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경영자' 잭 웰치 전 GE 회장 84세로 타계...트럼프 "잭과 같은 경영자 없었다. 결코 잊히지 않을 것"
성과 낮은 기업과 직원을 청산 및 정리 해고...'뉴트론 잭(Neutron Jack·중성자탄 잭)'
제조업 생산라인에 '식스 시그마(Six Sigma)' 시스템 도입 앞장서
GE 시총, 120억달러에서 4천100억달러로 40배 가까이 증가
NYT "그는 '화이트칼라 혁명가'...미국의 기업가 정신 만들어낸 것이 그의 가장 큰 유산"

로이터 = 연합뉴스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잭 웰치 전 제너럴 일렉트릭(GE)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향년 84세로 타계했다. 웰치 전 회장은 20년 동안 GE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어 ‘세기의 경영자(manager of the century)’라는 평가를 받았다.

2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은 웰치 전 회장이 자택에서 가족과 애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사인은 신부전증으로 알려졌다.

웰치 전 회장은 1935년 매사추세츠주 세일럼에서 아일랜드계 철도기관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애머스트 대학을 화학공학 전공으로 졸업한 뒤 1960년 일리노이 대학교 어바나-샴페인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같은 해 GE에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웰치 전 회장은 탁월한 업무성과로 1972년 부사장, 1979년 부회장직에 올랐다. 그는 1981년 GE 역사상 최연소인 46세 나이로 회장 겸 최고 경영자가 됐다.

CNBC는 웰치 전 회장이 2001년 물러나기까지 GE의 시가총액이 120억달러에서 4천100억달러로 40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같은 기간 GE의 매출 역시 270억달러에서 1천300억달러로 급증했다. 미 경제 전문지 포천(Fortune)은 1999년 웰치 전 회장을 ‘세기의 경영자(manager of the century)’라고 칭했다.

무너져가는 제국이었던 GE의 경영을 맡은 웰치 전 회장은 취임한지 5년도 안 돼 전체 인력의 4분의 1이 넘는 10만 명 이상의 인력을 감축하는 등 냉혹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는 직원들을 ‘상위 20%(A그룹)’, ‘중요 70%(B그룹)’, 그리고 퇴출 대상인 ‘하위 10%(그룹C)’로 분류했다. 이를 ‘활력 곡선(vitality curve)’이라는 개념으로 일반화시킨 웰치 전 회장은 중성자 폭탄(neutron bomb)에서 따온 ‘뉴트론 잭(Neutron Jack·중성자탄 잭)’이란 별명을 얻었다.

늘 GE라는 거대 조직을 깨부수고 다시 재건하는 데 주력했던 그에게 덧씌워진 냉혹한 이미지는 소위 ‘1등 제일주의’에서 비롯하는 면이 크다. 그는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지 못한다면 흑자를 내고 있어도 가차 없이 정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성과가 낮은 기업과 직원들을 청산 및 정리 해고할 때 그는 “이들을 빨리 내보내는 게 더 인간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전 세계 제조업 생산라인에서 엄격한 품질 관리 시스템으로 받아들여진 ‘식스 시그마(Six Sigma)’ 도입을 주도했다.

웰치 전 회장은 생전에 자신의 후임자로 낙점한 제프리 이멜트 전 회장의 경영을 지켜보며 괴로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경영은 'A'학점이지만 후임자를 선별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F'학점이라면서 후회했다고 한다. GE의 시가총액은 현재 951억달러 규모로 축소됐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웰치 전 회장의 2001년 은퇴 당시 “그는 급진적인 변화를 꾀하고 안일한 기성세대를 타파한 ‘화이트칼라 혁명가’였다. 미국의 기업가 정신을 만들어낸 것이 그의 가장 큰 유산”이라고 호평했다.

웰치 전 회장은 한국을 찾아 故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故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등과 교류했다. 그의 ‘1등 제일주의’는 기존에 삼성그룹이 지향했던 바와 상통하는 면이 크다는 평가가 경영계 안팎에서 일찍부터 있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 자신의 트위터에 “‘뉴트론 잭’과 같은 기업 경영자는 없었다”며 “그는 나의 친구였고 지지자였다. 우리는 훌륭한 거래를 함께 했다. 그는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찬사를 남겼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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