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아니지만 신천지에서 많은 감염자 나와...면목 없다”
“힘이 닿는 데까지 최선 다해 인적, 물적 지원 아끼지 않을 것”
기자회견 중 횡설수설하기도...“음성 진단 받았다는데 음성이 뭔지 몰라”
신천지 관계자가 급히 퇴장시키고 대신 질문받아 취재진 항의 초래해
신천지 일부 누락된 신도 명단 제출했다는 의혹 전면 부인하기도

2일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이만희 총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교주 이만희 총회장이 중국발 우한 폐렴(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 사태와 관련해 국민과 정부에 사과했다. 회견문을 읽는 도중 용서를 구한다며 두 차례 큰 절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취재진의 질의응답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언행을 일삼은 끝에 퇴장, 신천지 관계자가 그를 대신해 취재진을 상대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총회장은 2일 오후 3시 경기도 가평 신천지 연수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우한 폐렴을 의식한 듯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온 그는 “여러분들에게 뭐라고 사죄의 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다. 고의적인 것은 아니지만 (신천지에서) 많은 감염자가 나왔다”면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다 막지 못했다”고 밝혔다. 우한 폐렴 사태에 대해 신천지 측이 표명한 첫 공식 사과였다.

그는 또한 “국민 여러분에게 사죄를 구한다. 정말 면목이 없다. 엎드려 사죄를 하겠다”고 한 뒤 단상을 벗어나 취재진을 향해 큰절을 했다. 이어 “이 바쁜 시기 정부가 우리 교회를 위해서 노력해주시는 것에 대해 너무나 감사하다. 그 고마움과 동시에 이 정부에도 이 사람이 용서를 구하겠다”며 다시 단상에서 나와 큰절을 했다. 그러면서 “힘이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인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신천지 안에서 우한 폐렴 확진자가 발생한 것을 기점으로 전국적인 우한 폐렴 사태가 발생한 점에서는 “어떤 모임도, 어떤 장소도 (신천지와 관련해선) 다 막고 있다. 한 사람이라도 모여서 대화하고 일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손발이 없어서 협조를 하지 못하고 있는 지경”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두 다 협조해서 코로나만은 막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교회의 지도자는 부모와 같고 성도들은 자녀와 같다. 죽음에 이를 만큼 무서운 병이 돌고 있는데 어느 부모가 그냥 보고 있겠느냐”라고 했다. 또 “개인의 일이기 전에 너무나 크나큰 재앙”이라며 “모든 국민과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서 다 함께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으니 하늘도 도와줄 것”이라고 했다.

기자회견 후 이 총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다. 그러나 노령에 귀가 좋지 않다며 옆에서 질문을 대신 받던 성도가 수차례 이 총회장의 발언을 정정하고 통제하는 모습을 연출해 기자들의 항의를 받았다. 취재진이 “가평에 언제 왔고, 지속적으로 자가격리를 했는지” 묻자 이 총회장은 “윗사람은 한 군데 있을 만한 게 못된다. 여기 있기도 하고 거기 갔다오기도 하고 했다” 답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신도가 “2월 17일에 와서 움직이지 않고 여기 있었다고 말하세요”고 조언했다.

이 총회장은 ‘음성’이란 용어에 대해 횡설수설하기도 했다. 취재진이 “신종 코로나 진단검사는 언제 어디서 했느냐”고 질의하자 “검사를 받으라고 연락이 와서 받았는데, 나도 아직까지 어떻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음성이라고 하는데 음성이라는 게 나는 뭔지 잘 모르겠다”고 언급한 것. 이와 함께 “매년 제가 독감 예방 주사를 맞는데, 내가 독감 걸리면 사람들 만나면 안될 것 아니냐”며 “이번에도 기다려서 검진을 받았는데 음성이니 뭐니 해서 그런 줄로 알고 있다”고 했다. 결국 사회자가 대신해 이 회장의 검진표를 공개하며 “병원에서 이 회장에 대한 신종코로나 검사를 했고 확실히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의문을 일축하고 나섰다.

이 같은 모습이 이어지자 신천지 관계자는 기자회견 20분이 지난 시점에 다급하게 이 총회장을 퇴장시키며 답변을 대신 받겠다고 했다.

신천지 측은 전체 신도 명단을 일부 누락·왜곡한 채 방역 당국에 제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부인하기도 했다. 신천지 내무부장은 “신종코로나 31번 확진자가 대구교회 성도임을 인지하고 바로 예배 현황을 확인했으며, 질병관리본부와 대구시 등의 협조에 따라 모든 명단을 다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신천지 측이 제공한 명단과 실제 성도 명단이 다르다는 지적에는 “당시에는 시설 폐쇄에 자가격리에 급하게 들어가는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작업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인근에서는 신천지 피해자 가족들로 보이는 일부 시민이 확성기를 통해 “이만희 사기꾼” “이만희 입 닥쳐라” 등 욕설과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당초 기자회견은 이 회장이 거주하는 평화의 궁전 지하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경기도 측에서 “감염 우려로 폐쇄한 시설(평화의 궁전 등) 내부에서의 기자회견은 허용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외부에서 이뤄졌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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