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개·폐막 전후 대거 사직…대변인外 공백 길어져
대통령직속일자리위원회 '실질 수장'은 후임 없이 광주行
약 4달 전 예상 그대로 "靑이 정치스펙용 출마양성소냐"
국회사무총장 넉달만에 교체, 지자체장 사퇴행렬도 시작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사진=청와대)

출범한 지 1년이 채 안 된 문재인 정부에서 6·13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여권 공직자들의 사퇴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새 정부의 성과는 '물음표'인 가운데, 청와대 참모진 출신들이 사퇴 행렬의 주를 이루고 있다.

앞서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직전인 지난달 7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의 실질적 수장인 이용섭 부위원장이 광주광역시장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일자리위원회는 '대통령 업무지시 1호'로 설치된 일자리상황판 주무기관이다. 

더구나 이용섭 전 부위원장의 사퇴 시점은 문 대통령이 지난 1월25일 청년일자리점검회의에서 "청년실업 문제는 국가 재난 수준인데 정부 각 부처에 (문제 해결을 위한 내) 의지가 제대로 전달됐는지 의문"이라며 대책 마련을 지시한 지 보름여 만이었다. 

이보다 앞서서도 청와대 참모진 중에서는 박수현 전 대변인(충남지사), 문대림 전 제도개선비서관(제주특별자치도지사), 오중기 전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경북지사)이 지난달 2일 각각 지방선거 출마를 이유로 동반 사퇴했다. 같은 시기 채현일 전 정무수석실 행정관도 '서울 영등포구청장' 출사표를 던지고자 직을 물러났다.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을 전후로는 줄사퇴가 더욱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은수미 대통령여성가족비서관은 지난달 28일 사표를 제출했다. 경기 성남시장 출마가 유력하다. 19대 국회 비례대표 의원 출신으로, 테러방지법 입법 반대를 눈물로 호소한 전력이 있는 은수미 전 비서관은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성남중원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밖에 ▲유행열 전 정무수석실 행정관(청주시장) ▲박영순 제도개선비서관실 선임행정관(대전시장) ▲이재수 전 농어업비서관실 선임행정관(춘천시장) ▲백두현 전 자치분권비서관실 선임행정관(경남 고성군수) ▲김병내 전 정무수석실 행정관(광주 남구청장) ▲강성권 전 정무수석실 행정관(부산 사상구청장) ▲서철모 제도개선비서관실 행정관(경기 화성시장) ▲김기홍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인천 남동구청장) ▲황태규 전 균형발전비서관(전북지역 기초단체장) ▲윤종군 전 연설비서관실 행정관(경기 안성시장)등이 '문재인 청와대 참모진' 이력을 내세워 선거판에 나설 예정이다.

이처럼 참모진의 줄사퇴가 계속되지만, 대변인을 제외한 나머지 직책에 대해선 후임 인선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최근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를 주문한 만큼, 청와대는 여성가족비서관이 장기 공백 상태로 남지 않도록 후임 인사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줄사퇴는 약 3~4달 전부터 예견됐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운영위원회 청와대 대상 국정감사에서 문대림·박수현·오중기·이재수·박영순·백두현·김병내 등 "출마 준비 중인 참모들의 리스트"를 공개한 적이 있다. 당시 운영위에 출석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잘 관리하겠다"고 답변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월28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비서실 출신 지방선거 출마자' 표.(사진=민경욱 의원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월28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비서실 출신 지방선거 출마자' 표.(사진=민경욱 의원실)

민경욱 의원은 지난달 28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런 사실을 재론하며 은수미·황태규·유행열·채현일·강성권·서철모·김기홍·윤종군 등 전 참모진까지 종합한 '대통령비서실 출신 지방선거 출마자' 표를 게재했다. 그는 "청와대가 정치 스펙 쌓아주는 출마 양성소인가.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밤낮, 휴일도 없이 열정과 충성을 바치는 곳이 청와대"라며 "출마 이력에 한 줄 넣으려고 엉덩이 붙이고 있는 자리가 아니란 걸 명심하라"고 직격했다. 

같은날 홍지만 한국당 대변인도 "참모들이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을 두고 있으니 대통령은 온종일 평창올림픽 응원이나 하고 앉아 있고 무역 전쟁에 북핵 위기가 가시화돼도 경제고 안보고 간에 제대로 되는 것이 있다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라며 "대통령께서 나랏일 챙기는 것보다 직원들 사직서 받느라고 더 바쁜 상황은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쏘아붙였다.

청와대 밖에서도 국회 유일 차관급 정무직인 국회사무총장직이 정치권 인사들의 '경력 한줄 늘리기용'으로 전락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의 인천광역시장 경선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사퇴한 김교흥 전 국회사무총장이 대표적이다. 

국회의장과 임기를 공유하는 사무총장의 20대 국회 전반기 나머지 임기(올해 5월29일까지)를 불과 약 3개월 남겨둔 상황이었다. 지난해 11월 임명됐다가 4개월이 안 돼 사퇴한 것이기도 하다. 김교흥 전 사무총장은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박남춘 의원, 홍미영 인천 부평구청장과 함께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사무총장 잔여임기는 김성곤 민주당 전 4선 국회의원이 새로 임명돼 수행하게 됐다.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의 사퇴 움직임 역시 시작됐다. 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에 도전장을 낸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지난 2일 시장직 사임통지서를 시의회에 제출했다. 사임일은 이달 15일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기초자치단체장이 다른 지역 단체장이나 광역자치단체장에 도전하려면 선거 90일 전인 15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당내 경기도지사 후보 경쟁자인 양기대 경기 광명시장은 5일 시의회에 사임통지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양 시장은 15일 시청에서 퇴임식을 연다. 두 기초단체장과 경기지사 경합을 벌일 예정인 '친문계 3철' 전해철 국회의원은 현역 국회의원 신분이어서 관련법에 따라 5월 14일까지만 사퇴하면 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일부터 시장·구청장 선거와 시·도의원, 구·시의원 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접수를 시작했다. 중앙선관위는 국회의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가 늦어져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은 시·도의원과 구·시의원 선거는 현행 선거구에 따라 등록 신청을 받는다. 이달 5일 국회에서 선거구 획정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후보 당사자가 출마하고자 하는 선거구로 고칠 수 있다.

선관위는 군수와 군의원 선거의 예비후보자 등록은 내달 1일부터 시작한다. 앞서 선관위는 지방선거를 120일 앞둔 지난달 13일부터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광역자치단체장·교육감 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을 접수했다. 

한편 지방선거 출마에 앞서 여권 내 물밑 신경전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광주시장 경선 채비 중인 이 전 부위원장이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의 당사자가 돼 지난 3일 오후 민주당 광주시당이 법원의 영장을 받아 든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했다. 경찰이 지난달 초 신규 당원들에게 신년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사람이 이 전 부위원장의 비서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 발단이었다. 경찰은 해당 비서를 상대로 문자메시지 비용 출처, 발송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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