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범 부산대 교수 "이미 패배중인 건 아닐까...애써 이룬 중도좌파 연합 공천에 비관적일 이유 충분해"
"김형오 공관위원장과 위원들, 탄핵 이후 우파 숨 쉬도록 싸워오지도 않고 지금 입학사정관 노릇인가"
"폭정 앞에 거센 말도 못한 의원은 위선자들...당신들은 품격 지키느라 그동안 文 폭정에 그리 정중했나"
김종인 선대위원장설에도 "그가 헌법에 끼워둔 '경제민주화'에 아무생각 없어...그 지도로 이겨봐야 패배다"

자유우파진영 일각에서 미래통합당의 제21대 공천 양상을 두고 "결국 자유·보수가 아니라 '중도 좌파 연분홍 무리'"라며 "정체성의 약점이 그에 걸맞는 공천권자들을 불러 괴이한 공천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행범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천심사위원들은 누가 심사하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애써 이룬 중도좌파 연합이 만드는 이런 식의 공천에 비관적일 이유들은 충분하다. 이미 패배 중인 것은 아닐까?"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사진=김행범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3월1일자 페이스북 글 일부 캡처

김행범 교수는 "김무성, 유승민은 여전히 (불출마 번복) 기회를 노리며, (좌파 운동권 출신) 김근식은 공천을 얻는다. 문재인에 정공으로 싸워온 민경욱(인천 연수구을 국회의원)은 경선기회도 없이 탈락했다"며 "김형오 공관위원장 및 공천위원은 탄핵 이후 지금 이만큼이나마 우파가 숨을 쉬도록 싸워 온 과정에서 한 역할이 뭐가 있다고 지금 입학 사정관 노릇을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신들은 품격 지키느라 그동안 문재인 폭정 앞에서 그리 정중했던가"라며 "폭정 앞에 거센말로나마 맞서지 못한 의원이란 위선자들이다. 품격이란 말은 이런데 쓰는 게 아니다. 문재인측도 아니고 김형오측에서 이걸 문제 삼는다면 공천심사자들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박근혜 정부 몰락과 더불어 완전히 죽은 줄 알았던 자들(소위 위장보수)이 그저 하등 동물들처럼 죽은 채 엎드려있다가, '자유의 민병대'들이 맨바닥에서 수년을 싸워 오늘에 이르러 '반(反)문재인'이란 시대정신을 힘들게 만들어내자 어느새 슬그머니 일어나 공천 게임판에 명함을 내고 일부는 돌연 공천심사자가 돼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길거리에서 싸워온 국민들은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뿐 아니라 이 정당의 공천구조 개혁에도 큰 목소리를 내었어야 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벌 듯, 좌파 정권에 대해 처절하게 싸워 온 자유시민들이 제집 쪽을 돌아보니 회개도 없이 돌아온 탕자같은 중도좌파들이 어느새 모여 저희끼리 공천을 주고받는 것"이라며 "이미 컷오프 심사를 받았거나 받아야 할 자들이 남을 컷오프하는 모순된 구조 하의 공천 심사는 하급공무원이 민원인 대하는 듯 세부기준 정합성에 기울어지기 십상이고 전략, 비전, 가치의 정합성 판단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공관위 김형오만이 문제가 아니다. 친이계의 정의화와 더불어 직업적 정치낭인 김종인이 다시 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된다. '안철수 후견인으로 바람을 일으켰고, 박근혜뿐 아니라 문재인에게도 승리를 안겨 주었다'며"라면서 "과거의 남의 당첨번호로 응모해 로또 당첨을 또 갈구하는 주술"이라고 조소를 보냈다.

김 교수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재차 지목해 "그가 헌법에 끼워 둔 '경제민주화' 조항이 어떤 것이며, 여러 당을 옮겨 다닌다는 모욕을 받으면서까지 그가 기어코 성취하려는 정책 내용이 무엇인가에 대해 (통합당은) 전혀 무뇌아들"이라며 "그 김종인의 지도로 혹 승리한다면 이미 좌파 정당이 된 것이다. 그 승리는 패배"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다음은 김행범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가 3월1일 페이스북에 게재한 < 공천심사위원들은 누가 심사하나? > 글 전문(全文)

안철수가 자당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공천’(空薦)으로 물러서자 미래통합당은 대략 ‘중도좌파집합체’로는 일단 연합된 듯하다. 그러나 바로 그 통합당이 벌이는 공천은 많은 우려를 준다. 대여 투쟁에 우파 시민들과 한목소리를 내던 당내 의원들도 자신의 사활에 묶여 공천의 타당성에 입을 다물고 있고, 전국구 선물을 갈망하는 외부인들은 이 문제를 감히 거론도 못한다. 공천권자들의 독무대이다. 살생부를 결정하는 공천권자들은 이 정국이 우파에 주는 진정한 함의를 얼마나 제대로 바로 알고 있을까? 공천심사 자체에 여론이 대개 침묵함을 이해할 수 없다.

김무성, 유승민은 여전히 기회를 노리며, 김근식은 공천을 얻는다. 문재인에 정공으로 싸워온 민경욱은 경선기회도 없이 탈락했다. 김형오 공관위원장 및 공천위원은 탄핵 이후 지금 이만큼이나마 우파가 숨을 쉬도록 싸워 온 과정에서 한 역할이 뭐가 있다고 지금 입학 사정관 노릇을 하나. 누가 누구를 심사하는가. 의원의 ‘품격’을 지키기 위해 막말하는 의원은 당선가능성이 높더라도 자른다는 건 조악한 기준이다. 당신들은 품격 지키느라 그동안 문재인 폭정 앞에서 그리 정중하였던가.

폭정 앞에 거센말로나마 맞서지 못한 의원이란 위선자들이다. 품격이란 말은 이런데 쓰는 게 아니다. 문재인측도 아니고 김형오측에서 이걸 문제 삼는다면 공천심사자들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문재인 정권 저지라는 치열한 임전 인식은 보이지 않고, 과거 국회의장 경력에 자족하며 이제 제 어휘의 격과 몸짓의 폼을 관리하며 퇴장하는 노귀족 정객의 어설픈 여유 놀음이다. 이런 사람들이 우아함 유지하라고 시민들은 천박하게 아스팔트에서 싸운 셈이다.

문재인 촛불난동 및 탄핵정변은 위장적 보수정당 속 다수파인 사쿠라 우파 정객들을 정리해 주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그들은 친이, 친박, 친홍 .. 운운하며 손가락질로 당내 다른 파벌을 비난할지언정 더 근본 문제 곧 자신들이 보수정당의 바른 가치에서 얼마나 경쟁적으로 이탈해 가는가는 개의치 않았었다. 그걸 심사하는 당의 이성(理性)도, 애초에 옹호할 이념 가치 자체도 없었다. 내부 파벌 싸움에나 몰두하던 자들은 근본 이념의 싸움을 걸어온 좌파 앞에 맥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지켜야 할 가치는 없었으니 도장을 지키는게 더 중요했고 외적보다 당내의 다른 파벌들이 더 미웠던 자들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몰락과 더불어 완전히 죽은 줄 알았던 자들이 그저 하등 동물들처럼 죽은 채 엎드려있다 자유의 민병대들이 맨바닥에서 수년을 싸워 오늘에 이르러 ‘반(反)문재인’이란 시대정신을 힘들게 만들어내자 어느새 슬그머니 일어나 공천게임판에 명함을 내고 일부는 돌연 공천심사자가 되어 있다. 돌이켜 보니 촛불난동은 정권만 뺏아갔고 사쿠라 우파 정객들은 고스란히 남겨 놓았었다. 한국 우파에겐 그게 더 큰 벌(罰)이었다.

아마 대부분의 우파 국민은 지금 매우 당혹해 할 것이다. 길거리에서 수년간 싸워오는 순간에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공천관리위원’이 실은 한두 달 짧은 순간 모든 판을 결정한다는 것을. 의원 통제력이 강력한 한국의 정당정치에서 공천권자가 실은 당의 주인이 됨을. 그들을 영입한 당내 소수는 더 근원적 실력자이며 결국 자신의 이해를 미리 감안해 이들을 영입함도. 과거 어느 때는 공천심사를 하던 위원이 스스로 어느 지역구로 자천해 가기도 했다. 여야 떠나 공천제도야말로 한국 민주주의의 마지막 과제임을. 그들은 과연 진정한 자유 우파로 분류될만한 사람들을 받아들일까?

지금 생각하면, 길거리에서 싸워온 국민들은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뿐 아니라 이 정당의 공천구조 개혁에도 큰 목소리를 내었어야 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벌 듯, 좌파 정권에 대해 처절하게 싸워 온 자유시민들이 제집 쪽을 돌아보니 회개도 없이 돌아온 탕자같은 중도좌파들이 어느새 모여 저희끼리 공천을 주고받는 것이다. 9명의 공천관리위원을 아는가? 오히려 어떤 의미에서건 이미 컷오프 심사를 받았거나 받아야 할 자들이 남을 컷오프하는 모순. 이런 구조 하의 공천 심사는 하급공무원이 민원인 대하는 듯 세부기준 정합성에 기울어지기 십상이고 전략, 비전, 가치의 정합성 판단은 기대하기 어렵다.

공관위 김형오만이 문제가 아니다. 친이계의 정의화와 더불어 직업적 정치낭인 김종인이 다시 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된다. 안철수 후견인으로 바람을 일으켰고, 박근혜뿐 아니라 문재인에게도 승리를 안겨 주었다며, 과거의 남의 당첨번호로 응모해 로또 당첨을 또 갈구하는 주술이다. 그가 헌법에 끼워 둔 ‘경제민주화’ 조항이 어떤 것이며, 여러 당을 옮겨 다닌다는 모욕을 받으면서까지 그가 기어코 성취하려는 정책 내용이 무엇인가에 대해 전혀 무뇌아들이다. 그 김종인의 지도로 혹 승리한다면 이미 좌파 정당이 된 것이다. 그 승리는 패배이다.

우파 유권자의 최대 목표는 제가 찍는 정당이 다수당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개개 의원은 제 자신의 당선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면, ‘공천권자’의 지상 목표는? 다수를 이루어 성취할 선명한 이념 가치가 아예 없는데 왜 순진한 우파는 그들이 ‘다수당’을 추구할 것이라고 기대하나. 결국, 미래통합당이 자유 보수가 아니라 중도 좌파 연분홍무리라는 점으로 다시 돌아온다. 이념 몰입도는 오히려 좌파 정당보다 한참 뒤떨어져 있다. 바로 그 정체성의 약점이 그에 걸맞는 공천권자들을 불렀고 괴이한 공천을 만들어 낸 것이다. 애써 이룬 중도좌파 연합이 만드는 이런 식의 공천에 비관적일 이유들은 충분하다. 이미 패배 중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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