들어보는 게 이번 방북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했다. '국정상황실장이 이번처럼 방북한 사례가 있느냐'는 취지의 물음에는 각각 "전례는 잘 모른다"고 반응했다.

대북특사 파견 시기를 당초 예정보다 앞당긴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니다. 원래 이때로 예정됐다"고 윤 수석은 밝혔다. 브리핑 사흘 전인 1일 밤 10시에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북특사 파견을 예고했는데, 이미 일정을 잡은 뒤의 행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방북 후 미국을 찾을 인원에 대해서는 "(5명) 다 가는 것은 아니고 정 실장과 서 원장 두 분이 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윤 수석 브리핑에 앞서 권혁기 춘추관장은 기자단에 "남북관계법에 따라서 법적 공지를 드린다"며 "대북특별사절단 단장을 단장이 아닌 수석으로 해 달라"면서 "(약칭을) 특사단이 아니라 사절단으로 명명해 달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사절단을 따라서 북한 가는 취재단은 없다"고 공지했다. '특사단과 사절단의 차이를 알려달라'는 질문에는 "법이 그렇다고 한다. 저희는 남북관계법에 따라 브리핑을 한다"고만 했다. 앞서 평창 올림픽 개막식 때 김여정이 김정은의 '특사'자격으로 방한했다는 언론 보도에는 아무런 지적을 하지 않은 것과 다른 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과 일본이 대북 정책과 관련해 핵폐기를 위한 '압박 정책'을 계속 강화하는 시점에서 한국이 대북 특사단 파견 후 북측 입장으로 더욱 기울 경우 미일(美日) 양국과 한국 사이에 '불협화음'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5일 특사단 출국에 앞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북핵은 폐기의 대상이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며 북한 비핵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올 것을 촉구했다. "어차피 빈손으로 돌아올 것이 불 보듯 뻔한 특사단 파견으로 북한에 명분만 쌓아주고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어리석은 상황이 초래되질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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