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우한 폐렴 확진자 27일 오전 9시 기준 1017명에 육박...병상은 480여개에 불과
치료 못받고 집에서 자가 격리 중인 환자가 대다수...70대 남성은 사망
의료진들, 하루에 마스크 1개 쓰는 수준...2차 감염 대비한 비접촉 체온계도 부족
방호복도 물량 확보에 시달려...정부는 방호복 대신 가운 입으라 지시
정부, 사태 초기 중국에 60억원 의료물품 지원...당시의 낙관이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온 것

26일 대구시 북구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환자 검사 준비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대구 지역에서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확진자가 27일 오전 9시 기준 1017명으로 집계됐다. 하루에만 307명이 추가돼 나날이 폭증하는 추세다. 그러나 정작 대구에선 의료 인력과 병상, 마스크 등 의료물품이 태부족해 곤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초기 사태를 낙관해 지난달 28일 우한 폐렴의 진원지인 중국에 우리 돈 60억원 상당의 의료물품을 지원한 것이 이제는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왔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현재 대구시는 병상 부족으로 우한 폐렴 확진자를 자가 격리하는 겉치레 조치를 취하고 있다. 앞서 병상 460여개를 확보했지만 1017명 전원을 정상 치료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이와 관련한 피해 사례는 벌써부터 속출하고 있다.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은 한 70대 남성은 이날 오전 6시 50분쯤 병상 부족으로 입원대기 중 증세가 악화해 사망했다. 심지어 열악한 상황 속에서 대면진료조차 받지 못하고 전화상으로 상태를 보고한 게 치료의 전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오후 6시 기준 우한 폐렴 확진자 중에서 입원하지 못한 채 자가 격리 중인 환자는 309명에 이른다.

의료 인력과 물품의 부족 현상에 의료진들의 피로도도 계속 가중되는 상태다. 대구 성서에 위치한 대구 동산병원의 경우 방호복이 하루 500벌 소요되지만 병원 내 남은 방호복은 2500벌뿐이다. 5일을 겨우 버틸 수 있는 수준. 특히 방호복은 2차 감염 방지를 위해 필수적인 전신보호복으로 의료진은 이와 함께 N95 마스크(미세입자 95% 걸러내는 마스크), 고글과 장갑을 착용한 뒤 현장에 투입된다.

하지만 방호복 부족 현상이 알려지자 정부는 지난 25일 일부 지자체에 ‘방호복’이 아닌 ‘가운’을 대신 입으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의료계에선 “방호복이 모자르니 위험해도 그냥 감수하고 하라는 것이냐” “의료진까지 감염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이냐” 등의 지적이 나왔다. 그러자 보건복지부는 “방호복은 착탈의가 어려운 부분이 있고, 좀더 착탈의가 쉬운 가운을 입어 보호해도 가능하다는 전문가 합의에 따라 진행한 사항”이라며 “긴팔 가운도 일회용 방수성 가운을 말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2차 감염 예방을 위해 사용되는 비접촉 체온계도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에 남아돌던 마스크는 최근 품귀현상으로 의료진도 하루에 1개를 겨우 받는다고 한다. 결국 진단검사 역량은 있지만 의심환자를 검사하는 단계에 필요한 물품이 없어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27일부터 전국 방역 현장의 의료기관에 마스크 50만개씩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의사와 약사, 간호사 등이 40만명에 육박하는 데다 긴급 구급요원과 간호조무사 등 기타 인력까지 포함하면 한참 부족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사실상 의료진이 매일 1개 마스크를 겨우 쓰는 현 상태를 유지하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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